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간 쭉 그랬지만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는 평소보다 더 살 만한 게 없었습니다.
결국 구매한 것이라고는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과는 상관 없는 대륙발 코드리스 이어폰 하나. 2년째 사용하고 있는 에어팟이 이제 배터리가 한,두 시간밖에 가지 않아서 새로 구매를 하려다가 곧 다음 세대가 나온다는 루머에 저렴한 녀석으로 시간을 벌어보기로 했습니다. 요즘 핫하다는 QCY T1입니다.
에어팟의 배터리 수명은 제가 사용했던 애플 제품 중 최악이네요. 22만원짜리가 2년을 쓰기 어려울 정도니 월 1만원씩은 내고 쓴다는 건데..
편의성이 최상이라 다음 세대도 구매할 것 같지만 아쉽습니다. 조만간 2년간 사용한 에어팟 후기를 포스팅해볼까 합니다.
요즘 가성비 코드리스 이어폰으로 핫하다는 말에, 그리고 2만원이라는 가격에 끌려 구매했습니다. 국내 구매도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지만 저는 QOO10을 통해 해외 구매를 했습니다. 하지만 집까지 사흘만에 올 정도로 배송이 빠르더군요. 가격은 배송비까지 약 2만원이 들었습니다. 정말 저렴합니다.
QCY라는 이름이 익숙하다 싶어 보니 2년 전 QCY의 초창기 코드리스 이어폰 Q29를 구매한 적이 있더군요. 그 때 남긴 포스팅이 남아있습니다.
첫번째 '대륙의 에어팟' 후보, 코드리스 블루투스 이어폰 QCY Q29
당시 애플 에어팟과 뱅앤올룹슨의 H5, QCY Q29까지 여러 대의 무선 이어폰을 두고 하나를 선택할 때였는데, 결론은 2년째 애플 에어팟을 사용하고 있네요. 당시 가격 역시 2만원대 중반으로 현재와 비슷했는데, 20만원이 훌쩍 넘는 H5와 에어팟에 비해 가격적인 매력이 대단했지만 초창기 제품답게 페어링이 번거롭고 배터리 성능 역시 2시간을 조금 넘기는 등 시기상조라는 느낌이 들어 방출했었습니다. 그리고 2년만에 신제품으로 다시 만나게 됐네요. 본체와 충전 케이스의 디자인을 보니 직계는 아니더라도 Q29의 DNA를 일부나마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얼마나 발전했을지 기대가 됩니다.
이 제품의 가격은 국제 배송비 포함 2만원입니다. 그래서인지 패키지부터 만족감이 컸습니다. 애플 에어팟만큼은 못해도 Beats나 소니 제품의 그것만큼은 충분히 되는 수준입니다. 벌써부터 인터넷의 좋은 평가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QCY T1의 주요 사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양쪽 유닛이 분리된 코드리스 무선 이어폰으로 블루투스 5.0이 탑재됐습니다. 최근 출시되는 코드리스 제품들과 동일하게 케이스로 충전과 보관을 겸하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것은 재생 시간. 제조사 발표 기준 4시간이니 실 사용 시간은 3시간 30분 내외를 예상하면 될까요? 반면 충전은 2시간이 걸려 조금 느린 편입니다.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제 배송비 포함 2만원'.
패키지 구성은 간결합니다. 제품이 있고, 인이어 제품 특성상 크기별로 폼팁을 제공하고, USB 충전 케이블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실리콘 폼팁은 기본으로 M사이즈가 장착돼있고 추가로 S/L 사이즈가 있습니다. 충전 방식은 microUSB입니다. 요즘 Type C 포트 보급이 빠르게 되고 있는 터라 앞으로 생각하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만, '국제 배송비 포함 2만원'짜리를 얼마나 오래 쓸까 생각하면 뭐, 괜찮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충전 케이스에 덮개가 없는 점입니다. 처음 인터넷에서 제품 사진을 볼 때는 분해도를 본 것인 줄 알았는데 실제 제품에도 덮개는 없습니다. 그래서 휴대할 때 잘 빠질까 걱정이 되긴 하지만, 홈이 제품에 꼭 맞게 나 있어서 뒤집어 흔들지 않는 이상 쉽게 떨어지진 않습니다. 다만 가방 안에 넣으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그래서 이것이 가정 거치용으로 기획된 것일까,라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유닛은 Q29를 통해 익숙한 QCY 스타일. 유닛이 동글동글 조약돌처럼 생겼는데, 물론 그만큼 질감이 좋진 못하고 흔한 플라스틱입니다. '국제 배송비 포함 2만원'을 실현하기 위해 디자인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고 이해해줘도, 유닛의 두께가 두꺼워서 착용한 모습이 가히 보기 좋을 것 같진 않습니다. 무게도 가벼운 편이라 아니라 움직임이 많은 운동용으로는 좋은 선택이 아닐 것 같습니다. 구매 전에 참고하셔야겠습니다.
로고가 있는 부분은 버튼으로 재생 조작과 음성 통화에 사용됩니다. 한 번 누르면 재생/정지, 음성 통화 연결이고 두 번 누르면 다음/이전곡 재생이 됩니다. 기계식 버튼이라 조작은 직관적인데 터치 방식보다 아무래도 힘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자꾸 하면 귀가 아플 수 있습니다.
충전은 단자를 통해 이뤄지는 방식입니다. 각 홈에 유닛을 끼워넣는 방식인데, 기본 실리콘 폼팁 대신 컴플라이 폼팁을 장착하니 부피 때문인지 충전 단자가 제대로 접촉이 되지 않고 뜨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팁에 따라 제약이 있으니 그리 좋은 충전 방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충전이 시작되면 이어폰 유닛의 LED에 빨간불이 들어옵니다.
케이스는 5핀 microUSB 포트로 충전합니다. 범용성이 좋은 포트라 단점보다는 장점이 되겠네요. 뒷편에 LED 램프도 있어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디테일에 신경쓰기보다는 본체 재질에 좀 더 투자하는 게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책상 위에 있는 애플 에어팟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유닛의 부피는 형태라 달라 직접 비교가 어렵지만 귀에 장착했을 때 유닛쪽에 무게가 집중돼 있는 QCY T1쪽이 조금 더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반면 충전 케이스는 에어팟쪽이 작고, 아름답고, 단단해보이고 뭐 그렇습니다. 참고로 두 제품의 가격은 약 10배 차이납니다.
유닛의 크기를 좀 더 상세히 비교해 보았습니다. 에어팟은 일반 이어폰 형태를 유지한 오픈형 제품, QCY T1은 보편적인 인이어 형태 코드리스 제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에어팟의 디자인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둘 중 무엇이 더 멋지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없습니다만, 뭐가 더 고급스럽고 비싸 보이느냐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있겠죠. 이견의 여지도 없을 것이고요.
아, 기본 실리콘 팁은 없는 셈 치라는 말을 미리 들었던 터라 서랍에 보관해 뒀던 컴플라이 폼팁으로 바로 교체했습니다. 때문에 귀에 착용하기가 한결 더 무거워졌고, 착용했을 때 귀 밖으로 더 돌출되는 느낌이지만 사운드는 만족스럽습니다.
아직 에어팟이 살아 있기도 하고, 덮개 없는 케이스가 아무래도 좀 걸려서 저는 이 제품을 집에서 주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그래도 테스트를 위해 아이폰에 먼저 연결해 보았습니다. 페어링은 설명서 없이도 가능할 정도로 쉽습니다. 오른쪽 유닛의 버튼을 길게 누르면 비프음이 바뀌면서 페어링 가능 상태가 되고, 아이폰의 블루투스 메뉴에서 연결하면 됩니다. 오른쪽 유닛이 연결되면 왼쪽은 자동으로 연결됩니다. Q29가 좌우 페어링이 참 번거로웠는데 이제 쓸만해졌습니다.
페어링 한 후 잠깐 테스트해 본 소감은 '국제 배송비 포함 2만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괜찮은 제품입니다. 블루투스 5.0 덕분인지 연결 안정성이 좋고 사운드도 폼팁 덕분인지 들어줄만 합니다. 물론 다른 분들의 평가대로 음성 통화는 없는 셈 치는 게 좋겠습니다만 음악 듣기에는 충분합니다. 거기에 아이폿 위젯에 배터리 잔량 표시도 되더군요. 저렴한 음악 감상용 코드리스 이어폰으로서는 충분히 추천할만 합니다.
반면 제 원래 사용 목적이었던 아이맥과의 연결에서는 아직까지 실망스럽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는 끊김이 거의 없었는데 아이맥과 연결하니 끊김이 잦고 종종 왼쪽 유닛이 연결 유실이 되더군요. 제 아이맥의 문제 같기도 한데, 에어팟은 물론이고 매직 마우스와 매직 키보드 등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다른 제품에선 별 문제가 없었던 걸 보면 둘의 아직까진 어느쪽이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제품 자체로는 꽤나 만족스러운데, 원래 사용 목적이었던 아이맥과 정상적인 사용이 힘들어서요.
착용했을 때의 모습이 가히 좋지 않은 것도 단점입니다. 제 귀가 문제인지 컴플라이 폼팁 때문인지 모델 사진같은 간결한 핏은 안나오고 유닛이 귀 밖으로 제법 많이 돌출됩니다. 단순히 모양이 좋지 않은 것뿐이면 그리 신경은 쓰지 않는데, 착용한 상태가 불안정하니 귀가 불편하고 움직임에 의해 곧 떨어질 수도 있겠더라고요.
다시 한 번 외쳐보는 '국제 배송비 포함 2만원'
잠깐 써 봤지만 QCY T1의 인기를 금방 이해하게 됐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코드리스 무선 이어폰으로서의 기본기는 웬만큼 다 갖췄습니다. 거기에 자사의 이전 제품들이 갖고 있던 단점들, 페어링의 번거로움이나 연결 안정성 등도 해결됐고요. 하지만 고급 무선 이어폰을 사용했던 분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가격에 어느 정도 기대하는지에 따라 그 만족도가 달라지겠지만, 유닛의 부피와 무게에서 오는 착용감의 단점, 덮개 없는 케이스가 갖는 휴대의 안정감 부족 등 단점 역시 금방 몇 개를 꼽을 수 있죠. 결론적으로 저처럼 에어팟의 서브 이어폰 또는 집에서도 무선 이어폰의 자유를 누리고픈 사용자들에게는 만족도가 높겠지만, 아웃도어용으로 사용하실 거라면 고민이 필요합니다.
뭐, 그래도 2만원에 어디 가서 이런 제품 사겠습니까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