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여행을 준비하며 처음엔 심야 식당에 나온 신주쿠 밤거리,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와 오다이바의 실물 사이즈 건담 등을 기대했지만 점차 평소 좋아하던 일본 음식들의 본고장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어느덧 7박 8일 약 스무 끼 계획은 빼곡하게 채우고도 가고 싶은 식당들, 먹고 싶은 음식들이 많아 고민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됐죠. 기대대로 동경에서 정말 잘 먹고 다녔습니다. 배가 불러 미처 다 먹지 못한 음식들이 아쉽지만요.
이번 포스팅은 제가 동경에서 먹고 온 음식들의 사진과 음식점 정보들을 담고 있습니다. 국내 방송에 소개된 곳과 SNS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집, 그리고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곳들이 두루 있으니 동경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지에서 적어도 끼니 걱정은 하지 않을 정도로요.
풍경과 거리 사진 못지 않게 음식 사진을 여행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음식을 맛깔나게 찍을 수 있는 렌즈를 따로 챙겼습니다. 표준 초점거리에 F1.2의 밝은 조리개 값으로 어두운 실내에서도 깨끗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고, 얕은 심도 표현으로 음식을 더욱 부각시켜 담을 수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 올림푸스 25mm F1.2 PRO 렌즈를 챙긴 이유는 순전히 음식 사진 때문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성공했습니다. F2.8 내지 F4의 조리개 값을 갖는 줌렌즈로 음식 사진을 깔끔하고 먹음직스럽게 촬영하기는 밝은 단렌즈에 비해 어렵거든요. 25mm는 35mm 환산 약 50mm의 초점거리로 음식 사진을 찍는 데 더 없이 좋은 프레임을 제공합니다. 여기에 저는 전체적인 테이블 세팅이나 식당 내부 분위기를 촬영하기 위해선 조금 더 넓은 프레임이 필요해 17mm F1.2 PRO 렌즈를 함께 촬영했습니다.
[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들이 가득한 츠키치 시장의 호르몬동 ]
https://goo.gl/maps/aZ7o6HNjETAAzz7w9
도쿄 여행을 준비하며 첫 손에 꼽았던 집입니다. TV 방송에서 백종원님이 얼마나 맛있게 드시던지요. 오래 끓여 진하게 우러난 소 내장을 밥 위에 얹어 먹는 간단한 음식이지만 깊이가 있고 한 그릇 먹으면 종일 든든합니다. 츠키치 시장에 있는 수백 곳의 식당들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집 중 하나죠. 시장 밥 치고는 비싼 가격이지만 내용물과 맛에서 그 정도 가치는 충분히 하는 것 같습니다. 점심 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 하기 때문에 이왕 가는 거 아침 일찍 가서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게 앞에 있는 철제 테이블에 밥을 놓고 옹기종기 모여 먹는 식이라 여유롭게 사진 찍을 시간은 없지만 이렇게 한 컷 정도 남겨야 여행이 즐겁죠.
[ 가성비 최고의 돈카츠, 치킨카츠를 맛볼 수 있는 집 ]
https://goo.gl/maps/948pGtGt9HV3wxBf9
이곳 역시 방송을 보고 눈여겨 본 집입니다. 무엇보다 오래된 일본 식당 분위기가 폴폴 풍기는 실내가 마음에 들었는데, 시부야 번화가 안쪽 샛길에 있어 찾아가기 힘든 위치, 좁은 실내, 낡은 테이블과 가구들이 실제로 보니 더 좋더군요. 가격도 무척 저렴해서 원하는 튀김을 2가지 골라 먹는 정식이 650엔, 4가지를 골라도 1000엔입니다. 저는 간판 메뉴인 치킨카츠와 멘치 카츠를 먹었는데, 평소 좋아하던 멘치카츠보다도 치킨카츠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적당히 익혀 쫄깃하게 식감과 감칠맛이 살아있는 것이 정말 좋더군요. 먹고 식당을 나오자마자 서울에 돌아가기 전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정도면 도쿄에서 가성비 좋은 맛집으로 추천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 도쿄에 왔으니 몬자야키 맛은 봐야죠, 이왕이면 역사 있는 곳에서 ]
https://goo.gl/maps/JR12u1xcaKbvV2jA8
순전히 외형 때문에 몬자야키를 별로 먹고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도쿄에 왔으니 한 번 경험해봐야겠다 싶어 개중에 이름난 곳을 찾은 것이 몬자타로입니다. 오다이바와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관광객들에게 접근성도 괜찮습니다. 얼마 전 국내 방송에도 소개됐지만 현지인들에게도 인기있는 곳이더군요. 인기 메뉴는 쫄깃한 식감을 극대화 한 치즈모찌몬자. 숙련된 사람들은 직접 재료를 다지면서 재미도 느끼지만 처음 온 관광객들은 눈 앞에서 직접 조리하는 것을 감상하는 것이 즐겁고 맛있게 먹는 방법입니다.
보기와는 다르게 제법 맛있고 특히 맥주와 잘 어울립니다. 철판에 눌러붙은 가장자리를 살살 긁어먹는 재미가 한국 사람들에게도 익숙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여러 명이 방문할 경우 몬자야끼만 먹기보다는 야끼소바 등 다양한 철판 요리를 함께 시켜 두루 맛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몬자야키보다 야키소바가 훨씬 마음에 들었거든요. 야키소바 역시 직접 눈 앞에서 조리를 하는데, 평소에 쉽게 먹던 음식이 고기를 굽는 것부터 채소를 넣는 시간, 소스 넣는 타이밍까지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야키소바 좋아하시는 분은 꼭 함께 주문해 보세요.
[ 처음 먹은 카츠샌드에 반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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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사이에 그냥 돈카츠 끼워 넣은 것이 무슨 특별한 맛이 있겠냐고, 게다가 빵은 눅눅해질테니 차라리 따로 먹는 게 낫지 않겠냐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하는 집에서 먹으니 다르더군요. 특히 포장 후 빵과 고기가 식어도 여전히 맛이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도쿄 사람들이 '소울 푸드' 중 하나로 카츠 샌드를 꼽는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았어요. 난생 처음 경험한 카츠 샌드를 이런 집에서 먹게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다음 도쿄 방문때는 포장 말고 매장에서 갓 튀긴 돈카츠와 카츠 샌드를 먹어보려고 합니다.
[ 40년 된 일본 카레집의 깊은 맛을 느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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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동네라는 키치죠지. 도심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여유롭고 한적한 삶을 누릴 수 있어서라고 하죠. 건물과 도로들은 낡았지만 깨끗했고, 거리 풍경은 서울 외곽의 한적한 주거지와 비슷해서 익숙했습니다. 인기 많은 동네인만큼 맛집들도 많이 있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처음 일본 카레를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40년 된 카레집이 여기 있었거든요. 동네 주민뿐 아니라 일본 내 다른 지역에서 온 일본인들도 많이 방문하는 곳이었습니다. 고기와 다양한 채소, 달걀이 있는 스페셜 카레를 주문했는데, 그동안 한국에서 먹던 일본 카메라와는 맛도 양도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음식 천국 일본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음식이라는 카레. 저는 그래도 라멘과 스시가 더 좋습니다만 이런 카레라면 사랑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 포스팅의 여러 식당 중 세 손가락에 꼽는 곳입니다.
[ 일본에 왔으니 푸드코트에서도 허투루 먹을 수 없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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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선 푸드코트 음식에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백화점 식품관이라도 말이죠. 하지만 음식만큼은 대충 내지 않는 일본에선 푸드 코트 음식도 다르지 않을까 싶어 멀리 있는 맛집을 포기하고 다이바시티의 푸드 코트에 갔습니다. 메뉴를 텐동으로 선택했는데, 찾아보니 꽤 이름난 식당 '카네코 한노스케'의 분점이더군요. 대표 메뉴는 붕장어와 새우, 달걀, 꽈리고추, 오징어 튀김을 올린 덮밥이었습니다. 푸드코트 음식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튀김 상태, 그리고 무엇보다 소스가 맛있어서 금세 한 그릇을 비웠습니다. 비싼 텐동집도 많지만 도쿄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텐동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다고 하네요. 저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었습니다.
[ 단돈 240엔에 한 입 가득 퍼지는 육향과 육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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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식당을 고를 때 실패하지 않으려면 나이 지긋한 어머니들이 줄 서 계신 곳을 고르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직접 요리를 하는 어머니들이다 보니 음식을 평가할 때 다른 사람들보다 까다롭다는 것이죠. 키치죠지의 사토우에서는 유독 현지 어머니들의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시장 내부에 있어서기도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좋은 고기로 만든 멘치카츠를 먹어보니 온가족이 좋아하겠다 싶습니다. 저같아도 매일 먹고 싶을 것 같아요. 240엔짜리 멘치카츠 한 두개 포장해와서 밥이랑 먹어도 좋고, 맥주 안주로도 기가 막힙니다. 키치죠지에서 가장 추천하는 집입니다.
[ 라멘 마니아에게도 새로운 장르였던 유즈시오라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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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라멘 좀 먹고 다닌다 했던 사람이기에 본토에서 먹는 라멘도 기대했습니다. 물론 제가 좋아하는 돈코츠의 고향은 후쿠오카지만 도쿄에도 개성있는 라멘집들이 많더군요. 현지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아후리에 방문해 대표 메뉴 유즈 시오 라멘을 먹었습니다. 흔히 먹는 라멘과 달리 맑은 육수에 유자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것이 무척 깔끔한 느낌입니다. 진하고 느끼한 '남자의 돈코츠!'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이쪽도 대단히 매력 있더군요. 특히 이곳은 면보단 국물이 주인공입니다. 얼마 전 서울역에서 먹은 유즈라멘이 추구하는 것이 이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이제는 도쿄 전역에 퍼진 프랜차이즈가 됐기 때문에 쉽게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겠네요.
[ 오사카에서 즐겨 가던 라멘집이 도쿄에도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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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를 방문할 때면 가장 먼저 찾아가는 라멘집이 도쿄에도 오픈했더군요. 신주쿠 골목을 지나다 우연히 발견하고 얼마나 반갑던지요. 가무쿠라 라멘 역시 한국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스타일인데 닭고기 육수에 배추로 맛을 내 국물이 담백하면서도 매우 시원합니다. 이곳도 면보다는 육수 그리고 아삭한 배추가 주인공이죠. 차슈도 이 라멘에선 찬밥 대접을 받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원한 국물이라 달고 느끼한 일본 음식에 지쳤을 때 속풀이에 그만입니다. 생맥주와 특히 잘 어울리는데 라멘과 함께 맥주를 마시면 술을 마시면서 깨는 느낌이랄까요. 도쿄 음식점은 아니지만 제 오랜 단골집(?)으로 추천할 만합니다.
[ 도,잘,알의 추천 츠케멘집 ]
https://goo.gl/maps/wmwacNEj9JMU7uJLA
도쿄에서 면 좀 먹어봤다 하시는 분들은 다들 이 집을 추천하더군요. 수프에 면을 찍어 먹는 츠케멘인데, 개인적으로 츠케멘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집 츠케멘은 맛있게 먹었습니다. 수프의 감칠맛이 대단하고 굵은 면은 쫄깃한 식감은 아니지만 곡향이 진하고 씹는 맛이 있는 것이 완전히 제 취향에 맞았습니다. 거기에 수프에 마늘과 양파, 가쓰오부시 가루를 넣으면 풍미가 한껏 올라갑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면 양을 라지로 선택해도 동일한 가격이라는 것. 경비의 압박에 시달리는 여행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점심때 한 그릇 든든하게 먹으면 늦은 저녁까지 다닐 수 있으니까요. 이 날 라지 사이즈를 시킨 사람은 저밖에 없었고, 눈에 보이는 면의 양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지만 늘 그렇듯 무사히 클리어했습니다. 츠케멘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가보세요. 현지인들도 줄 서서 먹는 집이더군요.
[ 한 시간 줄 서도 행복한 팬케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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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카페에 무슨 한 시간씩 줄을 서나 싶었는데, 폭신한 팬케이크를 잘라 생크림과 함게 입에 넣으니 그야말로 행복(시야와세)해집니다. 적극적인 SNS 마케팅을 통해 현지인과 관광객이 두루 찾는 집인데, 합리적인 가격에 괜찮은 일본식 팬케이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월마다 바뀌는 특선 메뉴도 있고요. 마침 제가 방문한 날이 요거트를 얹은 6월 메뉴가 출시한 날이었는데, 상큼한 디저트로 괜찮았습니다. -저는 신 음식을 잘 못 먹어서 누텔라를 시킬 걸, 하고 후회했지만요- 인기있는 카페에서 팬케이크와 차를 마시려면 한국에서보다 꽤 많은 돈을 줘야하는 도쿄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합리적인 티타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과일과 생크림 가득, 케이크도 이정도면 식사 ]
https://goo.gl/maps/VYt6JsnPAcX1ysj4A
이곳도 역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도쿄에서는 밥집보다 오히려 디저트 가게에서 줄을 서야했어요. SNS를 통해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하브스의 후르츠 생크림 케이크. 한 조각에 1000엔이 넘는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받고보니 그 크기가 꽤 큽니다. 혼자 먹으면 배 부르겠다 싶을 정도로요. 하지만 생크림과 케이크 시트 모두 몹시 부드러워서 입에 넣는 순간 녹아버리니 실제로는 배가 부른 줄 모릅니다(?). 과일과 생크림, 빵 모두 나무랄 데 없이 괜찮아서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다만 커피 값이 다른 곳에 비해 높아서 이곳은 케이크만 테이크아웃해서 먹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외에도 흔한 동네 프랜차이즈의 규동과 공원 근처 줄 서서 먹는 빵집 등 다양한 곳을 다녔습니다. 츠키치 시장에서 먹은 우니 얹은 가리비의 비릿함만 빼면 도쿄에서는 매 끼니 그리고 디저트 모두 만족하며 다녔습니다. 특히 이 포스팅에 언급한 곳들은 누구에게 추천해도 욕 먹을 걱정 없는 곳이었고요.
이렇게 찍어온 음식 사진들을 늘어놓고 보니 여행 즐겁게 잘 했다 싶습니다. 특히나 밝은 단렌즈로 촬영하니 더 맛있게 담을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여행에서 음식 사진 찍는 것 좋아하시는 분들은 밝은 단렌즈를 음식 촬영용으로 하나 챙기시길 추천합니다. 올림푸스 카메라 사용자는 저렴한 가격의 25mm F1.8 또는 최고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25mm F1.2 PRO 렌즈를 추천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