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습니다. 정말 더운데, 한여름 더위가 이제 겨우 시작이라고 하니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유독 더위에 약한 터라 여름에는 외출 자체를 꺼리는데, 그렇다고 실내에만 있자니 영 답답합니다.
짧게나마 바람을 쐴 곳이 없을까 하여 다녀온 곳이 상암 하늘공원이었습니다.
그래도 저 언덕 위는 여기보다 시원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요.
- 제가 좋아하는 맹꽁이 전기차를 타고 -
공원까지 이어진 높은 계단을 오를 엄두가 나지 않기도 했고, 워낙에 좋아하는 터라 맹꽁이 전기차 티켓을 샀습니다. 해마다 조금씩 오르더니 이제 편도 티켓 가격이 2000원이 됐더군요. 그래도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바람을 맞으며 바깥 경치를 보고 있으면 2000원에 이만한 행복이 어디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날 오후 최고 기온이 34도, 무더위에 엄두를 내지 못하다 해가 질 시간에 맞춰 올랐습니다. 여섯 시가 막 지난 시간이었는데, 다행히 슾도가 높지 않아서 높은 언덕 위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늘이 없어서 햇살이 따갑긴 했지만요.
종종 오는 곳이지만 아마도 한여름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토록 녹음이 우거진 공원 풍경이 생소했거든요. 공원은 제 키만큼 자란 풀숲의 푸른 색, 진동하는 풀냄새 그리고 바람에 스치며 내는 소리가 운치있고 좋았습니다. 그 분위기에 빠져 구불구불 미로처럼 나 있는 산책로를 한참동안 걸었습니다.
계절은 한여름이었지만 공원 한편에는 벌써 가을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입구 어귀에 있는 코스모스 밭에는 벌써 꽤 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고 그 주위를 맴도는 잠자리들이 있었습니다. 해마다 가을에 억새 축제를 보러 오는데 그때마다 코스모스가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죠.
여름을 맞아 하늘을 담는 그릇도 녹색 옷을 입었습니다. 위에 오르면 좀 어지럽긴 해도 공원 전체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이죠.
푹푹 찌는 날씨지만 더 없이 쾌청해서 전망대마다 지나치지 못하고 발길이 멈췄습니다. 이렇게 보면 서울이 제 생각보단 근사한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 바람도 불어 기분까지 좋아지고요. 이날 무더위 때문인지 공원 위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마치 나만의 정원인 양 기분좋게 걸었고, 공원은 빌딩숲보다 훨씬 시원하고 상쾌해서 몇 번이나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렸던 노을이 내렸고, 밤이 됐습니다. 이 날 노을은 기대보다 훨씬 더 붉게 물들어서 전망대를 몇 번이나 오가면서 숲과 강, 도시의 풍경을 담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늘 그렇지만 노을은 너무 짧은 시간 동안만 머물다 사라지거든요.
더위를 핑계로 늘 실내에만 있느라 저도 모르게 가라앉아 있었는데, 땀을 좀 흘리고 얼굴이 그을려도 가끔 이렇게 산책하고, 바라보고, 흥얼거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원 위는 덥지 않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