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지름이 무엇이 될까 궁금했는데 예정에 없던 무선 이어폰이 됐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 반디앤루니스에서 청음해 보고 내심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르게 구매하게 될 지 몰랐거든요. 배경에는 2년만에 수명을 다한 애플 에어팟의 사망 소식이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구매한 애플 제품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지만 동시에 수명이 가장 짧은 제품이기도 했습니다. 조만간 에어팟을 2년간 사용하며 느낀 것들도 정리해봐야겠습니다.
소개
이번에 구매한 무선 이어폰은 뱅앤올룹슨의 무선 이어폰 이어셋(Earset)입니다. 가격이 저렴해진 에어팟을 새로 한 대 더 구매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고 싶기도 했고 청음 때 첫인상이 좋아서 이 제품을 구매했어요. 같은 회사의 유선 이어폰 A8을 고장날 때마다 새로 구매하며 10년 넘게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어셋은 A8의 무선 버전격인 제품입니다. 물론 구조상의 한계로 오리지널의 우아함까지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무선 이어폰에서도 어느정도 인정받고 있는 뱅앤올룹슨의 사운드 튜닝, 특유의 디자인은 역시 매력적입니다. -미리 일러두자면 음색은 A8과 완전히 다릅니다-
이어셋은 2018년 5월 출시됐으며 사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 때 짤막하게 소개(겸 욕심)이 담긴 포스팅을 남긴 적이 있고요.
뱅앤올룹슨 A8의 재탄생, 무선 이어폰 베오플레이 이어셋 (Beoplay Earset)
블루투스 무선 통신으로 연결되는 무선 이어폰으로 에어팟과 같이 완전 좌,우 유닛이 완전히 독립된 구조가 아닌 두 유닛이 케이블로 연결돼 있는 형태입니다. 케이블에는 3개의 조작 버튼이 있습니다. 한 번 충전으로 약 5시간 사용 가능하며, 충전은 본체의 USB Type C 포트를 통해 이뤄집니다. 무게는 약 30g으로 비교적 무거운 편입니다. AAC 코덱을 지원하기 때문에 애플 제품과 호환성이 괜찮은 편이고 앱을 통해 사운드 톤을 설정하는 기능 등을 지원합니다.
뱅앤올룹슨의 무선 이어폰은 이전에 H5를 사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사운드는 꽤 마음에 들어서 에어팟과 둘을 놓고 고민했는데 요상한 전용 크래들이 필요한 충전 방식이 매우 불편해서 에어팟을 사용하기로 했죠. 이번 이어셋은 본체에 직접 케이블을 연결해 충전할 수 있고, 단자 역시 범용성 높은 USB Type C를 채택해 충전 편의성은 매우 좋아졌습니다. 그 때문에 본체 유닛이 A8에 비해 크고 못생겨졌지만 말이죠.
- 많은 사람들은 A8과 비교하는 것 조차 무례하다고 합니다 -
하지만 A8을 사용해 본 분이라면 누구나 이어셋이 A8의 무선 버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못생겨도 내 새끼'라고 이해해야겠죠. 둘을 비교해보면 배터리와 회로가 들어가는 본체 유닛부가 비대해졌지만 클립 디자인은 A8의 그것과 동일합니다.
색상은 현재 4가지가 발매돼 있더군요. 블랙,화이트,그라파이트 브라운 그리고 핑크. 저는 처음부터 그라파이트 브라운 컬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패키지
패키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올해부터 하위 브랜드였던 베오플레이가 사라지고 뱅앤올룹슨 브랜드만 사용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어셋은 지난해 출시한 제품이라 B&O 로고가 있습니다. 제품 사진과 함께 제품명, 특장점 등이 인쇄돼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B&O 로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리지널 로고의 우아함 없이, 서브 브랜드 특유의 느낌이 충만해서요. 색상은 그라파이트 브라운으로 메탈 부분이 코퍼 색상에 가깝습니다. 사진보다 실물이 고급스러워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어셋이 A8보다 못생겨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비대한 유닛의 존재지만 그 못지 않게 저 B&O 로고 역시 큰 마이너스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새로 생산되는 제품에는 오리지널 Bang & Olufsen 로고가 들어갈지 모르겠지만 현재 로고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그라파이트 브라운 색상이 적용된 부분은 유닛 끝 리시버 부분과 클립 중 메탈이 노출된 부분입니다.
구성품은 이어셋 본체와 휴대용이지만 보호 목적을 제대로 할 지 의문인 파우치, 시대착오적인 USB A to C 케이블, 가격 생각하니 자책감이 들었는지 몇 쌍 챙겨준 이어폰 솜입니다. USB C 환경을 구성한 분들은 추가로 USB C to C 케이블이 필요하겠네요. -제가 그렇거든요-
파우치는 H5의 구성품과 같은 재질에 크기만 달라 보이는데, 소재 자체도 고급스럽지 않고 본래 목적인 제품 보호에도 영 별로라 상자에 고이 넣어두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본체 빼고는 무용지물이군요.
패키지
A8을 오래 사용해왔던 만큼 이어셋의 디자인에 대해서도 내심 기대가 컸습니다만, 유닛이 이렇게나 클 줄은 몰랐습니다. 제품 사진을 잘 찍어 놓아서 그렇지 실물은 더 거대합니다. 소재도 플라스틱이라 가격에 걸맞은 고급스러움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나마 메탈 소재의 클립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케이블에는 3개의 버튼으로 구성된 리모컨이 있습니다. 제품을 착용했을 때 왼쪽 귀 아래쯤에 위치하며 위, 아래 버튼은 볼륨 조절, 가운데 버튼은 재생/전원 조작/페어링 등을 제어하는 멀티 버튼으로 사용됩니다. 일반적인 이어폰과 같이 한 번 짧게 누르면 재생/일시정지, 두 번 짧게 누르면 다음 곡 재생, 세 번 짧게 누르면 이전곡 재생, 길게 누르면 시리 호출, 더 길게 누르면 페어링 모드로 진입합니다.
에어팟은 본체 유닛을 두드리는 방법이 사용해 본 무선 이어폰 중 가장 편했습니다. 게다가 이어셋의 버튼은 조작감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다만 이어셋이 볼륨 조절이 단독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 이어셋만의 장점도 있습니다.
이어셋과 A8의 유닛을 비교해보았습니다. 분명 비슷하긴 한데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게다가 누가 봐도 어느 한쪽이 훨씬 아름답죠. 언젠가는 무선 이어폰이 유선 이어폰 못지 않게 작고 간결한 디자인을 갖게 되겠지만 현재는 차이가 크네요. 리시버 그릴은 그럭저럭 비슷합니다. 오히려 철망 눌림 현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A8보다 내구성은 더 좋아 보이고요.
이어셋의 유닛이 크고 두꺼울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배터리와 회로의 존재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 충전을 위한 USB Type C 포트까지 본체 유닛에 배치돼 있으니 커질 수 밖에 없죠. 충전은 약 2시간 소요되며 20분 충전으로 1시간 재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 B&O 이어셋 착용 사진 >
역사상 가장 사랑받은 이어폰 A8의 영광을 재현하기에 무선 이어폰 이어셋은 많이 부족합니다. 구조적 한계로 디자인은 몇몇 요소들만을 재현하는 데 그쳤고, 배터리 성능 역시 평균적인 수준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운드 역시 섬세한 고음과 높은 해상력을 자랑하는 A8과는 동떨어져있다는 평이 대부분이고요.
하지만 현재 구매할 수 있는 무선 이어폰 제품들과 비교하면 이어셋이 갖는 나름의 강점이 있습니다. A8보단 못생겼지만 많은 무선 이어폰들 사이에서는 눈에 띄게 아름답고, 메탈 소재의 질감과 컬러가 매력적입니다. 사운드는 포기하고 편의성만 취한다는 그동안의 인식과는 달리 사운드 튜닝을 통해 무선에서도 즐겁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A8에 향수를 갖고 계신 분이라면 여러 이유보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무선 이어폰 제품입니다.
유무선 세트를 완성하니괜히 흐뭇해지는 것을 보면 말이죠.
앞으로 사용해보며 후기 남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