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일본을 오가며 라멘 투어를 다니고 있는 제게 많은 분들이 이 곳을 추천했습니다. 굳이 연예인 이름을 의식하지 않고 먹어도 괜찮은 라멘이라면서요. 하지만 제 주요 활동 구역(?)에는 매장이 없어서 기회가 닿지 않았는데 얼마 전 점심 메뉴를 고민하다 지하철 이동을 감수하고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라멘은 언제나 환영이지.’라면서.
처음엔 ‘아오리의 행방불명’이란 정체불명의 상호명으로 이 가게를 알게됐는데 최근에는 아오리 라멘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맞아요, 일단 뭐 하는 곳인지는 전달이 돼야죠-
제가 방문한 곳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점으로, 플라자 내 식당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생각보다 매장 규모는 크지 않고 바로 된 자석 두 줄 정도, 열 테이블 남짓으로 되어 있습니다. 메뉴 특성을 살려 보든 좌석은 1인석으로 돼 있고요. 혼밥하기 좋은 시스템입니다.
라멘 메뉴는 두 가지로 동일한 라멘에 토핑 차이를 둔 것입니다. 다섯 가지 토핑을 올린 아오리 라멘과 두 가지만 들어간 Lite 버전이 있습니다. 가격은 천 원 차이가 납니다. 아오리 라멘 가격이 만 원으로 비싼 편입니다. 게다가 면 추가가 이천 원..!! 여기서부터 슬슬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물론 정통 일본 라멘처럼 면 익힘 정도를 조절하는 등의 서비스 역시 없는 것 같았습니다.
방문 전 본 후기에서 아오리 라멘을 일본의 이치란 라멘에 비유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기대 했는데, 그건 아마 맛이 아니고 주문 방식을 뜻한 거겠죠? 후에 이야기하겠지만 이치란 라멘과는 공통점이 전혀 없는 음식이고 주문서에 원하는 옵션을 체크하는 방식 정도가 이치란과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비밀 소스’라고 하는 항목이요.
각 좌석에는 후추와 작은 생수 한 병이 놓여 있습니다. 생수를 구비한 것은 괜찮았지만 영 미지근해서...
이 날은 아오리 라멘 단품(만 원)을 주문했습니다. 흔히 보던 돈코츠 라멘의 육수와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비밀 소스(?) 덕분인지 붉은 빛이 도는 것이 마셔보기 전에 이미 얼큰한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 것 같더군요. 달걀의 익힘 정도와 차슈의 두께, 식감은 중급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겠으나 김을 저렇게 국물 안에 뭉개지도록 둔 것이 라멘 마니아로서 용서가 안 되더군요(?) 아무래도 체인점이다 보니 그동안 가 본 일본 라멘집에 비해 음식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라멘에 대해 평을 하면, 국물을 먹는 순간 신라면 블랙이 생각 났습니다.
사골 베이스의 매콤한 육수가 잘 끓인 신라면 블랙의 국물과 비슷하게 느껴졌는데요, 물론 그보다는 훨씬 진하고 감칠맛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제가 생각하는 일본 라멘의 범주에서 벗어나서 만족보다는 불만족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한식 입맛에는 큰 호불호가 없을테니 그건 장점으로 꼽는 분들도 있겠네요. 돈코츠 특유의 느끼함은 특별히 예민한 분이 아니면 느낄 수 없습니다.
면은 곧고 가는 호소멘으로 익힘 정도는 보통, 진한 돈코츠 육수와 무난하게 어울립니다. 양도 부족하지 않고 적당한데 -가격 생각하면 아쉽지만- 면 추가가 2000원으로 비싼 편이라 평소대로 면 추가까지 해서 먹었다간 가격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육수가 진해서 면 추가 해서 먹으면 딱 좋겠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서 가장 만족했던 것은 후추였습니다. 즉석에서 갈아 넣는 것이 아닌 분말 형태인데도 향이 좋아서 따로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 취향은 아니었던 터라 다시 올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돈코츠 라멘의 요소들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아쉬웠어요. -얼큰한 게 필요하면 육개장을 한 그릇 먹는 게 낫죠-
제게 아오리 라멘은 후추 맛집으로..
- 상수 라멘트럭이 그리웠던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