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공예를 배운지 벌써 넉 달 가까이 됐습니다. 열 다섯 번 여의 수업 중 절반이 가방 제작에 소요돼서 제작한 제품 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전부터 만들어보고 싶었던 소품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며 즐겁게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걱정보다도 더 손재주가 없다는 사실도 깨달아가면서요.
최근에 완성한 것은 시계줄입니다. 두 달에 걸친 가방 제작 끝에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소품류를 고른 것인데,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오래 걸렸습니다. 지난 포스팅에 시계줄 제작기를 정리해 놓았습니다.
크롬 레더를 사용했던 가방 제작과 달리 이번에는 대표적인 베지터블 레더인 푸에블로를 사용했습니다. 질감도 보다 고급스럽고, 시간이 지나며 태닝되는 맛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제작에는 패턴 제작 포함 네 시간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시계는 노모스의 탕겐테 35mm 모델로, 러그 사이즈는 18mm 입니다.
네이비 컬러의 푸에블로 가죽을 선택한 것은 브리프케이스나 여권지갑 제작을 고려한 것이었지만, 고르고 나니 제가 착용하는 탕겐테와 잘 어울릴 것 같아 시계줄을 먼저 제작했습니다. 아이보리색 페이스에 블루 핸즈가 포인트인 탕겐테의 컬러링에 맞춰 네이비 색 푸에블로 가죽에 미색 린카블레 실을 사용했습니다. -우리 세대는 깔맞춤-
바느질은 사선 스티치 방식의 새들 스티치로 남색 가죽과 대비됩니다. 푸에블로 가죽의 독특한 텍스쳐, 그리고 튀는 스티치 때문에 깔끔하기보단 빈티지한 느낌이 강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탕겐테같은 시계보다는 파일럿 워치나 다이버 워치 등에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버클은 기존 스트랩에서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향후 디버클 장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푸에블로의 매력은 밝은 야외에서 표면 질감이 드러날 때 빛을 발합니다. 블랙 쉘 코도반 가죽에 블랙 스티치로 매우 심플하게 만들어진 탕겐테의 기본 스트랩도 좋지만, 이런 스트랩도 잘 어울리고 만족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작해 본 다섯 가지 소품 중 가장 재미있어서 앞으로도 다양한 가죽으로 제작해 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