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E-M1X를 사용하기 전 기대했던 몇 가지 새로운 기능 중 하나가 핸드헬드 고해상도 촬영이었습니다. 기존에도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 중 상위 기종에서는 4-5000만 화소 고해상도 촬영 기능이 탑재됐지만 '연속 촬영 후 합성' 기능이다 보니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킬 삼각대 등의 장치가 추가로 필요했죠. 그래서 결과물에서는 좋은 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활용도가 떨어졌는데, E-M1X에서는 삼각대 없이도 5000만 화소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는 핸드헬드 고해상도 촬영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기존 삼각대 고해상도 촬영 기능에 핸드헬드 고해상도 기능이 추가돼 두 가지의 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해졌는데, 이름은 같지만 둘은 구현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기존 고해상도 촬영 모드가 센서를 미세하게 움직이며 8장의 이미지를 연속 촬영/합성해 대형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라면 핸드 헬드 고해상도 촬영 모드는 그보다 많은 16장의 이미지를 촬영해 합성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제품보다 향상된 손떨림 보정 장치 덕분에 사용자가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 발생하는 미세한 움직임을 보정하면서 다중 촬영이 가능해지게 된 것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E-M1X의 핸드 헬드 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이용해 찍은 이미지와 간단 평을 남겨 보려고 합니다.
기존 삼각대 고해상도 모드에 대한 글은 지난 포스팅에 정리해 놓았습니다. 사용에 제약이 있지만 여행 사진에서는 이만한 게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https://mistyfriday.tistory.com/3066
35mm 풀 프레임 등 경쟁 포맷보다 상대적으로 이미지 센서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 포서드 포맷 특성상 고화소로 맞대응을 하다 보면 고감도 노이즈 증가 등 이미지 품질 저하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이용해 5000-8000만 화소까지 대응을 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E-M1X에서는 삼각대 없이도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으니 활용도가 크게 증가한 셈이죠.
촬영 메뉴의 고해상도 기능 탭에서 핸드헬드/삼각대 두 가지 촬영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삼각대는 기존에 있던 고해상도 촬영 기능과 동일하며 핸드 헬드 옵션이 E-M1X에서 새롭게 추가된 것입니다. 결과물은 5000만 화소와 2500만 화소로 선택할 수 있는데, E-M1X의 기본 이미지가 2000만 화소다 보니 2500만 화소보단 5000만 화소가 의미가 있겠죠. RAW 이미지를 함께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핸드 헬드 촬영과 삼각대 촬영의 결과물이 모두 5000만 화소로 같으니 삼각대 고해상도 기능이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렇지도 않은 이유가 아래에 있습니다.
방식의 차이로 핸드 헬드 고해상도 촬영과 삼각대 고해상도 촬영의 결과물은 JPG가 아닌 RAW 원본 데이터에 차이가 있습니다. 핸드 헬드 촬영은 JPG와 RAW 모두 8160x6120 해상도의 5000만 화소로 기록되지만, 삼각대 고해상도 촬영 이미지는 RAW 데이터가 10368x7776의 8000만 화소로 기록됩니다. 이 RAW 파일을 올림푸스 워크스페이스 등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JPG 이미지로 변환하면 8000만 화소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죠.
아래는 일반 촬영/핸드 헬드 고해상도/삼각대 고해상도의 RAW 데이터를 JPG 이미지로 변환한 것입니다.
각각 2000만 화소, 5000만 화소, 8000만 화소 JPG 이미지로 생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E-M1X의 핸드 헬드 고해상도 촬영 기능은 기존 삼각대 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대체하기보다는 삼각대 등 카메라를 고정할 장치가 없는 환경에서 비교적 손쉽게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더 고화소의 이미지가 필요하다면 삼각대를 사용해 8000만 화소 데이터를 얻을 수 있도록 이원화됐다고 봐야겠습니다. 이로서 적어도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에 대한 몇몇 불만 중 '저화소'에 대한 아쉬움은 일부 해소됐다고 봐도 되겠네요.
그래서 동일한 환경에서 일반 / 핸드 헬드 고해상도 / 삼각대 고해상도 촬영을 진행한 후 비교해 보았습니다. 세 데이터 모두 RAW 데이터를 기준으로 올림푸스 편집 프로그램 워크스페이스에서 JPG로 변환했습니다. 동일한 편집 설정을 적용했고요.
위 이미지는 가장 큰 8000만 화소 데이터인 삼각대 고해상도 촬영 모드의 결과물입니다. 8장의 이미지를 연속 촬영한 결과물이다보니 아래 강물이 마치 ND 필터를 장착한 후 장노출 촬영한 것처럼 매끈하게 담겼죠.
세 이미지의 동일한 부분을 같은 크기로 확대하면 고화소 이미지의 장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0만 화소 기본 촬영 결과물에서는 분간하기 힘들었던 프레임 속 작은 피사체와 선/면들이 식별 가능할 정도로 묘사됐습니다. 가장 큰 8000만 화소와 기본 촬영 2000만 화소 이미지는 단순 계산으로 4배 차이가 나는데, 이는 세부 묘사력의 차이로 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삼각대를 휴대하고 카메라를 거치하는 과정이 없으면서 충분히 고화소의 장점을 얻을 수 있는 핸드 헬드 촬영 결과물이 합리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고해상도 촬영 기능의 한계를 꼽자면 연속 촬영을 응용한 기능이다보니 동적인 장면을 정확하게 캐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화면 속 피사체가 움직이면 그 궤적이 고스란히 최종 결과물에 남게 되죠. 위 확대 사진을 보면 연속 촬영 중 움직인 행인이 어떻게 사진에 담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적인 장면, 예를 들면 풍경이나 건축물을 촬영할 때 고해상도 촬영 기능의 장점이 최대한 발휘됩니다.
다음으로 용량의 문제가 있습니다. 많은 데이터를 담고 있는 이미지다보니 파일 크기 자체가 무척 큰 편입니다. 제가 촬영한 RAW 데이터를 보면 삼각대 고해상도 기능으로 촬영한 8000만 화소 데이터는 60MB가 넘고, 핸드 헬드 고해상도 촬영 결과물도 40MB에 육박합니다. 이런 데이터를 편집, 저장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성능을 갖춘 컴퓨터와 저장 공간을 확보해야 하니 이 역시 감안하며 촬영해야겠습니다.
게다가 올림푸스에서 새롭게 출시한 편집 프로그램 워크스페이스의 속도와 최적화가 상용 프로그램에 미치지 못하니 고해상도 촬영 데이터를 편집할 때는 더 많은 시간과 스트레스가 동반됩니다. 제가 사용하고 있는 5K 아이맥 2017 모델(SSD)에서도 무척이나 느려서,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최적화에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결과물만큼은 만족도가 높습니다.
핸드 헬드 고해상도 촬영 이미지 (5000만 화소)
위 사진들은 핸드 헬드 고해상도로 촬영한 5000만 화소 결과물입니다. 이미지를 확대했을 때 느낄 수 있는 디테일과 샤프니스가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삼각대 필요 없이 손으로 들고 약간의 시간만 더 투자하면 되니 풍경 촬영에서는 앞으로도 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적극 이용하게 될 것 같고요. 그동안 올림푸스 카메라의 2000만 화소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E-M1X에서 갈증을 해소했습니다.
올림푸스 E-M1X로 촬영한 이미지 (M.ZUIKO 12-100mm F4 IS 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