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주문하고 이렇게 오래 기다려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7월 초에 주문했으니 한 달이 넘게 걸렸네요. 그래도 무사히 아이맥 5K 2017 버전이 제 방에 안착했습니다. 맥북 프로로 데스크톱을 완전히 대체한지 삼,사 년쯤 되었으니 오랜만에 책상 위가 가득 찬 셈이네요.
어느때보다 '가성비 좋은' 버전이라고 평가받는 2017년형 아이맥을 약 한 달 전에 주문했습니다. CTO 옵션으로 SSD와 키보드 등을 교체하는 바람에 오래 기다려야 했는데요, 이번 아이맥은 512GB SSD 수요가 가장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제가 구매한 2017년형 아이맥 CTO 주문 옵션과 가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맥 5K 2017 CTO 주문, 한 달 후에 만나요.
동영상 편집이나 3D 렌더링 등 고사양을 요하는 작업을 하지않고 주로 사진 작업에 활용할 용도로 주문했기 때문에 이번 아이맥은 기본형으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만 구동 속도에 큰 차이를 보이는 저장 장치는 SSD와 HDD를 함께 사용하는 퓨전 드라이브 대신 용량은 좀 적어도 속도가 빠른 SSD 단일 옵션으로 변경했습니다. 256GB는 사진 라이브러리 관리하기도 부족해서 512GB로 선택했는데, 받고 보니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키보드를 숫자 버튼이 있는 Magic Keyboard with Numeric Keypad로 변경했습니다. 가격은 270만원, 기본형에 비해 약 40여만원 추가된 가격입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택배 상자 역시 제가 여태 받아본 어떤 것보다 컸습니다. 낑낑대며 책상 위에 상자를 올려놓고 보니 27인치 아이맥이 이렇게 컸었나 싶습니다. 물론 완충재 때문에 실제 제품 크기는 이보다 작지만 그동안 15인치 노트북 화면을 보느라 거북목이 됐던 것을 생각하니 흐뭇해지더군요.
상자에는 제가 구매한 옵션이 적혀 있습니다. 2017년 8월 제조품이니 만들자마자 바로 날아온 모양이비다. CTO 주문은 사용자가 선택한 사양에 맞춰 제작이 이뤄지기 때문에 기본형 제품보다 배송 기간이 다소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커다란 상자 속 완충재를 걷어내고 구성품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렸습니다. 오른쪽은 그동안 밥벌이를 해준 15인치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버전인데 이렇게 봐도 그 크기 차이가 확실하죠? 대화면의 장점이 뚜렷한 데스크톱 컴퓨터면서도 일체형 구조로 부피가 적어 책상 위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구성품은 아이맥 본체와 전원 케이블, 키보드와 마우스가 들어있는 액세서리 상자로 심플합니다.
이번 2017년 버전 아이맥 출시를 기다렸던 만큼 출시 직후 주문하려고 했지만 새로 출시된 누메릭 키보드를 함께 주문하기 위해 몇 주를 더 기다렸습니다. 기존 무선 키보드가 숫자 입력과 4방향 버튼 조작이 다소 불편해서 데스크톱용으로는 크기가 좀 커도 조작이 편한 새 키보드가 매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액세서리가 따로 담긴 상자에 새 매직 키보드와 매직 마우스가 들어 있습니다. 두 제품 모두 라이트닝 포트로 충전하는 배터리 내장 방식을 채택했죠. 그래서 라이트닝 케이블도 들어 있습니다. 최근 에어팟,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을 몇 가지 구매했더니 케이블 걱정은 하지 않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키보드에 각인된 언어도 변경할 수 있더군요. 그래서 깔끔한 영문 키패드를 선택했습니다. 숫자 키패드가 포함된 새 매직 키보드는 기존에 제가 사용하던 애플 무선 키보드와 비교하니 크기부터 키감, 높이 등 여러모로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차후 포스팅을 통해 새로운 키보드와 트랙패드, 마우스 등 액세서리를 비교해볼까 합니다.
아이맥의 섹시한 옆라인은 이미 여러 사진들을 통해 많이들 알고 계실테니 생략하고, -사실 설치하느라 바빠서 사진을 못찍었습니다-
후면 디자인을 보면, 2013년 제품부터 변경된 디자인과 동일하지만 연결 포트에 일부 변화가 있습니다.
2015년부터 맥북과 맥북 프로 등 맥 제품 계열에 도입된 썬더볼트 3 포트가 아이맥에도 도입됐습니다. USB Type C 규격의 이 포트는 12인치 맥북에 단 한 개의 멀티 포트로 탑재돼 현재까지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데, 맥북 프로 계열에 최대 4개까지 배치해 최근에는 차세대 규격 대중화를 앞당겼다는 평을 받고 있죠. 다만 공간의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아이맥의 경우 썬더볼트 3 포트를 두 개, 기존 USB Type A 포트를 네 개 배치해 하위 호환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점이 제가 15인치 맥북 프로와 아이맥 사이에서 아이맥을 구매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더불어 SD 카드 슬롯도 최신 맥북 프로에서는 삭제 됐지만 아이맥에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본격적인 설치 작업 전, 웹에서 검색한 대로 아이맥의 메모리 업그레이드 작업을 했습니다. 21.5인치 4K 아이맥과 달리 27인치 5K 아이맥은 사용자가 메모리를 추가/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7인치 아이맥의 경우 CTO 옵션으로 메모리를 증설하기보다는 사용자가 직접 추가하는 방식을 많은 분들이 선택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본 8GB 메모리에 추가로 4기가 메모리 두 개를 설치해 총 16GB 메모리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차후 메모리 부족을 느끼면 32GB 정도로 변경할 계획입니다. 메모리 교체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쉽더군요.
자 이제 설치를 마치고 부팅, 27인치 5K 화면을 보니 그동안 왜 답답하게 15인치 노트북을 데스크톱으로 사용했나 싶더군요. 다만 화면 높이가 전보다 높아져서 한동안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 아쉽게도 아이맥은 스탠드 높이 조정이 되지 않더군요. 그래도 5K 화면 하나만으로도 그 만족도가 대단합니다.
생각보다 자주 맥 계열 제품을 구매하고, 지인들이 맥 제품을 사용할 때도 종종 조언을 해주는 편이라 이제 이 초기 설정 화면이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이번 아이맥은 이전 15인치 맥북 프로에서 사용하던 설정과 사진, 문서 등의 라이브러리 파일을 모두 옮겨야 해서 초기 설정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가장 큰 용량을 차지한 Photos 라이브러리와 아이폰, 아이팟 동기화가 설정돼 있는 iTunes 라이브러리 그리고 MS오피스와 라이트 룸 프로그램 설치 정보까지. 맥 타임머신은 주변의 평이 그리 좋지 못해서 설치 정보와 사용자 설정 내용을 가져오는 마이그레이션을 사용했는데, 사실상 새로 맥을 설정하는 것과 그리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요즘에는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각종 정보가 로그인만으로 자동 적용돼서 예전같은 고생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눈이 시원해지는 5K 화면만으로도 이번 아이맥은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동안 잘 들고 다니지도 않으면서 책상 정리를 핑계로 15인치 노트북 환경을 고집한 것이 미련하게 느껴질 정도로요. 기본형에 SSD만 교체한 CTO 옵션이지만 구동 속도 역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느새 뛰어난 가성비의 5K 데스크톱이 된 아이맥 5K 2017, 앞으로 사용하면서 종종 장,단점에 대해 포스팅 하겠습니다.
현재까지 느낀 가장 큰 단점은, 아이맥을 구매하고 나니 12인치 맥북을 13인치 터치바 맥북 프로로 교체하고 싶어진다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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