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히 지내다 보니 벌써 한 달이 지난 제주 여행. 주말에 여유가 생겨 그 때 기억들을 열어보고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3박 4일 중 두 번의 노을을 담은 사진들과 함께 제주 노을의 두 가지 표정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제주는 매년 한,두 번씩 짧게라도 다녀오는데 섬 구석구석 가는 곳마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비록 이번엔 태풍이 제주를 관통하는 시기에 가서 대부분을 비바람 속에서 보냈지만 그래도 운 좋게 사흘 중 이틀은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여행운이 영 나쁜 건 아니죠? 비 맞아도 고장 걱정 없는 E-M1 Mark II와 PRO 렌즈 때문에 걱정 없이 다녔습니다.
군산 오름에서 보는 해넘이
여행 첫 날 저녁, 제주 현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님의 안내로 올라간 군산 오름 정상에선 사방으로 서귀포 근방의 전경이 펼쳐졌습니다. 주차장이 꽤 고지대에 있어서 어렵지 않게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점이 좋았어요. 사진 찍는 분들에겐 이미 유명하다고 하더라고요. 발 아래로 펼쳐진 제주 스카이라인과 바다, 중간 중간 솟은 오름들 그리고 저 멀리 이미 시작된 노을에 빠져 한동안 사진 찍는 것을 까먹을만큼 근사한 곳이었어요.
오름 정상에 올라 해가 완전히 지는 것을 보고 다시 내려올 때까지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짧은 시간동안 하늘은 시시각각 변하며 눈을 뗄 수 없게, 셔터를 멈출 수 없게 했습니다. 태풍 때문에 걱정했던 모두의 마음을 달래줬죠. 그림같은 하늘 아래서 함께 온 이들의 실루엣 역시 아름다웠습니다.
이 날 노을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사방의 모든 풍경이 붉게 물들었고, 해 반대편 서귀포 바다 위에는 무지개가 떴습니다. 이 두 장면이 이 날 저녁 노을 쇼(?)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주 하면 당연히 수평선의 일몰을 생각했는데, 오름도 멋진 뷰 포인트였습니다.
법환 올레길의 푸른밤
그래도 제주 왔으니 바닷가 노을을 빼놓을 수 없죠. 제주에 갈 때마다 빠짐 없이 바해변의 노을을 담아 오는데, 이번엔 서귀포 법환의 올레길에서 멋진 야경을 보았습니다.
여행 두 번째 밤은 빗속에서 보냈어요.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있던 날이라 종일 비가 내렸고, 해를 볼 수가 없어서 노을도 포기해야 했죠. 비는 세 번째 날까지 이어졌고, 종일 호텔에서 보냈는데 오후 다섯시쯤 되니 창 밖으로 해가 비쳤습니다. 그리고 저는 망설임 없이 가방과 카메라를 챙겨 나섰고요.
일몰이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아 가장 가까운 바다로 가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숙소가 서귀포라 가까이에 법환동 올레길이 가까웠어요. 바쁘게 걸음을 총총총. 중간중간 하늘과 해의 위치를 확인하니 맘이 급해졌습니다.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삼각대를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태풍의 여파로 파도가 아직 거칠고 구름도 자욱한데 그 풍경이 굉장히 다이내믹하더라고요. 저 멀리 보인 부두와 등대도 이국적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진가 아리 그뤼에르의 사진이 생각났던 멋진 풍경이었어요. 그래서 시간이 가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하늘도 때마침 보랏빛으로 물들며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이틀간 태풍으로 제대로 제주를 즐기지 못했던 아쉬움을 날려준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밤이 깊은 후에는 여느때처럼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60초 장노출 야경을 찍었습니다. 어느새 여행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됐어요. 60초가 지나 볼 수 있는 고요한 파도를 저는 정말 좋아합니다. 오름 위에서 보는 광대한 뷰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죠. 이 지점에선 저멀리 범섬도 보이는데, 함께 담으면 야경 촬영이 더 풍부해지겠죠.
거기에 이 바다를 보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들도 있습니다. 저는 아뜰리에 안을 추천받아 갔는데, 이미 해가 진 후라 파도 소리밖에 들을 수 없었지만 카페 자체의 매력도 있어서 다음 여행을 기대해보게 되더군요.
오름과 바다, 어찌 보면 제주를 대표하는 두 가지 풍경에서 다른 매력의 노을을 보는 것도 제주 여행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제주도 다녀오시면 좋겠습니다. 맘에 꼭 맞는 카메라와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