지난해 초겨울에 다녀온 여수. 2년만의 여수 여행이니 다른 곳에 비하면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반가웠던지요.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하는 곳은 여수 여행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입니다. 지난 여행에서 받은 강하고 포근한 인상 때문이겠죠.
이름부터 여수와 잘 어울리는 낭만 카페. 가파른 오르막길에 있는 고소동 벽화마을 중턱에 있는 루프탑 카페입니다. 2018년에 왔을 때는 이 주변 유명 루프탑 카페의 수가 손에 꼽을 만큼이었지만 그 사이 골목마다 카페와 펍, 식당이 즐비하더군요. 그 때 한창 공사중이긴 했죠. 낭만카페는 첫 여수행 때 왔는데 뻥 뚫린 뷰와 여러 층을 오가며 감상하는 바깥 풍경이 마음에 들어 주변에도 추천했습니다. 아마 여수 카페 중에서는 제법 유명한 곳일 거예요.
위치는 고소동, 여수 구항구 해양공원과 해양 공원 뒷편에 있는 언덕 위 마을에 있습니다. 여수 여행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구항구쪽이라 접근성도 좋고 근처에 카페들도 많아서 꼭 이곳이 아니더라도 추천하는 곳입니다. 구석구석 벽화 구경하면서 동네 둘러보는 재미도 있고요. 다만 생각보다 높고 가파르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올라가서 걸어 내려오는 게 좋을 수 있습니다.
낭만 카페를 대표하는 뷰는 역시 옥상에서 보는 여수 풍경입니다. 제법 높은 건물 옥상이라 앞이 탁 트이고 눈 앞에 돌산도와 돌산 대교, 거북선 대교 등 여수 구항구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집니다. 오전, 오후, 저녁 시간마다 느낌이 달라서 여기 있으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 중 옥상 구석에 있는 이 네모난 창은 포토 스팟으로 인기가 많죠. 예전엔 여기가 경쟁 치열한 좌석이었는데, 요즘은 포토존으로 바뀌었습니다.
네모난 콘크리트 프레임 속으로 보는 여수 바다. 여기 오면 꼭 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습니다. 이날은 코로나에 겨울 시즌이라 옥상에 있던 테이블과 의자는 다 빠져있었고, 잠시 루프탑 뷰를 즐기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늦은 오후에 카페에 가서 해질 무렵 나왔는데, 이날 마침 노을 색이 예뻐서 나서기 전에 한 번 더 옥상에 들렀습니다. 이 년 전 왔을 때는 밤을 새다시피하고 향일암에서 일출을 본 뒤였는데, 그 때 여기서 4월 봄햇살 맞으며 잠시 단잠을 잤던 기억이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옥상을 좋아하게 된 것 같고요.
겨울이라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즘은 흔히 볼 수 있는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 거기에 앉기 불편하지만 보기에 좋은 작은 테이블과 의자를 창가에 둬 통유리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안쪽에는 편한 소파가 있고요.
벽에 붙여 놓은 폴라로이드 사진은 아마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과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것이겠죠. 삼 년 전에도 이게 있었던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걸 기억하고 있으면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추억들이 쌓였는지, 변화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을텐데 말예요.
겨울에 코로나 유행이 여전했던 시기라 손님이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해가 질 때까지 떠나지 않고 바깥 풍경을 함께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몇몇은 이곳 분일테고, 또 몇몇은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일텐데 유리 너머 풍경이 모두에게 감동을 줬나 봅니다. 저는 지난 기억과 사진 속 그 풍경이 다시 눈 앞에 있음에 '여수에 왔구나.'라고 새삼 기뻐하면서요. 겨울이라 해가 빨리 지는 것이 한 편으로는 다행이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야속했습니다.
아, 카페니까 당연히 커피와 차, 케이크 등이 있습니다. 과일 주스도 있는 것 같고요. 지난번엔 여기서 아인슈패너를 마셨는데 이 멋진 뷰가 좀 아까운 맛이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만 이번엔 생각보다 맛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조합이 에스프레소와 피넛 버터였거든요. 낭만 아인슈패너라고 기본 아인슈패너 외에도 모카 크림과 피넛 크림을 넣은 음료를 판매하는데 큰 기교와 깊이는 없더라도 달콤하고 고소한,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입니다. 모양도 예쁘고요. 사실 이만한 뷰가 있는 카페에서 음료 맛이 뭐 그리 중요한가 싶습니다. 뭐라도 맛있지 않을까 싶고요. 여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