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빈 거리와 가을의 빈 거리는 분명 느낌이 다르다
D2H with AF17-50
D2H with AF17-50
가만 생각해 보면,
가을은 우리한테 쓸쓸하라고, 외로우라고도 한 적이 없다.
알록달록 했던 봄, 여름의 색이 사라져서?
잘 매달려 있어야 할 잎들이 힘 없이 떨어져서?
더워서 다른 생각 할 겨를이 없다가 이제 좀 정신이 들어서?
어쩌면 가을의 쓸쓸함은 억지로 우리들이 찾아내서 느끼고 있는지도.
보고싶은 사람이 곁에 없는 그리움의 한숨,
아무도 내 얘기를 내 생각대로 이해해 주는 이가 없는 공허함의 한숨,
저녁마다 땀에 흠뻑 젖은 양말에서 해방된 자신에 대한 격려와 안도의 한숨,
부쩍 파래진 하늘을 보다가 벅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한숨,
그리고 목표를 위해 마지막 전력질주를 하기 전 내뱉는 심호흡까지.
사람들은 이상하게 가을만 되면, 이들을 구별하지 못하고 유독 쓸쓸해만 한다.
일부러 한적한 공간을 찾고, 사람들의 무표정과 텅 빈 거리를 찍어댄다.
'가을 타나봐'라는 핑계까지 준비되어 있으니까.
2년전 가을 사진을 들춰며 느끼는 내 쓸쓸한 기분도 아마 내가 만들어낸 기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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