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 선물로 구입한 볼펜입니다. 평소 수첩과 펜에 관심이 많아서 '안 사고는 못배길 것들'은 하나씩 구매하고 있는데 이건 보는 순간 저를 위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폴 스미스와 까렌 다쉬가 협업해 만든 볼펜입니다.
까렌 다쉬와 폴 스미스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번 제품이 세 번째로 알고 있는데 그간 잘 참다가 이번엔 결국 참지 못했습니다. 흠모하던 저 스트라이프가 볼펜에 적용된 것을 보고 나서요.
지난 콜라보는 여러 가지의 컬러로 된 펜 중 하나를 구매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엔 스트라이프가 적용된 볼펜에 케이스만 원하는 것으로 골라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펜을 고르는 고민 대신 케이스를 고르는 즐거움을 넣었죠. 사실 이 케이스를 필통으로 휴대하는 분은 얼마 없겠지만, 애초에 이런 아이템은 실용을 따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저는 가장 좋아하는 브리티시 그린 -레이싱 그린으로도 불리는- 컬러의 케이스를 고르고, 각인을 추가했습니다. 스스로에게 주는 이런 선물에는 각인을 하면 의미가 더해지잖아요. 케이스를 보는 순간 짙은 녹색과 두 회사의 문구, 그리고 양각으로 표현된 펜의 실루엣을 보고 진지하게 이걸 필통으로 휴대할까 고민했습니다.
케이스를 열면 이렇게 펜이 짠! 아아, 내돈내산 4만원이 아깝지 않습니다.
각인 문구를 고민하다 4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제게 큰 꿈을 안겨 준 MBC '박경의 꿈꾸는 라디오'의 오프닝 멘트를 새겨 넣었습니다. 이제 정말로 꿈 또는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일이 됐지만, 잊지 않고 새겨 두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상징같은 스트라이프, 늘 수집 욕구를 자극하고 제 생각을 옮겨줄 펜, 그리고 꿈같았던 추억이 있는 문구까지. 매년 스스로 생일선물을 하지만 이번 선물은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까렌 다쉬 펜은 처음인데 제 손에는 길이가 좀 짧지만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가 그랬어요, 예쁜 것은 예쁜 것으로 그 역할을 다 한 것이라고. 앞으로 제 주머니와 가방에서 늘 함께하며 좋은 글을 적게 도와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