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먹을 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는 말을 어느때보다 실감하고 있습니다. 긴 설 연휴를 보내고 나니 어느새 2월 중순이 됐네요. 새해를 시작하며 세웠던 목표들을 조금씩 잊어갈 시기입니다.
제 올 해 목표는 하루를 더 촘촘히 기록하고 많이 곱씹어보는 것입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으니 조금 더 천천히 즐겨보려고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2019년 1월, 새해 첫 한 달의 기록들을 사진을 통해 돌아보려 합니다. 사진을 담아 준 카메라는 물론 외출마다 휴대폰마냥 꼭 휴대하는 올림푸스 PEN-F입니다.
새해 첫 달인 1월은 한 해 중 가장 매서운 추위가 있는 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해의 기록들을 봐도 1월에는 야외보다 실내 공간을 담은 사진들이 많습니다. 카페나 전시장이 주 배경이고, 연말연시에 맞춰 열린 행사장 모습이 남아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때보다 맛있는 것들을 많이 먹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2019년 1월 기록들에서도 이런 특징들이 고스란히 보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실제로 시간은 일자로 흐르지만,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24시간, 7일, 12달에 맞춰 뱅글뱅글 돌아가는 것이 말이죠.
사실 최근 몇 년간 제 새해 목표는 변함없이 '한 달에 한 번 여행하기'였습니다. 물론 계획대로 된 해는 한 번도 없었죠. 최근에는 실내에서 생각하고 글 쓰는 것이 일이 되면서 점점 게을러지고, 어느새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여행보다는 기록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거창한 여행 말고도 하루짜리 나들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근사한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으며. 그래서 오히려 이전보다 카메라를 휴대하고, 사진을 찍는 빈도는 더 잦아질 것 같습니다. 지난 1월의 기록을 보니 그렇습니다.
2019 올림푸스 데이
2019년 마지막 주말엔, 저와 함께 일하고 있는 올림푸스 카메라의 유저 초대 행사 '2019 올림푸스 데이' 행사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플래그쉽 미러리스 카메라 E-M1X 출시에 맞춰 진행된 올림푸스 데이 이벤트에서는 이제 막 선보인 신제품을 많은 사용자들에게 소개하고, 지난해 개최된 사진 공모전 입상자에 대한 시상과 모델 촬영, 제품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저도 행사 둘째날인 일요일에 현장을 찾아 관심이 가는 신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왔습니다.
올림푸스 행사인만큼 올림푸스 카메라를 들고 가서 행사장 현장 스케치를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요즘들어 영상에 관심이 생겨 영상으로도 담고 싶었지만 제 카메라 PEN-F의 동영상 성능에 영 신뢰가 가지 않아 결국 사진만 찍게 됐죠. E-M1X 외에도 함께 발표된 E-M1 Mark II의 실버 버전이 눈길을 끌었는데, 개인적으로 외형은 이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실버 색상의 카메라를 워낙 좋아해서요.
지난해 말 17mm F1.2 PRO 렌즈를 영입해 17mm F1.8과 비교하고 있는데, F1.2와 F1.8의 조리개 값 차이 외에도 렌즈 자체의 광학 성능과 보정에 유리한 뉴트럴한 컬러 등에서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비슷한 프레임이지만 완전히 다른 성향의 렌즈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특히 야외 환경에 비해 조도가 여의치 않은 실내 행사장에서 17mm F1.2 PRO 렌즈는 17mm F1.8 렌즈보다 월등한 결과물을 안겨줬습니다. 17mm 광각 렌즈라 현장 스케치를 하는 데에는 매우 좋지만 제품 클로즈업 사진 등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는데, 25mm F1.2 PRO 렌즈를 추가하면 전천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해에도 '사는 게 다 사는 거지'
'2019년에는 절약해야지'라는 메모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올해도 역시 탕진의 역사가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4년만에 구형 맥북에서 신형 맥북 프로로 기변을 감행한 것이 컸죠. 마음 먹은지 하루만에 집 앞에 배송이 오게 만든 쿠팡 로켓배송이 내심 원망스럽습니다만, 더 많은 일, 그리고 꿈을 위한 투자가 되리라 믿습니다.
10년 넘게 꾸준히 블로그를 관리하며 몇 번 주제가 바뀌긴 했지만 변함없이 가장 즐거운 카테고리는 IT 관련, 그 중에서도 신제품 언박싱과 후기를 남기는 것입니다. 예전보다 그 속도와 열정은 줄었을지 몰라도 가끔 이렇게 포장 뜯지 않은 새 제품 패키지를 조심히 뜯어 보며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지금도 매우 즐겁습니다.
특히 F1.2 조리개 값의 PRO 단렌즈군이 추가된 후로는 제품 사진을 찍기 더 좋아졌습니다. 밝은 조리개 값 덕분에 실내에서도 깨끗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심도 표현도 자유로워 제품의 원하는 부분을 부각시켜 촬영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카페에서 친구와 맥북 프로 패키지를 열어보며 찍은 사진들도 제가 원하는 것을 충실이 담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17mm가 제품 사진 촬영하기엔 왜곡이 조금 있어서 25mm F1.2 PRO 렌즈를 추가해야할지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똑똑하게, 자주, 많이 지를 수 있길 바랍니다.
출간 그리고 새해 첫 강연회
2018년 마지막 달, 두 번째 여행 에세이 '어쩌면 _할 지도'가 출간됐습니다. 늘 12월에 출간하게 돼 정신없이 새해를 맞이하게 되는데, 뒤이어 새해 초에 강연회나 방송 출연 등이 있곤 합니다. 2019년 1월에는 브런치 작가로는 처음 서는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막연했던 출간의 꿈을 이뤘던 브런치에서 마련한 자리라 다른 때보다 신경을 쓰고 준비했습니다.
그 준비 중 하나가 참석하신 분들께 드릴 선물이었는데, 그동안 제가 찍은 여행 사진들을 골라 아크릴 액자로 제작한 것이었습니다. 보기 좋은 것들을 골라 주문한 뒤 강연회 전 날 택배로 제품을 받았습니다. 주문 수가 많아 서비스로 받은 액자는 제 방에 놓았고요. 블로그와 제 SNS 채널에 남길 기록들도 역시 올림푸스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 F1.2 PRO 렌즈들은 보기 좋은 심도 표현이 가능해서 좀 크고 무거워도 늘 선택하게 됩니다.
2019년 1월에 제 가장 큰 행사였던 강연회는 많은 분들의 도움 속에 무사히 끝났고, 설렘과 떨림 속 남긴 기록들로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왠지 새해 목표를 아직까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공간을 찾아 다니는 재미
날씨가 추운 1월에는 아무래도 야외보다는 실내를 찾게 됩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보기 좋고 포근한 분위기의 공간을 일부러 찾아가게 되죠. 1월의 수확이라면 종종 가던 충무로 안쪽 골목에 있는 새로운 카페, 그리고 동네 가까이 있는 이색 카페입니다.
수유에 있는 제프리 카벤디쉬 런던 카페-이름이 어려워서 늘 검색을 해야 합니다-는 플라워카페입니다. 실내 들어서자마자 봄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조명과 실내 온도가 포근하고 거기에 사방에 꽃이 피어 은은하게 향기까지 나니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다른 플라워 카페처럼 노골적인 여성 취향 인테리어가 아니라 저같은 아조씨가 있기에도 어색하지 않더군요.
커피와 디저트 역시 플라워카페 답게 예쁘고 다채롭습니다. 사진 찍기 정말 좋은 카페였습니다.
겨울이 가기 전에 몇 군데 더 좋은 장소를 찾아보려고요.
#먹스타그램
추우니 자꾸 실내를 찾게 되고, 차만 계속 마실 수 없으니 결국 무언가를 먹게 됩니다. 이왕 먹는 것 맛있는 거 먹자 싶어 맛집을 찾아가게 되고요. 그래서 1월에는 다른 때보다 맛있는 걸 많이 먹게 됩니다. 그 중에서 이번달에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코노하의 라멘들. 요즘 식욕이 없어 되도록 좋아하는 라멘을 찾아 먹게 되는데, 맘편히 갈 수 있는 동네 라멘집 코노하의 메뉴를 하나씩 맛보는 즐거움에 빠져 있습니다. 대표 메뉴인 쌍문동코츠 라멘을 비롯해 마제소바, 미소라멘, 탄탄멘 등을 방문할 때마다 하나씩 먹고 있는데 돈코츠 라멘과 마제소바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마제소바를 맛있게 하는 집이 드문데 수유/쌍문에 이런 집이 생긴 것이 축복이라 생각할만큼 맛이 좋습니다. 사장님도 친절하시고요. 주변에 적극 추천하게 되는 집입니다. 다음 방문때는 또 다른 메뉴 사진을 찍어 와야죠.
새해엔 아프지 맙시다!
조금 더 많은 기록을 하고 싶었지만 1월 말 시작된 허리 통증 때문에 설 연휴가 지난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외출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메라 무게마저 부담돼서 요즘은 카메라를 챙기고 있지 못하기도 하고요. 이런저런 새해 목표들이 건강 때문에 물거품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파보니 엄마 말대로 건강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세요. 건강해야 맛있는 것도, 즐거운 여행도 할 수 있습니다.
2월에는 더 좋은 기록들을 포스팅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