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사정으로 공방에서의 가죽공예 수강을 잠시 멈추게 됐습니다. 약 4개월간 수강하며 몇 가지 소품들과 가방을 제작해 보았는데, 앞으로 당분간은 여태까지 배운 기초 지식을 토대로 짬 날 때마다 독학으로 익혀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가죽 공예 도구들을 하나씩 장만하고 있습니다. 작업보다 장비 사는 게 더 재미있는 걸 보니 저는 역시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처음으로 영입한 것은 목타, 손 바느질을 좋아하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구였고, 신중하게 골랐습니다.
목타의 경우 아주 저렴한 가격부터 날 하나에 수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품까지 다양하더군요. 처음엔 적당한 가격대의 입문용 도구로 시작해 보라는 조언이 많았지만 목타만은 오래 쓸 제품으로 사고 싶었습니다. 우연히 보게 된 목타-스티치 완성도의 상관관계에 대한 글 때문이었는데, 검색 중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브랜드의 목타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된 디자인 역시 마음에 들어서 구매했습니다.
제가 구매한 것은 사선 목타로 가격은 2날, 10날 세트에 16만원입니다.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여러 평을 믿고 구매했습니다. 날 손상시 교체가 가능한 점 등 사후 서비스가 좋다는 이야기에도 마음이 끌렸습니다.
작은 패키지를 들어 보니 묵직합니다. 공방해서 사용했던 것보다 무게감이 확연히 느껴지는데, 이점이 작업에 안정감을 준다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아직 초보인 저는 돈 주고 산 물건이 묵직하면 왠지 제대로 된 대접 받는 것 같아 기분 좋을 뿐입니다.
개별 포장이 된 목타, 그리고 실리카 겔이 들어있습니다. 충격 방지를 위해 패키지 내부는 스티로폼이 들어 있고요. KS 블레이드의 목타는 날 간격에 따라 5호에서 10호까지 총 8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소품에 주로 사용하게 될 저는 3.38mm의 8호 모델로 구매했습니다. 촘촘한 스티치가 인기를 끄는 요즘에는 3mm(9호)~3.38mm(8호) 모델을 많이 사용한다더군요. 여기에 나중에 시계줄에 사용할 2.7mm(10호)를 추가하려고 합니다.
KS블레이드의 목타는 다른 제품과 비교했을 때 디자인의 차이가 뚜렷합니다. 때문에 어디에서나 눈에 띄어서 사람들의 머리에 효과적으로 각인이 되는 것 같은데요, 전반적으로 남성적인 실루엣을 하고 있습니다. 전체를 하나의 금속으로 연마해 만드는 목타들과 달리 KS 블레이드 제품은 날이 몸체에 조립되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차후 날 교체가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핸들에는 KS Blade Punch라는 브랜드 이름과 날 간격, 날 수가 음각으로 표기돼 있습니다.
사실 샵에 가서 직접 보고 구매하려다 여건 상 택배로 구매했는데 완성도는 합격입니다. 핸들의 직경이 쥐었을 때 안정적이고 손에 닿는 질감 역시 좋습니다. 묵직한 무게는 저같은 초보가 타공을 할 때 자칫 손이 미끄러져 실수하는 걸 방지해 줄 것 같기도 하고요.
아직 장비들이 다 갖춰지지 않아 제대로 테스트 해 보지 못했지만 날 역시 균일하게 연마가 잘 된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 대비 좋은 품질을 넘어서 해외에도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잘 사용해 봐야겠습니다.
- 사선 그리프와 오울 그리프 -
장비병 환자 아니랄까봐 가죽 공예도 장비병으로 시작합니다.
역시 돈 쓰는 게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