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맥북 에어의 신제품이 깜짝 등장했습니다. 맥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랩톱 시리즈였지만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12인치 맥북에 치이고 얇고 가벼워진 맥북 프로 시리즈에 눌려 가장 저렴한 맥북이라는 것 외에는 내세울 것 없이 쥐 죽은 듯 있던 바로 그 맥북 에어가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휴대성에 최적화 된 12인치 맥북과 고성능에 중점을 둔 13/15인치 맥북 프로 사이에서 기준점이 될 스탠더드형 모델이 시급했고, 애플이 13인치 맥북을 출시하며 12인치와 엔트리급 라인업을 통합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애플은 해묵은 AIR라는 이름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말하고 나니 어느덧 클래식의 향이 나는 이름이 됐습니다.
2008년 1월, 스티브 잡스가 서류 봉투에서 노트북을 꺼냈을 때 받았던 충격을 여전히 기억합니다. 당시 저도 1세대 맥북 에어를 구매했었는데, 하드 디스크를 채용한 모델이라 발열이며 소음이 대단했고, 배터리도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아 관상용 모델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곧 방출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이후 제품들이 성능과 배터리 성능 모두를 충족시키며 저 역시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로 몇 대의 맥북 에어를 사용했습니다.
10년 만에 출시한 뉴 맥북 에어는 특유의 날렵하고 섹시한 실루엣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현세대 포터블 맥 컴퓨터의 기술을 접목시켰습니다. 사실 맥북 에어가 현세대 맥북 실루엣의 기준점과 다름없기 때문에, 옆태는 12인치 맥북과 대동소이합니다.
뉴 맥북 에어는 13.3인치 단일 모델로 출시됐습니다. 색상은 실버와 스페이스 그레이, 골드 세 가지로 12인치 맥북과 같은 정책입니다. 전반적으로 12인치 맥북의 확장판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습니다. 현재 12인치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화면의 크기와 포트의 수, 터치 ID, 배터리 성능 등이 탐이 납니다. 애플은 키노트에서 맥북 에어가 문서 작업에 최적화 된 랩톱 컴퓨터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래픽 작업을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겠죠-
새로운 맥북 에어의 대략적인 사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 13.3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IPS LCD, LED 백릿), 2560x1600 해상도
- 내장 터치 ID 센서
- 1.6GHz 듀얼 코어 Intel Core i5 (3.6GHz 터보 부스트, 4MB L3 캐시)
- Intel UHD Graphics 617
- 128/256GB SSD (CTO 옵션 통해 최대 1.5TB로 확장)
- 8GB LPDDR3 온보드 메모리 (CTO 옵션 통해 최대 16GB로 확장)
- 최대 12시간 사용 (무선 인터넷 기준)
- 720p 페이스타임 HD 카메라
- 802.11ac Wi-Fi 무선 통신 (IEEE 802.11a/b/g/n)
- 블루투스 4.2 무선 통신
- 2개의 썬더볼트 3 포트, USB Type C
- 30.41 x 21.24 x 1.56 cm
- 1.25 kg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화면입니다. 전 세대와 동일한 13.3인치 디스플레이지만 해상도가 2560 x 1600으로 4배 가량 높아졌습니다. 기준 맥북 에어 시리즈의 치명적인 단점이자 리뉴얼의 가장 큰 명분을 챙겼습니다. 패널 역시 IPS LCD 패널로 TN 패널을 사용했던 기존 시리즈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감격스러운 변화입니다. 베젤도 좁아져서 같은 크기의 화면을 탑재하고도 제품 크기는 작아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맥북 에어의 휴대성과 성능은 현재로 크게 부족함이 없으니 화면, 화면, 화면만 좀 어떻게 해 달라며 리뉴얼을 열망했었죠.
물론 화면이 전부는 아닙니다. 여러 면에서 현세대 맥북과 수준을 맞추기 위한 성능 향상이 이뤄졌습니다. 다만 이 내용이 12인치 맥북과 13인치 맥북 프로 사이에 끼워 넣기 위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맥북 에어 시리즈의 강점이었던 가격 대비 컴퓨팅 성능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듀얼 코어의 코어 i5 프로세서가 탑재됐는데, 12인치 맥북 시리즈에 사용된 8세대 Y 시리즈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컴퓨팅 성능을 기준으로 한다면 13인치 맥북 프로보다는 12인치 맥북에 더욱 가깝다는 얘기가 되겠죠. 이것이 애플이 생각하는 스탠더드 모델의 기준인가 봅니다.
맥북 에어 시리즈의 장점이었던 뛰어난 배터리 사용 시간은 용케도 이어 받아서 한 번 충전으로 약 12시간 웹서핑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에어 시리즈의 핵심인 무게는 1.25kg인데, 무거운 편은 아니지만 12인치 맥북의 무게가 1kg 미만이고 13인치 맥북 프로 모델이 1.37kg인 것을 감안하면 ‘Air’라는 이름값은 못 한다고 봐야겠네요.
하지만 터치 ID를 통한 보안 시스템과 2개의 썬더볼트 3포트, 향상된 스피커 등 탐 낼 만한 요소가 다수 있습니다. 12인치 맥북의 아쉬운 점들을 교묘하게 메우고 있기 때문에 휴대성 좋고 성능 적당한 맥을 원하는, 그리고 12인치 맥북의 한계를 느껴 교체 타이밍을 잡고 있는 저와 같은 사용자들을 겨냥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지금 저격 당하고 있는 겁니까-
새로운 맥북 에어의 가격은 128GB 모델이 1199달러, 256GB 모델이 1399달러로 책정됐습니다. 한국 가격은 각각 159만원과 184만원입니다. 요즘 세상에 턱 없이 부족한 128GB 모델로 낚시를 해 보겠다는 속셈이 기가 막히지만, 12인치 맥북을 놓을 날만 오매불망 기다린 저는 어쩔 수 없이 그 꾐에 넘어갈 것 같습니다. 맥북 에어의 귀환은 반갑지만, 마진 추구의 때가 잔뜩 묻어 돌아온 것만 같아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