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공예 다섯 번째 습작 - 시계줄 만들기

약 두 달 만에 첫 번째 가죽 가방 제작이 끝났습니다. 실수가 많았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자신감도 붙은 덕에 마음 같아서는 바로 다음 가방 제작에 들어가고 싶지만, 몇 주간은 숨 돌리며 그간 만들어 보고 싶었던 소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 중 이번에 만든 건 가죽 시계줄입니다.



제작을 앞두고 새로운 가죽을 구입했습니다. 가방 제작에 사용한 베이지색 소가죽과 녹색 버팔로 가죽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이번에는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해 제작해 보고 싶었거든요. 몇 달간 가죽을 만지다 보니 제 취향엔 베지터블 가죽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가방 제작 내내 시달린 엣지코트의 어려움도 원인 중 하나고요. 


수업 전 신설동 가죽 시장에 들러 가죽을 구매했습니다. 이번엔 미리 점 찍어 둔 푸에블로 가죽, 색상은 네이비로 선택했습니다. 몇 번 접해 본 푸에블로 가죽의 매력적인 텍스쳐가 전보다 더 눈에 들어 오기도 했고, 가방과 각종 소품에 두루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준비한 시계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모스의 탕겐테. 35mm 모델로 러그 사이즈는 18mm입니다. 남자 시계 중에는 러그 사이즈가 가는 편입니다. 기본 스트랩은 블랙 컬러의 쉘 코도반 가죽인데, 오래 사용하니 안쪽이 갈라져서 이번에 교체하게 됐습니다. 가죽을 구매하고 나니 탕겐테의 블루 핸즈와 푸에블로 네이비 컬러가 잘 어울려 흐뭇해집니다.


시계줄은 만들기 어렵지 않지만 크기가 작아 섬세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갑 같은 소품보다 오히려 더 까다롭다는 것을 제작하면서 직접 느꼈습니다. 손이 여물지 못한 저는 1mm만 엇나가도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이런 미세 작업이 어렵더라고요. 



시작은 역시 패턴 작업입니다. 기존 스트랩의 사이즈를 참고하여 폭과 길이를 정하고, 라운드 자로 끝 부분을 디자인했습니다. 시계줄은 디자인 변화 폭이 크지 않은 편에 속하는데, 이번 스트랩은 두 장의 가죽 사이에 도꼬 가죽으로 볼륨을 넣은 형태를 선택했습니다. 그에 맞춰 패턴의 수도 늘어납니다. 패턴을 제작하고 보니 작은 시계줄을 만드는 데 꽤 많은 패턴이 필요하더군요.



각 패턴에 맞춰 가죽을 자릅니다. 사이에 넣을 도꼬 가죽도 스트랩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로 자릅니다. 줄을 고정시킬 밴드까지 파트 수는 총 8개.  다음으로 가죽을 접합하는 작업입니다. 본드를 발라 세 장의 가죽을 순서에 맞춰 붙입니다. 보통 안쪽 가죽은 내추럴 레더 등으로 선택하지만 저는 안팎 모두 네이비 푸에블로 가죽으로 제작했습니다. 



가죽을 붙인 후에는 가이드로 볼륨 부분을 강조해 줍니다. 자칫 밋밋하기만 한 시계줄에 포인트가 되어 줄 것입니다. 바깥쪽 가죽은 실제 크기보다 여유있게 재단해서 붙이고 난 뒤 잘라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시계줄 크기에 맞춰 가죽을 잘라 낸 후에는 시계줄을 고정할 밴드 부분을 사이즈에 맞춰 자른 뒤 고정하고, 러그에 고정할 부분을 마무리합니다. 부자재는 기존 시계에 있는 노모스 파츠를 사용했는데, 스프링 바를 틈새에 끼운 뒤 미리 내 놓은 여분의 가죽을 말아 부착했습니다.



다음으론 가죽을 고정할 바느질 작업. 가장 기다렸던 바느질입니다. 크리징 선에 맞춰 그리프로 바느질 구멍을 뚫어 줍니다. 시계줄 특성 상 지갑이나 가방보다 폭이 좁은 그리프를 사용했습니다. 두 개의 밴드에 모두 구멍을 뚫으면 바느질 준비 완료.



이제부턴 익숙한 작업입니다. 실은 미색의 린카블레를 사용했습니다. 당초 같은 블루 톤의 실을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새들 스티치의 사선 스티치가 부각될 수 있도록, 그리고 시계의 아이보리색 페이스와도 깔맞춤(?)하기 위한 선택. 워낙에 작아서 바느질이 조금 까다롭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끝났습니다. 바느질이 끝난 후에는 버클이 들어갈 부분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결합합니다.



이렇게 시계줄이 완성. 과정을 설명하니 간단해 보이지만 이번에도 이런저런 실수를 하는 바람에 네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완성된 줄은 손목에 감은 뒤 최적의 위치에 구멍을 뚫습니다. 제 손목에 맞춰 구멍은 두 개만.



 탕겐테와 결합해보니 블루핸즈와 흰판이 시계줄과 잘 어울립니다. 기존 검정색 스트랩의 깔끔함과 달리 빈티지한 느낌이 있지만, 이 역시 나쁘지 않습니다.  


다음으론 푸에블로 가죽을 사용해 여권 케이스를 만들 계획입니다. 다음 시간에 완성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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