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여행에 함께한 올림푸스 E-M1X에 대해 포스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핸드 헬드 고해상도 촬영 기능에 이어, 이번 포스팅에서는 마이크로 포서드 포맷과 올림푸스 카메라의 이미지 품질에 대한 그간의 우려를 해소해 준 손떨림 보정 장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동안 동영상 촬영 중 화면 안정화 정도로 그 역할을 가볍게 보았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생각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눈부신 오후 풍경 못지 않게 여행지의 밤풍경을 좋아합니다. 때문에 제 경우엔 여행 사진 중 낮과 밤의 비중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종종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에선 오후보다 많은 사진들을 저녁과 밤에 촬영하고, 돌아와 남는 사진들 역시 어둠 속에서 피어난 것들이 다수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를 사용하기로 할 때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미지 센서 크기의 차이에서 오는 태생적인 한계로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보다 고감도 노이즈 억제 능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거든요. 노이즈뿐 아니라 채도 저하와 색 왜곡도 종종 경험해서 E-M1X 하나만 들고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 후에도 걱정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경에 도착한 첫 날 밤, 오다이바의 야경을 17mm F1.2 PRO 렌즈로 담으면서, F1.2의 밝은 초점거리 그리고 1초 내외의 긴 셔터 속도에도 흔들림을 효과적으로 보정하는 E-M1X의 IS를 활용해 밤에도 ISO 400 미만의 저감도를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저녁 9시가 가까운 깊은 밤에 촬영한 것으로 빛이 매우 적었지만 17mm F1.2 PRO의 F1.2 최대 개방 조리개 값, 그리고 셔터 속도를 1/5초까지 늘려 ISO 200의 낮은 감도 설정에도 충분한 빛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눈에 잘 보이지 않았던 검은 하늘 속 구름이 담겼고, 밤 풍경이지만 노이즈 없이 깔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7스톱 보정 효과를 자랑하는 E-M1X의 손떨림 보정 장치의 위력을 경험한 후에는 1/5초는 물론 1초 내외의 셔터 속도로 종종 야간/실내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ISO 감도는 최대 ISO 800을 넘지 않도록 설정했고요. 덕분에 이번 여행 사진은 전과 달리 고감도 노이즈 때문에 결과물이 아쉬운 것은 없습니다. 그동안 높은 ISO 감도에서 노이즈가 얼마나 적은지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우수한 손떨림 보정 장치가 이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는 조금 더 과감한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삼각대를 사용할 수 없어 핸드 헬드로 촬영을 해야 했는데, 사람들의 움직임을 담고 싶어 1초 이상의 셔터 속도를 설정했습니다. 처음엔 1/2초로 시작해 1초, 1.6초 마지막엔 2초까지 셔터 속도를 늘렸습니다. 물론 카메라는 손으로 든 채 촬영했고요.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2초간 카메라를 들고 촬영했는데도 흔들림 없이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위 이미지를 확대한 것을 보면, 정지해 있는 버스와 구조물이 흔들림 없이 선명하게 기록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2초간 교차로를 횡단한 사람들의 움직임은 장노출 촬영 이미지답게 표현됐습니다. 삼각대 없이도 장노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놀라웠지요.
2초 이상의 셔터 속도에서는 약간의 흔들림이 발생할 때도 있었지만 1.6초 촬영에서는 대부분 실패 없이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번화가라 조명이 밝은 편이기도 했지만 1초 이상의 셔터 속도는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충분한 편이라 ISO 감도를 기본 감도인 ISO 200보다 낮은 확장 감도 ISO 100으로 설정했습니다.
조리개 값과 ISO 감도 설정에 여유가 생기니 더 좋은 해상력, 깔끔한 이미지 품질을 꾀할 수 있게 되죠. 실제로 굳이 밝은 단렌즈를 사용하지 않고도 12-100mm F4 IS PRO로도 야경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위 두 장의 사진은 동일한 환경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위 이미지는 E-M1X의 손떨림 F4 보정 장치에 의지해 셔터 속도를 1/4초로 설정하고, 조리개는 F4, ISO 감도를 ISO 400으로 설정했습니다. 일반적인 촬영에서는 손떨림을 방지하기 위해 셔터 속도를 1/60초 내외로 설정하게 되죠. 때문에 F2.8로 조리개 값이 더 밝지만 ISO 감도를 ISO 4000까지 높여야 적정 노출이 가능합니다.
두 이미지를 확대/비교하면 야간 촬영에서 낮은 감도를 설정할 수 있는 것이 결과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ISO 4000 결과물은 작은 화면에서도 노이즈가 눈에 띄지만 ISO 400 결과물은 깔끔하죠. 이것은 이후 이미지 보정 작업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E-M1X의 손떨림 보정 장치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또 한 장의 이미지에서도 같은 장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가 거의 다 떨어진 시각이었는데, 동일한 F4 조리개 값에서 셔터 속도를 1/8, 1/60초로 설정함에 따라 ISO 감도가 ISO 200, ISO 1600으로 차이가 났습니다. 그에 따라 동일한 노출 값이지만 이미지 품질은 낮은 감도의 결과물이 월등히 좋죠. 만약 F1.2 조리개 값을 갖는 PRO 단렌즈를 사용한다면 더 낮은 감도, 여유로운 셔터 속도를 설정할 수 있겠습니다.
이 외에도 여행 기간 내내 E-M1X는 ISO 800 미만의 저감도로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그 결과 고감도 이미지 품질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습니다. 삼각대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손떨림 보정 장치에 의존해 비교적 긴 셔터 속도를 활용해 야경을 담을 수 있었고, 저를 매료시킨 동경의 밤을 깨끗하게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고감도 이미지 품질에 약점이 있는 올림푸스가 그들만의 방법으로 내놓은 해결 방법으로 느껴지더군요.
손떨림 보정 장치는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에서도 안정적인 촬영을 가능케하므로 고감도 노이즈 억제력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오히려 활용도 면에서는 더 좋은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야경을 좋아하는 제 촬영 영역에서는 기존 올림푸스 카메라보다 만족도가 훨씬 큽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동경에서 촬영한 4K 동영상과 함께 손떨림 보정 장치의 또 다른 장점과 매력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 올림푸스 E-M1X로 촬영한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