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산 여행의 새로운 발견 중 하나는 해운대 원조 할매 국밥집이었습니다. 둘째날 아침 식사 메뉴를 검색하던 중 해운대 시장 근처에 있는 이곳을 발견했는데, 제 입장에서는 믿고 거르는(?) 삼대천왕 출연 식당이지만 '48년 전통'이라는 수식어를 믿고 찾아가 보았습니다. 사실 근처에 비슷한 간판의 국밥집이 늘어서 있어서 제대로 찾아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입구에 끓고 있는 빨간 국물을 보고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벽마다 가득한 낙서와 테이블, 메뉴판, 창틀 하나하나가 이 국밥집의 세월을 말해줍니다. 벽에 붙은 방송 출연 장면을 보니 제대로 찾아왔네요.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난 후라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소고기국밥과 선지국밥이 대표 메뉴인데, 저는 소고기국밥을 주문했습니다. 물론 곱배기로. 가격은 일반 5천원, 곱배기 6천원입니다.
주문과 동시에 휙휙 말아서 내는지 금방 음식이 나왔습니다. 보통은 뚝배기에, 곱배기는 스테인리스 그릇에 주는 것이 아쉽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양이 무척 푸짐해 보입니다. 가격은 천원 차이인데 양은 두 배 가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것이 48년 전통의 인심이겠죠. 예전엔 이 국밥 한 그릇에 2500원이었던 시절도 있다고 합니다.
무와 콩나물을 듬뿍 넣은 국물은 무척 시원합니다. 소고기 뭇국에 가까운데 얼큰한 양념을 더해 평소 소고기 뭇국을 좋아하지 않는 저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두고두고 끓인 덕분에 고기가 녹는듯 부드럽습니다. 곱배기라 밥 양도 보통 국밥의 두 배 가까이 되더군요. 6천원이면 비싼 가격이 아닌데도 한 그릇만으로 무척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반찬은 깍두기와 마늘종, 김치 3종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톡 쏘는 마늘종이 국밥과 함께 먹었을 때 맛이 좋았습니다.
어지간한 식당에선 한 그릇으로 배부름을 느낀 적 없는 제가 '푸짐하다'는 표현을 했으니 시장 인심만은 확실한 곳입니다. 어릴적 어머니가 끓여주신 소고기 뭇국의 시원함에 기분좋은 얼큰함이 더해져 누구나 호불호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부산은 역시 이렇게 저렴하고 푸짐한 음식이 많아서 좋습니다. 개미집 낙곱새와 함께 부산 하면 생각날 음식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