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한민국의 첫 번째 애플 스토어 '애플 가로수길'이 오픈했습니다. 개장 첫 날, 추운 날씨에도 새벽부터 줄을 선 수백 명의 사람들로 가로수길 전체가 시끌벅적했고, 종일 스토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고 합니다. 저는 오픈 전 날 열린 패밀리 데이 행사를 통해 조금 일찍 다녀왔는데, 주말에 인터넷으로 가로수길 현장 소식을 들으니 미리 다녀오길 잘했다 싶더군요.
애플 가로수길 스토어의 현장 사진과 방문 소감은 지난 포스팅에 정리해 놓았습니다.
대한민국 첫 애플 스토어, 애플 가로수길(Apple Garosugil) 방문기
해외 애플 스토어를 방문할 때마다 느낀 유쾌한 분위기를 서울 한복판에서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 분위기에 휩싸였는지 이전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충동 구매까지 하게 됐는데, 아이패드 프로 10.5와 애플 펜슬입니다. 주로 랩탑을 사용해 작업을 하고 아이패드 시리즈는 늘 계륵에 머물러 곧 처분해 버리기 일쑤였는데, 스토어에 전시된 아이패드를 만져보니 원고 수정과 아이디어 스케치, 취미 생활 등 여러 사용법들이 떠올라 결국 구매했습니다. 애플 가로수길 스토어에서는 제품을 구매할 때 크루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해 주는데, 그게 부러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어디서 그렇게 박수를 받아 보겠어요.
다음날 아침, 어제의 충동 구매 산물들을 열어보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 결제 오류로 취소 후 다시 결제를 하는 바람에 제가 대한민국 첫 환불 고객이 됐다더군요, 기념으로 영수증 보관 -
아이패드 프로 10.5 스페이스 그레이
이 날 구매한 모델은 아이패드 프로 10.5입니다. 원고용으로 필기가 되는 태블릿을 구매할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프로 시리즈가 유력했지만 애플 스토어에 들어서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필기가 주목적이기 때문에 애플 펜슬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패드 프로 모델이 필요했고, 대용량이 필요하지 않아서 가장 저렴한 64GB Wi-Fi 모델을 구매했습니다. PDF 작업 위주라 저장 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데 셀룰러 모델은 조금 욕심이 나네요. 하지만 가격 차이가 17만원이라 쉽게 마음을 접었습니다.
색상은 늘 그렇듯 스페이스 그레이. 전면 베젤이 검정색인 것이 작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매번 같은 컬러라 질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덥썩 골드 컬러를 구매했다간 한 달 내로 후회할 것 같아서요.
아이패드는 가장 처음 나온 1세대 아이패드와 비운의 3세대 레티나 아이패드, 그리고 전자책 활용을 위해 구매한 아이패드 미니 3가 전부였습니다. 아이패드 1세대는 그야말로 신세계였지만, 사실 저는 아이패드 시리즈를 잘 활용하는 편이 아니었고, 늘 집에서 먼지만 쌓아두다 처분하곤 했습니다. 사실 이번에도 그런 걱정이 있지만,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고자 합니다.
아이패드 프로 10.5는 이전 모델들보다 얇아진 베젤 덕분인지 제가 본 아이패드 중 가장 세련된 외관을 갖고 있습니다. 좌우 베젤이 좁아져 10.5인치 화면을 탑재했음에도 전체 크기는 기존 9.7인치 아이패드와 흡사합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10.5/12.9 두 모델로 나뉘는데 제 용도에는 휴대가 간편한 10.5 모델이 좋겠더군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있으면 좋은 게 아이패드입니다. 막상 뭐에 쓸 것이냐 물으면 딱히 떠오르진 않지만, 손에 들고 큰 화면으로 동영상이든 웹 페이지든 뭐든 보고 있으면 기분이 무척 좋죠. 이번에는 펜까지 있으니 핑계가 하나 늘었습니다. 처음 화면을 켜면 다들 그렇듯 애플 로고 그리고 다양한 언어로 환영 인사가 표시됩니다. 아이패드 프로 10.5를 셋업하면서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 사용중인 아이폰 X의 OLED 디스플레이 못지 않은 명암 표현 그리고 뛰어난 밝기가 마음에 들더군요.
아이패드 프로 10.5의 최대 장점은 9.7인치와 비슷한 크기의 아이패드에서 더 큰 10.5 화면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애플 펜슬을 활용한 생산 작업 그리고 한 눈에 체감되는 120Hz 주사율 디스플레이 등을 장점으로 꼽습니다. 120Hz 화면 표현은 사실 체감하기 전에는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특유의 부드러운 스크롤을 실제로 보니 아이폰 X를 포함한 모든 디스플레이를 한 수 아래로 보게 될만큼 매력이 대단하더군요.
그 외에는 사실 디자인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전면 검정색 베젤에 후면은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의 금속 소재. 무게는 크기 대비 가벼운 편입니다. 그래서 아이패드 프로의 가격은 무척 비싸게 느껴집니다. 물론 기존 아이패드에서 할 수 없었던 작업들이 가능해지고, 동작 속도와 디스플레이가 탁월하지만 컴퓨터를 대체할 수 없는 아이패드의 한계는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서피스 시리즈를 고려했던 것도 그 때문이고요.
요즘 애플 제품의 구성품은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게 됐습니다. 똑같은 라이트닝 케이블이 있을 것이고, 어댑터는 요즘 쓰는 것보다 충전 속도가 눈에 띄게 느린 것이 포함됐을 테니까요. 특히나 아이패드 프로 제품의 경우에는 배터리 용량이 커서 고속 충전이 가능한 어댑터가 필요한데, 여전히 구형 아이패드부터 사용해 온 12W 어댑터가 포함된 것은 무척 아쉽습니다. 여기에 고속 충전을 하기 위해서는 29W 충전기와 USB C-라이트닝 케이블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죠?
아이폰 X을 셋업할 때 발견한 애플 iOS 제품의 ‘퀵 스타트’ 기능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기능입니다. 물론 구매할 때 단 한 번 밖에 사용할 수 없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iOS 기기를 가까이에 두면 새 기기에 아이클라우드 계정 정보와 기기 설정값 등을 전송할 수 있습니다. Wi-Fi 연결 등 무선 통신도 필요 없어서 무척 사용하기 편하더군요.
새 아이패드 프로의 전원을 넣자마자 근처에 있는 아이폰과 연결돼 퀵 스타트 기능이 활성화 됩니다. 새 기기에서 아이클라우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화면에 표시된 코드를 아이폰 카메라로 인식 시키면 간단하게 각종 설정이 동기화됩니다.
이렇게 간단히 설정을 완료하고,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할 준비가 됐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이패드를 잘 사용할 방법과 앱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이번 아이패드는 본전 생각 안나게 활약해 주길 기대합니다.
- 그리고 액세서리부터 사기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