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 누구나 다양한 '시작'을 계획하게 됩니다. 한 해 꼭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요.
제 경우에는 올해 영상 촬영과 편집을 배우는 것이 그 중 하나인데, 그 핑계로 저성능 랩톱을 바꿔야 할 명분(?)을 주장하게 됩니다.
3년 넘는 시간 동안 두 권의 책을 저와 함께 써 준 맥북을 교체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죠.
그리고 마음이 바뀌기 전에 결제를 감행합니다. 제 마음을 알았는지 쿠팡은 민첩한 움직임으로 다음 날 오후에 제게 새 맥북을 안겨 줬고요.
새 맥북 상자를 뜯기 전, 테이블에 올려놓고 바라보고 있으니 카드값 걱정은 잠시 잊고 그저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실 이 때가 가장 즐겁죠.
2015년에 구매한 12인치 맥북은 문서 작업을 하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지만 가끔 사진 편집을 할 때나 촬영한 영상을 확인할 때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야'라는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현세대 맥북은 프로세서 발전으로 성능 면에서 많이 좋아졌다지만 2015년 모델은 다들 추천하지 않는 기종이긴 합니다. 물론 저는 가볍고 배터리 성능 좋아서 큰 불만 없이 3년 넘게 사용했지만요.
4년만의 기변을 고민하며 맥북 프로과 새로운 맥북 에어를 놓고 고민을 했습니다만, 제조사의 휘황찬란한 설명 대비 맥북 에어는 내부를 뜯어 보면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면에서 열세가 뚜렷했습니다. 12인치 맥북과 비교해 크게 나을 것이 없는 코어 m급 프로세서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P3 색영역과 트루톤 디스플레이가 지원되지 않아 맥북 프로 모델과의 차이가 컸죠.
유튜브의 자칭 테크 리뷰어들은 '코어 i5'와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표면적인 단어들로, 그리고 무려 '논 터치바 맥북 프로'모델과 비교하며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가 실 사용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낚시성 제목들을 붙여 영상을 촬영했더군요. 그나마 개중에 인정 받는다는 유튜버들도 그 정도니 앞으로도 테크 유튜버들의 영상을 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구매한 모델은 2018년에 출시한 맥북 프로 터치바 모델로 512GB 저장 공간이 탑재된 고급형 모델 MR9RKH/A입니다. 당초 한푼이라도 저렴한 기본형 모델을 구입할 계획이었으나 때마침 쿠팡에서 고급형 모델에 27인치 FHD 모니터를 사은품으로 주는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모니터를 미개봉 상태로 판매할 경우를 계산하니 기본형과 고급형의 실제 구매 가격 차이가 '이러면 무조건 고급형 구매해야지'라는 수준으로 줄어들더군요. 이렇게 한 명이 낚였습니다.
맥북 프로를 구매하면서 쿠팡 로켓배송을 처음 경험했는데, 휴일에도 주문한 다음날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점이 매우 좋았습니다. 가격도 최저가에 근접했고요. 초기 불량이 걱정된다면 애플 스토어 구매가 가장 좋겠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려다 보니 리셀러를 찾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배송은 애플 본사에서 쿠팡 물류 센터로 배송돼 보관 중인 상품을 제가 다시 택배로 받는 방식이더군요. 겉포장 상자에서 쿠팡 물류 센터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만 제외하면 애플 온라인 스토어 구매와 포장 상태는 동일합니다. 깨끗한 상자가 보이는 순간의 이 설렘이란..!!
2.3GHz 쿼드코어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에 8GB LPDDR3 메모리, Intel Iris Plus Graphics 655 1536 MB 내장 그래픽 시스템은 기본형 모델과 동일합니다. 저장 공간만 256GB에서 512GB로 늘린 것이 제가 구매한 고급형 모델로 정가 기준 25만원의 가격 차이가 있습니다. 원래 터치바를 탑재한 2016,2017 맥북 프로 구형 모델을 중고로 구매할까도 생각했지만, 2018 모델부터 프로세서가 듀얼코어에서 쿼드 코어로 변경되면서 신형을 구매해 좀 더 오래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가정용으로 27인치 아이맥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15인치 모델은 고려하지 않았고요.
상자 뚜껑을 들어올리면 보이는 새것의 자태. 얇은 불투명의 필름에 싸여 있는데, 아무도 손 대지 않은 것만 같은 깨끗함을 보고 설렘이 절정에 다다릅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12인치 맥북도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라 컬러에 대한 감흥은 없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구성품은 단촐합니다. 더 필요하면 스토어에서 더 사라는 식이죠. 61W USB-C 충전 어댑터와 USB-C 케이블 그리고 메뉴얼과 스티커 등이 든 작은 상자가 있습니다. 배송 상태는 좋았습니다만, 내부 상자 끝이 망가져 있더군요. 아마도 포장시 발생한 문제 같은데, 예전에 비해 떨어진 애플의 품질 관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에도 그랬는지 모르지만 맥북의 덮개를 여니 전원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화면에 로고가 켜지며 시동이 됩니다. -그래서 깜짝 놀라 사진을 찍었습니다-
13인치 맥북 프로의 첫인상에서 눈에 띈 것은 12인치보다 확연히 큰 화면과 트랙패드, 본체 디자인과 멋진 조화를 보이는 키보드 양쪽의 스피커였습니다. 때문에 12인치 맥북보다 크고 두껍고 또 무겁지만, 프로 모델이니 감안해야죠.
2019년 1월, 이제 막 생산된 제품이었고 외형을 살펴보니 작은 찍힘도 없이 양품을 받았습니다. 제가 이쪽으로는 운이 없는 편인데 다행입니다.
부팅 후 간단한 셋업 작업을 거친 후에 로그인과 결제 등에 사용될 터치ID를 등록했습니다. 맥을 사용한 지 십 년이 넘었지만 맥북에서 터치ID를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라 신기하고 재미있더군요. 아이폰을 통해 이미 경험한 시스템이라 그런지 등록이나 사용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아직 결제 등에 적극 활용해 보진 않았지만 맥북을 언락할 때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번거로움이 없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셋업이 완료된 후 예쁘게 불이 들어오는 터치바는 더 가볍고 저렴한 맥북 에어에 대한 미련 없이 맥북 프로 모델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키보드 영역 일부에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상황에 맞는 작업 버튼이 표시되고, 각종 단축키들을 외울 필요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인데, 햅틱 피드백이 없거나 크게 유용하지 않다는 불만들도 있지만 이제 막 사용해 보는 제 입장에선 아직까지는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그동안 맥을 사용하며 몇몇 단축키들은 이미 외우고 있어 그에 대한 부담도 덜하고요. 터치바 활용은 특히 애플 제작 소프트웨어에서 빛을 발휘하는데, 사파리에서 터치바에 현재 열린 탭들을 보며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페이지스에서 글 양식을 터치바를 통해 빠르게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파이널 컷에서는 타임라인을 터치&드래그로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고 영상을 잘라내거나 붙이는 작업도 버튼 터치로 간편하게 이뤄졌습니다.
- 익숙해지면 터치바 인터페이스가 작업 효율을 끌어올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거기에 BTT(Better Touch Tool) 프로그램을 통해 터치바에 원하는 앱의 바로가기나 다양한 시스템 작업 등을 배치하는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 포스팅으로 소개 및 정보 공유를 할 생각입니다.
- 요즘은 터치바 커스터마이징에 빠져 있습니다 -
12인치 맥북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로 통합 포트를 들 수 있습니다. 만능 포트인 USB-C 포트를 탑재했지만 수가 하나뿐이라 조금만 작업을 하려 해도 확장 허브가 필수적입니다. 충전과 외부 장치 연결을 동시에 할 수 없는 것이 종종 큰 불편함으로 느껴졌죠.
맥북 프로의 경우 썬더볼트 3 포트가 좌,우로 각각 두 개씩 총 네 개 배치돼 있습니다. USB-C 케이블로 연결되며 충전부터 모니터, 저장 장치 등 다양한 외부 장치를 지원하는 멀티 포트이기 때문에 조금씩 USB-C로 통합되는 컴퓨팅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장점이 발휘될 것입니다. 저 역시 조금씩 USB-C 포트로 작업 환경을 통일하고 있어서 맥북 프로의 포트 배치가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4년 가까이 수고한 12인치 맥북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았습니다. 키보드 크기는 동일하지만 화면과 트랙패드 크기가 13인치쪽이 확연히 크고 팜레스트 공간 역시 여유가 있어서 작업이 더 안정적입니다. 다만 휴대성에서는 1kg이 채 안 되는 12인치 맥북의 장점이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영상/사진 편집을 고려하면 앞으로 맥북 프로로의 기변이 아직까지는 좋은 선택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미 결제했으니까요-
사실 큰 외형의 변화가 이뤄지기 힘든 랩톱 시스템에서 터치바 채용은 제 관심을 이끌어 고가의 맥북 프로 모델을 구매하게 만든 효과적인 장치였다고 생각합니다. 장단점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재미있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2인치 맥북에서 느끼지 못했던 쾌적함을 각종 작업에서 느끼며 미소짓고 있고요. 1.38kg의 무게가 구매 전 고민됐는데, 12인치 맥북과 10.5인치 아이패드 프로를 함께 갖고다녔던 때와 비교하면 오히려 가방은 조금이나마 더 가벼워졌습니다.
하나 남은 아쉬움이라면 영문 키보드에 대한 것인데, 기본형 모델에 키보드만 영문으로 바꿀 생각이었으나 고급형의 저렴한 가격에 결국 '간지'를 포기했습니다. 사실 키보드는 여전히 미련이 남습니다.
2019년 또는 2020년 모델에서 또 한 번의 외형 변화가 있을 예정이라지만 기다리는 것보다 하루라도 빨리 생산적인 작업에 활용하기로 한 제 판단이 옳았기를 바랍니다.
2018년 맥북 프로 13인치 모델에 대해 궁금하신 점은 댓글로 남겨 주시면 테스트 후 답하겠습니다.
- 그동안 수고했던 12인치 맥북은 아쉽지만 방출의 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