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1 Mark II와 함께 전용 배터리 그립 HLD-9를 영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E-M1X 대신 기분이라도 내 보자 싶어 들였는데 생각보다 촬영과 전원 관리에 도움이 돼서 PRO 렌즈를 사용할 때는 어김없이 체결하게 됩니다. 탈착도 쉽고요. 물론 휴대성은 포기해야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E-M1 Mark II 전용 배터리 그립 HLD-9을 사용하며 느낀 장단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그립
Good - 카메라를 쥐었을 때 새끼 손가락이 허전한 성인 남성, 대구경 PRO 렌즈를 주로 사용하는 포토그래퍼
E-M1 Mark II는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 중 E-M1X 다음으로 크고 무겁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DSLR 카메라보다 작고 가볍습니다. 이점이 카메라를 휴대할 때는 큰 장점이지만 사용자에 따라 촬영 자체의 안정감에는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 많은 성인 남성의 손에는 오른쪽 새끼 손가락을 놓을 자리가 없어서 추가 그립에 대한 아쉬움이 생길 수 있는데, 이것을 HLD-9이 훌륭하게 보완합니다.
배터리 그립을 장착한 E-M1 Mark II를 손에 쥐면 각 손가락이 카메라에 안정적으로 놓입니다. 촬영할 때 카메라가 덜 흔들리는 것은 물론 골고루 힘이 분포되기 때문에 피로감도 덜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카메라 무게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점은 어느정도 상쇄가 됩니다.
대구경 렌즈를 사용할 때 무게 중심을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점 역시 장점입니다. 저는 현재 17mm F1.2 PRO, 25mm F1.2 PRO 렌즈를 사용하고 있어서 배터리 그립을 장착하지 않는 것이 조금 더 조화롭습니다만, 40-150mm F2.8과 같은 렌즈를 사용할 경우 배터리 그립을 사용할 때 촬영이 좀 더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세로그립 일체형으로 제작된 E-M1X와 달리 E-M1 Mark II는 필요에 따라 배터리 그립을 탈착할 수 있습니다. 두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와 연속 촬영 속도 등 기본적인 촬영 성능의 차이가 크지 않아서 이것이 상대적인 E-M1 Mark II의 장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2. 휴대성
Bad - 크고 무거운 카메라가 싫은 사용자
배터리 그립 장착시 부피와 무게 증가는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그리고 그 정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커서 가벼운 매력에 E-M1 Mark II를 선택한 사용자라면 이 카메라의 장점을 갉아먹는 불필요한 아이템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E-M1 Mark II에 배터리 그립을 장착할 경우 카메라의 높이가 약 66mm, 무게가 약 255g 증가합니다. 체감되는 크기가 웬만한 고급형 DSLR 카메라와 동급 또는 그 이상이라 휴대성을 중시하는 분들 또는 야외 촬영 중심의 사용자에게는 쉽게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PEN-F와 17mm F1.8 렌즈 조합의 무게가 500g이 채 되지 않으니까요.
이 배터리 그립은 역시나 휴대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더 안정적인 세로 촬영, 대구경 렌즈와의 균형 등의 장점을 취하고자 하는 사용자에게 적합합니다.
3. 촬영 편의성
Good - 세로 촬영 비중이 높은 포토그래퍼
Bad - 많은 수의 버튼,다이얼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라이트 유저
세로 촬영의 경우 카메라를 쥔 오른손을 치켜 들거나 옆구리에 붙여 카메라를 세워 촬영하게 되는데, 일반적인 가로 촬영보다 흔들림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촬영 중 버튼/다이얼 조작도 불편하고요. HLD-9의 주 사용 목적 중 하나가 세로 촬영에서도 가로 촬영과 동등한 조작과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점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게 됐습니다.
HLD-9의 그립부는 본체의 그립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두툼하게 마련돼 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세로로 들었을 때 일반 촬영을 하듯 편안합니다. 더불어 메인 4방향 버튼과 다이얼도 동일한 위치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조작이 가능하고요. 별도의 Fn 버튼도 두 개 제공되기 때문에 세로 촬영시 주로 사용하는 기능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세로그립의 버튼/다이얼 조작을 모두 비활성화하는 Lock 레버도 제공해 원치 않는 조작을 방지할 수도 있고요.
다만 넓은 공간을 충분히 활용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본체 후면에 있는 메뉴, 삭제, 재생 버튼이 배터리 그립에는 없어서 촬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버튼/다이얼만 배치돼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일체형으로 제작된 E-M1X는 이 배치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반면, 탈착을 고려해야 하는 배터리그립에선 이점이 못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