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의 새로운 컴팩트 카메라 XF10이 정식 발표됐습니다. APS-C 포맷 이미지 센서와 35mm 환산 약 28mm 초점거리를 갖는 후지논 렌즈, F2.8의 조리개 값이 몇 년 전 발표된 X70과 판박이입니다. 다른 사양들을 봐도 사실상 X70의 후속제품으로 느껴지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아쉬운 것은 후속 제품이지만 반드시 업데이트만 된 것이 아니라, 네이밍에서도 느낄 수 있듯 조금 더 저렴하게 판매하기 위해 상위 제품군과 차별을 두고, 더러는 3년 전 출시한 X70보다도 못한 사양이 탑재된 것입니다.
XF10의 디자인 역시 X70의 그것과 흡사합니다. 그립부 디자인 변경된 것과 포커스 모드 조절 레버가 사라진 것 때문에 조금 더 심플하게 보이는데, 때문에 언뜻 리코의 동일 카테고리 경쟁작 GR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후면 인터페이스 역시 X70보다 간략해서 썰렁하게까지 느껴지는데, 퀵 메뉴 버튼과 포커스 레버 등 촬영에 꼭 필요한 요소들을 배치해 쉬운 촬영에 초점을 뒀습니다. 틸트 조작이 가능했던 X70의 디스플레이와 달리 XF10은 고정식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것이 차이점입니다. 이런 요소들을 보면 보급형 다운 그레이드 제품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들죠.
실제로 저는 X70을 잠시 사용해 본 적이 있었는데 몇 가지 점 덕분에 매우 좋은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고 가벼운 것이 좋았고, 스냅 촬영에 유리한 28mm 렌즈가 제품 컨셉에 꼭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제가 선호하는 클래식 크롬 필름 시뮬레이션이 있었고요. 여행 때 사용하기에 더 없이 좋았고 센서와 렌즈의 결과물 역시 GR쪽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후속 제품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아쉬웠는데, XF10으로 부활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업데이트가 아닌 보급형 제품으로의 재탄생(?)이라는 점에서 절반만 환호하려고 합니다.
후지필름 XF10의 대략적인 사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2400만 화소
APS-C 포맷 CMOS 이미지 센서
후지논 18.5mm(35mm 환산 약 28mm) 후지논 렌즈
F2.8 - F16 조리개
1/4000 - 30초 셔터 속도 (전자 셔터 1/16000초 지원)
91개 AF 포인트
초당 6매 연속 촬영
4K 15p | Full HD 60p 동영상 촬영
3인치 104만 TFT LCD, 터치 조작 지원
ISO 200-12800 (확장 감도 ISO 100, 25600, 51200 지원)
Wi-Fi | 블루투스 무선 통신
NP-95 배터리 | 330매 촬영
113 x 64 x 41 mm
279 g
가격 499달러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가격. 499달러로 리테일 가격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축에 속합니다. 후지필름의 엔트리급 미러리스 카메라 X-A5의 15-45mm F3.5-5.6 렌즈킷 가격이 599달러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설득력있게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카메라는 렌즈 교환이 불가능한 카메라지만 휴대성과 광학 최적화, 그리고 F2.8의 밝은 조리개 값에서 얻는 이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저처럼 렌즈 고정식 카메라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기분 좋은 가격이 되겠네요.
문제는 499달러의 가격을 위해 희생한 것들인데, X100 시리즈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일부 계승한 X70과 달리 XF10은 태생부터 보급형의 향기가 강하게 풍깁니다. 상세 사양에서도 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2400만 화소 APS-C 이미지 센서는 X-Trans CMOS 이미지 센서가 아닌 보급형 제품에 들어가는 소니 제조 CMOS 이미지 센서로 추정되며 91개 AF 포인트와 15프레임에 불과한 반쪽짜리 4K 동영상 촬영 성능 역시 X-A5와 판박이입니다. 터치 조작을 지원하지만 틸트 조작이 불가능한 디스플레이는 X70의 화면과 비교해 일장일단을 논해야 하는 수준이고요.
- X70이 그립습니다 -
XF10은 제품 자체로 보면 매력적인 가격에, 리코 GR로 대표되는 28mm 컴팩트 스냅 카메라 유저층을 흡수할 수 있는 제품이지만 3년 전 출시한 X70보다 나아진 것을 꼽기 어렵다는 점에서 후지필름의 새로운 카메라로서는 실망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X70의 후속 제품을 무척 기대했던 터라 그 실망감이 더욱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