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직후부터 약 3년간 디자인과 손맛에 반해 사용한 올림푸스 PEN-F를 뒤로하고 E-M1 Mark II로 기변을 감행했습니다. SLR 스타일의 미러리스 카메라 디자인을 선호하지 않고, 경박단소(輕薄短小)를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의 최대 장점으로 늘 이야기하는 제게 E-M1 Mark II는 선호하는 스타일의 카메라가 아닙니다. 그래서 2년 전 잠시 사용했다가 곧 다시 PEN-F로 다시 돌아오기도 했고요.
하지만 3년 새 달라진 컨텐츠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그리고 제 작업 흐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꾸리기 위해 E-M1 Mark II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현재 올림푸스 카메라의 새로운 플래그쉽 카메라 E-M1X가 출격 대기중이지만 2년 된 E-M1 Mark II가 갖는 이점도 있더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E-M1 Mark II를 다시 선택한 이유, 그리고 제품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휴대성 & 디자인
PEN-F의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워낙에 좋아하는 터라 기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RF 스타일의 디자인은 납작한 그립부가 편하진 않아도 그만큼 부피가 줄어 휴대성에서 월등한데, 헤드 부분이 돌출되고 그립부를 두툼하게 보강한 SLR 스타일의 E-M1 Mark II는 확실히 더 많은 공간을 요구합니다. 스타일을 논외로 해도 실질적인 크기와 부피, 무게 모두 PEN-F보다 큽니다. 거기에 PRO 렌즈군까지 결합하면 PEN-F & 17mm F1.8 조합에서 느꼈던 가벼움, 산뜻함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새로 출시한 E-M1X보다는 월등히 작고 가벼우면서도 AF와 데이터 처리 속도의 열세를 제외하면 기본적인 이미지 품질은 동등하다는 것이 E-M1 Mark II를 다시 보게 만듭니다. E-M1X의 등장 덕분에 그동안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 중 가장 크고 무거웠던 E-M1 Mark II과 휴대성과 고성능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된 셈이죠. 일종의 착시 현상이기도 하지만 E-M1 Mark II에 대해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실 4K 동영상 촬영과 위상차 검출 AF 등 PEN-F에 없고 E-M1 Mark II에 있는 몇몇 핵심 요소들이 아니었다면 PEN-F를 계속 사용했을 것 같습니다. 디자인과 휴대성은 기변을 가장 망설이게 한 단점이었고, 현재도 의문입니다.
한 줄 요약 : 더 크고 무겁고 못생긴 카메라로 바꿔야 할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봅시다.
- 하지만 E-M1 Mark II 실버 모델은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
이미지(사진)
총 화소수 약 2180만에 유효 화소 약 2040만.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두 카메라의 화소수는 동일한 수준이고, 이미지 품질 역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조금 더 빠르고 정확한 초점 검출과 연속 촬영이 더 나은 결과물을 안겨줄 수 있지만 그것이 무의미한 혹은 굳이 필요하지 않은 환경에서 촬영한 이미지는 사실상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때문에 주로 정적인 사진을 촬영하는 제 용도에는 더 가볍고 스타일리쉬한 PEN-F가 적합합니다. 오직 사진을 중심으로 고려했다면 E-M1 Mark II로 기변하는 일은 없었겠죠.
한 줄 요약 : 카메라가 바뀌어도 사진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참고할만한 포스팅>
올림푸스 OM-D E-M1 Mark II의 2000만 화소, 화질에 대한 해답이 될까?
촬영 성능
두 기종 모두 해당 라인업의 최상위 제품이지만 촬영 성능을 비교하면 제법 차이가 납니다. 아마도 PEN 시리즈와 OM-D 시리즈의 지향점 차이에서 오는 결과가 아닐까요. E-M1 Mark II는 위상차+콘트라스트 방식의 AF 시스템으로 더 빠르고 정확한 초점 검출이 가능하며 움직이는 피사체에 대한 추적 능력도 월등합니다. 초당 15fps의 연속 촬영은 PEN-F의 5fps보다 약 세 배 빠른 속도이고요. PEN-F가 촬영 성능면에서 E-M1 Mark II보다 나은 것은 사실상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E-M1 Mark II를 PEN-F보다 상위 기종으로 분류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이 성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평가는 갈립니다. 제 경우에는 AF의 속도와 정확성에서 덕을 보겠지만 피사체 추적이나 15fps의 고속 연속 촬영을 사용할 일이 드물거든요. 그래서 내심 AF 성능을 보강한 PEN-F 리뉴얼 버전을 기대했지만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한 줄 요약 : 더 크고 무거운 카메라가 월등히 좋지만, 그걸 다 활용할 수 있을까요?
동영상
여기서부터가 E-M1 Mark II로 기변한 실질적인 이유입니다. 사진 못지 않게 영상이 중요해지면서 저도 4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여행 및 데일리 카메라가 필요해졌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PEN-F를 사진용 카메라로 두고 4K 동영상 촬영용 카메라를 추가로 영입하려다 둘을 아우를 수 있는 E-M1 Mark II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PEN-F로 좋은 인상을 받은 이미지를 변함 없이 운용하면서 더 나은 동영상 촬영 성능을 얻게 된 것이죠. 거기에 월등한 촬영 성능과 듀얼 메모리 슬롯은 덤. 2년 전 싱가포르 여행 때 E-M1 Mark II를 활용하면서 동영상 성능에 가장 만족했던만큼 PEN-F 사용자에게는 의미있는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새로운 E-M1X가 4K 동영상 촬영에 OM-LOG를 추가하면서 활용도를 더욱 높인 터라 E-M1 Mark II의 위치가 다소 어정쩡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영상 후보정 작업에 동영상 프로파일이 갖는 장점이 크기 때문입니다. E-M1 Mark II는 더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로 촬영하는 Flat 픽쳐 프로파일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앞으로 직접 활용해 볼 계획입니다.
한 줄 요약 : PEN-F가 4K만 됐어도..
신뢰성
올림푸스 카메라의 최대 장점인 우수한 방진방적 설계 덕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PEN-F의 경우 메탈 소재의 외형이 단단해보이긴 하지만 먼지와 수분을 막는 설계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OM-D 시리즈의 상위 제품들 그리고 PRO 렌즈군에도 동등한 수준의 방진 방적 설계가 적용됐습니다. 크기와 무게의 균형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E-M1 Mark II에 PRO 렌즈군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거기에 손떨림 보정 장치의 성능 역시 미세하게나마 우위에 있습니다. PEN-F의 5축 손떨림 보정 장치가 약 5스텝의 보정 효과가 있고, E-M1 Mark II는 5.5스텝, 12-100mm F4 PRO 렌즈 결합시 6.5스텝까지 흔들림을 보정합니다. 동일한 렌즈를 사용해도 0.5스텝 가량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이득은 이득이죠.
한 줄 요약 : PEN-F는 이제 은퇴가 가까워진 노장일까요?
작업 효율
USB-C 포트를 활용한 작업 효율의 증대 역시 기대하는 부분입니다. E-M1 Mark II는 USB-C 포트를 이용한 데이터 전송과 테더링 촬영 등을 지원하는데, 제가 사용하는 맥북 프로와 케이블로 직접 연결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올림푸스 캡쳐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시간 촬영/모니터링이 가능해졌습니다. 작업 효율이 그만큼 향상되겠죠.
다만 E-M1X가 USB-C 100W 충전을 지원하는 데 반해 E-M1 Mark II는 USB 충전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포트 통일을 꿈꾼 제게는 무척이나 아쉬운 소식입니다. 그 외에도 더 많은 데이터를 기록하고 백업할 수 있는 듀얼 메모리 슬롯, 대용량 배터리 등이 E-M1 Mark II 기변을 통해 더해졌습니다.
한 줄 요약 : 포트 덕후는 요즘 USB-C 통일 꿈을 꾸고 있습니다
PEN-F에서 E-M1 Mark II로의 기변. 예상대로 장점과 단점이 명확합니다. 디자인과 휴대성에서는 이루 말 못할 손해를 봤지만 촬영 성능과 작업 효율 등 ‘카메라’에게 기대하는 거의 모든 요소에서 이점을 얻게 됐습니다. 더 크고 무거운 카메라를 사용하게 되면서 전처럼 매일 카메라를 챙기는 것이 힘들어질 수도 있지만, 더 나은 결과물과 고화질 동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꼭 필요했던 4K 동영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가볍게 일상을 기록하던 카메라가 조금 더 ‘촬영 장비’에 가까워진 느낌이라 반드시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역시 능력만 된다면 둘 다 가지고 있는 게 나을 것 같네요.
기변을 고려 중인 PEN-F 사용자, 그리고 새롭게 올림푸스 카메라를 구매하는 분들께 제 고민과 결론이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