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공예에 이어 평소 관심이 많았던 목공예를 배우고 싶어 얼마 전 공방에서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로 맛을 보고 왔습니다. 스툴 하나를 만들면서 목공예의 기본 작업들을 경험할 수 있고, 나무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어 본격적으로 목공예를 배우기 전 참여하면 좋겠더군요. 제가 방문한 공방은 양재에 위치한 로브라운 나무 공방이었습니다.
가구부터 소품까지 나무 제품들을 디자인하고, 주문 제작 형태로 판매하는 공방이었는데, 최근 스툴 제작 원데이 클래스를 개설했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했어요. 제가 가죽 공방을 고르면서 세웠던 기준과 같이 유니크한 디자인, 디자이너의 감각 등을 보고 결정했고요.
공방 내부에는 대표 상품인 테이블과 스툴이 전시된 공간이 있습니다. 스튜디오 같기도, 포토존 같기도 한데 환한 조명 아래서 원목으로 제작한 상품을 직접 보며 나무의 결과 질감, 마감 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원데이 클래스에서 당장 저런 테이블과 스툴을 만들 수는 없지만 목공예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가슴이 두근거릴만한 공간입니다.
본격적인 클래스에 앞서 제작 과정과 나무의 특성 등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가구 제작에 주로 사용되는 목재 샘플들이 있어 색과 무늬, 질감 등을 직접 보고 만지며 느낄 수 있고, 습도와 온도에 따른 변화 등 각 목재의 특성까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소나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공방 안쪽에 위치한 작업실. 원목 자재를 포함해 다양한 도구, 시간과 노력이 가득 배어있는 작업대까지 고요했지만 힘이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완성을 앞둔 듯한 스툴도 하나 보였고요. 전문가 냄새 폴폴 풍기는 분위기, 그리고 은은하게 풍기는 나무향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어요. 이런 게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때 느껴지는 설렘이죠.
공방의 도구들은 늘 신기합니다. 가죽 공예때도 그랬고 이번 나무 공방에서도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가죽 공예보다 큰 제품들을 주로 만들다보니 사용되는 도구들의 크기도 크고 종류도 더 많아 보였습니다. 나무를 자르는 톱과 구멍을 뚫는 드릴 등 공방 감성 물씬 나는 장비들과 다양한 색과 용도의 페인트, 유약들. 본격적인 클래스 수업 전에 내부를 둘러볼 시간이 있어 맘껏 사진을 찍으며 구경했습니다. 가죽 공예때도 느꼈지만 저는 아무래도 공예보다는 도구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스툴 제작 클래스의 시작. 반질반질하게 마감된 견본이 보이고, 제 앞에도 준비물이 놓입니다.
사실 의자 하나를 제작하는 데만 해도 꽤 많은 공정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당일 완성이 가능하도로록 그 과정을 간소화 했습니다. 파트별로 미리 손질된 부속들이 미리 준비되는데, '이거 그냥 위치대로 끼워 맞추면 끝나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지만 여기서부터 시작해도 꽤 거칠고 많은 공정이 필요하더군요.
마음에 쏙 드는 앞치마를 동여 매고 나면 기본적인 조립 방식과 클래스 진행 과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생각했던 대로 부속들을 끼워 맞추면 의자의 형태는 완성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죠.
첫 과정은 의자의 받침이 될 부분에 다리를 조립할 구멍을 뚫는 것입니다. 드릴 장비로 미리 표시된 부분에 원형 홀을 뚫는 작업인데 육중한 장비에 처음엔 주눅 들었지만 부드럽고 수월하게 구멍이 뚫리는 것을 경험하니 자꾸만 해보고 싶어져서 연습용 목재를 부탁해 몇 번을 연습했습니다.
다음은 가조립. 구멍을 뚫은 받침에 다리를 조립하고 각 다리를 지지할 사이 목재까지 연결해 완성된 형태를 미리 확인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만약 오차가 있다면 수정을 하게 되겠죠. 단단하게 조립하기 위해 고무 망치가 필요했습니다.
가조립으로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세부적인 연마 작업에 들어갑니다. 조립에 용이하도록 기본 재단만 가해진 목재 파츠를 다듬는 것입니다. 다리 사이를 연결하는 지지대 부분은 이렇게 단순한 층으로 깎여있는데, 이것을 칼로 부드럽게 연결되도록 깎아내는 것이죠.
이렇게 자연스러운 곡선이 되도록 칼로 반복해 깎아냅니다. 이것이 완만하고 미려할 수록 스툴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설명입니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욕심을 내서 상당히 가늘게 깎아냈는데,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조립을 하고 보니 확실히 좀 더 근사해 보였습니다.
다음으론 하중을 많이 받을 받침 부분의 내구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입니다. 정중앙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목재를 넣어 보강하는 것인데, 정중앙에 정확하게 구멍을 뚫는 것과 본드 양을 잘 조절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죽 공예에서도 비슷한 작업을 많이 했는데, 그 때도 본드 양을 잘 조절하지 못해 애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기본적인 마감이 완성되면 다시 스툴을 조립합니다. 다행히 크게 어긋나는 것 없이 잘 맞아들어가 기뻤습니다. 이렇게 딱딱 맞아들어갈 때 쾌감이 느껴진다죠.
다음은 마감 작업. 쉽게 말해 '사포질'
가죽 공예때도 지겹게 한 것인데, 이번엔 제품의 크기도 많고 가루가 날리는 수준도 달라서 그보다 조금 더 힘들었습니다. 마지막 마무리인만큼 이 샌딩에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에 따라 완성된 스툴의 완성도가 나뉘게 된다죠. 특히 엉덩이가 닿는 받침의 겉면, 그리고 공들여 깎았던 다리 사이의 지지대에 신경을 써서 사포질을 했습니다. 샌딩 기계도 함께 사용하지만 역시 세세한 부분은 손으로 직접 해야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오죠.
그렇게 시작한 지 약 네 시간만에 스툴이 완성됐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샌딩 작업이 균일하지 않아 표면이 울퉁불퉁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놓고 보니 꽤 그럴듯합니다. 특히 가늘게 깎은 지지대가 의외로 눈에 잘 띄어서 고생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저처럼 목공예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목재와 작업에 대해 배워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는 길에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좋은 스툴도 하나 생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