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주말 내내 누워있어도 피곤했는데, 가을이 되니 집에 있는 시간이 아깝더군요. 마침 요맘때면 어김없이 찾는 곳이 생각나 다녀왔습니다. 이쯤이면 억새가 가득하겠구나, 라면서.
늦은 오후가 되니 날이 잔뜩 흐려져 기대했던 노을까지는 보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일 년만에 하늘공원을 걸으며 사진 찍는 시간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얼마 전 구매한 새 아이폰의 초광각 카메라를 테스트 해 보는 재미가 있었고, 부쩍 시원해진 바람에 걷기만 해도 좋더군요. 핑크 뮬리밭의, 풀보다 많은 커플 구경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지만 :(
이날은 새 아이폰 카메라가 주력이었지만 그래도 아직 스마트폰만으로 사진 찍기엔 미덥지 못해 올림푸스 카메라를 함께 챙겼습니다. 다만 이럴땐 가급적 장비를 가볍게 챙기고 싶어 렌즈는 단렌즈 대신 12-40mm F2.8 PRO를 챙겼습니다. 카메라도 더 가벼운 E-M1 Mark II로 챙기려다 GPS/손떨림 보정 등의 이유로 E-M1X를 챙겼습니다. 현재 올림푸스 카메라에서 가격을 생각하지 않으면 첫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조합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선 올림푸스 E-M1X와 12-40mm F2.8 PRO 렌즈로 촬영한 사진들과 렌즈의 특징, 장단점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올림푸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렌즈 중 하나지만 단렌즈 애호가인 저와는 그간 인연이 없었던 렌즈였던 터라, 의외인 점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12-40mm
줌렌즈의 장점은 역시나 하나의 렌즈로 다양한 사진들을 찍을 수 있는 데 있습니다. 12-40mm 렌즈는 35mm 환산 약 24-80mm로 제법 넓은 광각부터 정물, 인물 상반신 정도의 촬영까지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준망원 초점거리를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타사 표준줌 렌즈가 보통 24-70mm 내외의 초점거리를 갖춘 것과 비교하면 망원에서 일부 이점이 있습니다.
위 사진은 12mm 최대 광각에서 촬영한 것이며, 아래는 동일한 장소에서 40mm 최대 망원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초점 거리의 변경만으로 완전히 다른 느낌의 사진, 새로운 연출이 필요한 구도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단렌즈를 선호하지만 줌렌즈가 편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발 한짝 떼지도 않고 다양한 프레임을 시도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F2.8의 조리개 값을 모든 초점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급 렌즈라 줌에 따른 제약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좋습니다.
- 광각 -
- 망원 -
12mm 내외의 광각은 넓은 풍경 사진에, 30-40mm 구간의 준망원 초점거리는 정물을 담는 데 활용하면 좋습니다. 활용하기에 따라 다른 렌즈로 촬영한 것 같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죠.
F2.8
F2.8은 이 렌즈를 고급 렌즈로 분류할 수 있는 상징적인 숫자입니다. 12-40mm의 모든 초점거리에서 F2.8 개방 촬영이 가능한 것은 많은 촬영에서 생각보다 큰 이점입니다. 프레임 변경에 따른 카메라 설정 그리고 이미지 품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현저하게 줄어들거든요. 마이크로 포서드의 약점으로 꼽히는 얕은 심도 표현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F2.8이라는 숫자가 다소 아쉬울 수 있겠으나, 대신 이 렌즈는 F3.5-5.6의 가변 조리개 값을 갖는 타사 번들 표준줌 렌즈와 비슷 또는 그보다 작고 가볍습니다.
단순히 배경 흐림만을 기준으로 하면, 40mm 최대 망원을 적절히 활용하면 충분히 보기 좋은 아웃 포커스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날 촬영한 꽃과 억새, 핑크 뮬리 사진들을 보면 심도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느낄 수 없어요.
20cm
거기에 최단 촬영거리가 약 20cm로 짧아 망원+F2.8+20cm를 조합하면 위 사진과 같은 얕은 심도의 정물 촬영이 가능합니다. 촬영 거리가 생각보다도 더 가까워서 간이 매크로 촬영이라고 해도 될 정도예요.
사실 이전에 사용하던 12-100mm F4 IS PRO가 여러면에서 여행용 또는 올인원 렌즈로는 더 좋을 수 있으나 12-40mm의 가벼움과 심도 표현, 근접 촬영은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E-M1X 카메라와의 무게 균형도 좋아서, 촬영하는 데 크게 부담이 없었습니다. 12-100mm 렌즈는 이보다 훨씬 크고 무겁죠. 40-100mm 구간의 망원 촬영을 즐겨 사용하지 않는 제게는 사진과 영상을 함께 고려하면 이쪽이 더 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E-M1X와 12-40mm F2.8 PRO 렌즈로 담은 가을 풍경에 렌즈에 대한 소감을 함께 남깁니다. 고급 표준줌 렌즈로서는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면서 AF 속도나 심도 표현, 근접 촬영 능력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E-M1X와의 조합이 외형상으로나 촬영 편의성 그리고 결과물 모두에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편하게 가을 나들이 하고 싶은, 동시에 좋은 사진도 기대하는 날에 챙길 조합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