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필요 또는 호기심에 의해 여러 브랜드와 다양한 시스템의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했던 경험을 돌아보면 카메라와 렌즈를 선택하는 기준이 매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느낍니다. 화소와 고감도 노이즈 억제 능력, AF 성능 등 기본적인 사양을 살펴보는 것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최근에는 영상 촬영 성능과 편의성을 전보다 유심히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DSLR보다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그리고 35mm 풀 프레임 포맷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됩니다.
풀 프레임으로 완전히 주도권이 넘어간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이제 전처럼 주목받지 못하지만 -사실상 외면받고 있습니다만- 2008년 파나소닉과 올림푸스가 발표한 마이크로포서드 연합은 미러리스 카메라를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파나소닉 GF와 올림푸스 PEN이 미러리스 카메라의 대명사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8년 시그마, 라이카, 파나소닉은 L-마운트 연합을 발표했습니다. 그간 향상된 기술과 변한 트렌드에 맞춰 보다 큰 이미지 센서 포맷, 대구경/고성능 렌즈, 영상 프로덕션 도입 등의 확장을 고려한 이 시스템은 마이크로 포서드 연합 다음으로 큰 미러리스 카메라 역사의 ‘빅 딜’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다른 브랜드에 비해 판매량은 미미하지만 이제 각 회사에서 발표된 1세대 제품들이 완성도와 개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요.
오랜 시간 정든 올림푸스의 국내 영상 사업 철수 이후 제가 파나소닉 S1, L-마운트 시스템을 선택한 이유는 사진과 영상의 균형입니다. 2400만 화소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로 기본적인 이미지 품질을 확보하면서 4:2:2 10비트 4K 동영상 촬영과 V-LOG 등 파나소닉의 영상 기술을 접목한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고화소 모델인 S1R이 아닌 S1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반면 렌즈 선택에는 아직까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세 개의 회사가 렌즈를 개발/출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고가의 고급형 모델에 치중돼 있어서 선택권이 넓지 않거든요. L-마운트 사용자 중 다수가 캐논 EF 마운트 또는 라이카 M 마운트 렌즈에 어댑터를 장착해 사용하고 있는 걸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싶죠.
그런 면에서 L-마운트로 발매되는 시그마 렌즈들의 출시 소식 하나 하나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렌즈군 확충을 위해 기존 DSLR용 렌즈들을 L-마운트로 대응한 데 이어 미러리스 카메라에 최적화 된 전용 설계가 적용된 35mm F1.2 DG DN ART, 14-24mm F2.8 DG DN ART 렌즈 등을 발매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존 렌즈를 리뉴얼한 것을 넘어 미러리스 카메라의 특성을 반영한 전용 설계로 높은 이미지 품질을 유지하면서 크기와 무게를 줄인 것이 장점이죠.
출시를 앞둔 85mm F1.4 DG DN ART는 미러리스 카메라 전용 설계가 적용된 ART 시리즈 망원 렌즈입니다. ART 라인업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높은 이미지 품질을 앞세우면서 기존 85mm F1.4 DG HSM ART 렌즈보다 부피와 무게를 크게 줄인 것이 특징입니다. 시그마/파나소닉/라이카의 L-마운트 카메라들과 소니 FE 마운트 카메라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파나소닉 S1에 EF 마운트의 시그마 ART 렌즈들과 MC-21 어댑터 조합을 사용하던 저는 DSLR용 85mm F1.4 DG HSM 렌즈로 망원 촬영을 진행했지만 비대한 크기와 무게, 액세서리 활용이 어려운 85mm 필터 규격 등에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85mm F1.4 DG DN ART 렌즈의 출시 소식이 누구보다 반가웠고, 운 좋게도 (주)세기피앤씨의 신제품 체험단 이벤트를 통해 시그마의 새로운 ART 단렌즈 85mm F1.4 DG DN ART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약 한 달간 이 렌즈로 일상과 여행의 다양한 장면들을 담으며 후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그전에 저와 같이 이 렌즈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께 간단히 렌즈를 소개하자면, 사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SIGMA 85mm F/1.4 DG DN Art
구성 : 11군 15매
초점거리 : 85mm
화각 : 28.6°
조리개 날 수 : 11매 (원형)
필터 규격 : 77mm
최대 배율 : 0.12X
조리개 값 : F1.4-F16
마운트 : L-mount (시그마, 라이카, 파나소닉)
크기 : 82.8 x 94.1 mm
무게 : 630 g
기존 85mm F1.4 DG HSM ART의 12군 14매와 다른 11군 15매의 렌즈 구성에서 미러리스 카메라 전용 설계가 적용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리개 값은 F1.4에서 F16까지, 최단 촬영 거리는 85cm입니다. 하루 테스트 해 본 결과 기존 35-50mm 렌즈에 익숙해있던 터라 최단 촬영 거리가 좀 멀게 느껴졌습니다. 음식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때가 많더라고요. 조리개 날 수는 11매로 22개의 빛갈라짐을 통한 아름다운 야경을 기대하게 합니다. 필터 구경이 77mm이라 필터와 매트박스 등의 액세서리를 사용하기 용이한 것도 마음에 듭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크기와 무게가 줄어든 것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L-마운트 기준 크기는 82.8 x 94.1 mm로 기존 85mm F1.4 DG HSM ART의 크기 94.7 x 126.2 mm와 비교하면 구경과 길이 모두 크게 줄었고 무게는 630g으로 1130g과 비교해 절반 가량으로 가벼워졌습니다. 이것만으로도 L-마운트와 FE 마운트 시스템 사용자는 새로운 85mm F1.4 DG DN ART를 구매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격같은 요소들이 있겠지만요.
그 외에 방진 방적 설계, 영상 촬영을 위한 무단 조리개 조작 등이 더해졌습니다. 사진뿐 아니라 영상 촬영도 고려한 요소들이 L-마운트의 지향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홈페이지에 있는 렌즈 소개를 보면, 시그마는 전 영역에서 뛰어난 이 렌즈의 해상력, 아름다운 배경 표현, 동영상 촬영에 유리한 조리개 링과 무단 조작, 방진방적 설계 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크기와 무게는 줄었지만 해상력과 대비가 기존 85mm F1.4 DG HSM 렌즈보다 뛰어나고, 주변부 광량 분포 역시 개선된 테스트 결과를 첨부했고요.
기존 85mm F1.4 DG HSM ART 렌즈를 사용하는 입장에선 무엇보다 작고 가벼워진 것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두 렌즈의 크기 비교 그리고 초소형 풀 프레임 카메라 시그마 FP에 마운트 한 모습을 보면 그 차이와 장점을 알 수 있죠.
위 표는 두 85mm F1.4 ART 렌즈의 사양을 비교한 것입니다. 85mm 초점거리와 F1.4 조리개 값을 제외하면 구성 등 대부분이 바뀌었습니다. 그 중 11매의 원형 조리개 날이 만드는 빛갈라짐이 기대됩니다. 야경도 촬영해봐야겠어요.
본격적인 사용기를 시작하기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시그마 85mm F1.4 DG DN ART의 샘플 이미지들을 덧붙이며 포스팅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인물렌즈로 사랑받는 85mm 프레임의 매력, F1.4 개방 촬영의 묘사력과 심도 표현을 확인할 수 있는 이미지들입니다. 다양한 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것으로 보여 렌즈의 특성을 속단할 순 없지만 전반적으로 화사하고 진한 발색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새 렌즈 상자를 보는 마음은 늘 설렙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본격적으로 85mm F1.4 DG DN ART 렌즈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