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했던 소문과 한 달간의 티징 광고 끝에 니콘의 첫 풀 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Z 시리즈가 정식 발표됐습니다. 니콘 1 시리즈의 실패를 발판 삼아 이번에는 DSLR 카메라의 하위 라인업이 아닌 풀 프레임 DSLR 카메라의 성능과 화질을 유지한 채 크기와 무게를 줄이려는 노력이 사양과 각종 정보에서 엿보입니다.
새로운 니콘 미러리스 시스템의 이름은 Z입니다.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 두 대와 렌즈 4종종, 니콘 F 마운트 렌즈를 Z 카메라에 사용할 수 있는 마운트 어댑터 등이 이날 함께 발표됐습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소니의 A7 시리즈를 의식한 면이 곳곳에 묻어나는데, 거기에 니콘 카메라의 강점인 촬영 성능과 신뢰감을 더해 전통적인 DSLR 카메라 사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도 상당 수 갖췄다는 것이 반갑습니다. 대부분의 F 마운트 렌즈를 마운트 어댑터를 통해 Z 카메라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출시와 동시에 근사한 라인업을 구성하게 된 것도 그 중 하나겠네요.
미러리스 카메라로서 니콘 Z 카메라의 가장 큰 특징으로 Z 렌즈 마운트를 들 수 있습니다. 플레인지백이 16mm로 현재 발표된 미러리스 카메라 중 가장 짧지만 구경은 55mm로 매우 큽니다. SLR용 니콘 F 마운트의 구경은 46.5mm입니다. 빛 손실이 적고 난반사에 유리한 짧은 플레인지백의 장점을 적극 도입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주변부 화질의 약점을 마운트 구경을 넓혀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짧은 플레인지백을 가진 카메라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단점 혹은 한계를 얼마나 극복했을지 궁금합니다.
카메라 내장 5축 손떨림 보정은 DSLR 카메라에 없는 것이라 눈길을 끕니다. 소니와 올림푸스 등 경쟁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공통적으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 놀랍진 않습니다만, 첫 제품으로서는 공격적인 정책입니다. 과거 니콘 1의 사례와 비교하면 더더욱. 광학 뷰파인더의 빈자리는 369만 화소 전자식 뷰파인더로 채웠습니다. 경쟁 제품들 대비 높은 화소에 파인더 배율 역시 0.8배라 기대가 됩니다.
Z 시스템과 함께 발표된 카메라는 두 대로, 모델명은 Z6/Z7입니다. 두 모델은 흡사 소니의 A7/A7R 시리즈처럼 2400만 화소와 4500만 화소로 나뉘며 AF 포인트 수와 ISO 감도, 연사 속도 등에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고화소와 AF 성능에 이점이 있는 Z7가 상위 모델이며 Z6는 저렴한 가격과 빠른 연사 등을 앞세운 스탠더드 모델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그 외의 주요 사양들과 인터페이스는 동일합니다.
니콘 Z6/Z7의 주요 사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황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Z6/Z7에서 나뉘는 내용이며, 나머지는 두 카메라가 동일합니다.
< 니콘 Z6 >
< 니콘 Z7 >
< 니콘 Z6 >
니콘 Z 시리즈의 크기를 타사의 미러리스 카메라와 비교한 것을 보면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고도 작게 잘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소니 A7 시리즈와 비교해서도 시스템의 크기가 경쟁력이 있는데, 대동소이한 휴대성에 상단 보조 LCD를 탑재한 것은 확실한 장점으로 느껴집니다. 크기를 줄이면서도 전체적인 실루엣을 니콘 DSLR 카메라를 쉽게 연상할 수 있을만큼 자사의 정체성에 맞춰 다듬었다는 인상도 있고요.
카메라와 함께 니콘은 Z 마운트 렌즈 4종을 발표했습니다. 기본이 되는 24-70mm F4 표준줌 렌즈와 선호도 높은 50mm f1.8, 35mm F1.8 렌즈 그리고 니콘의 기술력과 Z 마운트의 가능성을 과시하는 58mm F0.95 렌즈가 그것입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발표하며 선호도와 활용도가 높은 줌렌즈와 단렌즈로 구성한 것은 영리하지만, 58mm F0.95 Noct 렌즈를 제외하면 사실상 3종뿐인 초반 렌즈 기근이 한동안 단점으로 따라다닐 것으로 보입니다.
두 카메라의 발매일은 고화소 모델인 Z7가 9월 말, Z6가 11월 말로 예정돼 있으며 가격은 Z7이 약 3400달러, Z6가 약 2000달러로 책정됐습니다. 가격 역시 소니의 A7R III, A7 III와 비슷해서 시장에서 어느 정도 반응을 보일지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로는 A7 시리즈에 대적할 확실한 그 무엇이 없다는 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