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여행 중 가장 멋진 순간이라면 단연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ília)의 기적같은 풍경을 멍하니 올려다본 순간을 꼽겠지만, 화창한 아침의 바르셀로나 대성당 역시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람블라스 거리에서 가까워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고, 성당 앞 고딕 지구에서 펼쳐지는 축제와 벼룩시장 등 즐길거리도 있는 곳이라 바르셀로나 여행을 앞둔 분들에게 추천할만 합니다.
Pla de la Seu, s/n, 08002 Barcelona
1298년부터 1448까지 약 150년만에 완공된 카탈루냐 고딕양식의 성당으로 남성적인 첨탑의 실루엣과 바르셀로나의 수호성인인 에우라리아의 묘가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바르셀로나 건축물 투어를 할 때 빠지지 않는 곳으로 람블라스 거리, 카탈루냐 광장과 머지 않은 곳에 있어 시내 도보 여행 코스로도 좋습니다. 오전 8시 45분부터 평일에는 오후 7시 30분까지, 주말에는 8시까지 관람할 수 있는데 시간에 따라 무료관람이 가능하니 미리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후 시간엔 7 유로의 기부금을 내고 입장할 수 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성당에 대한 제 생각을 단숨에 박살낼만큼 파격적인 외형이었다면, 바르셀로나 대성당은 유럽의 성당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것과 비슷한 실루엣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선 위주의 실루엣과 뾰족하게 솟은 첨탑이 프라하의 성 비투스 대성당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지만 카탈루냐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은 사실 그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뭐, 양쪽 모두 아름답습니다. 마침 화창한 아침 햇살 덕에 마치 첨탑에 황금을 두른 듯 반짝여서 더 웅장해 보였어요.
바르셀로나 대성당 앞의 광장은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의 중심지로 휴일에는 현지인들이 여는 벼룩시장, 전통 음악/춤 공연등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갔을 때는 평일인데다 워낙에 이른 아침이라 인파도 많지 않았습니다. 성당 내부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은 좋았습니다만.
아치형의 높은 천장과 화려한 스테인글라스, 종교적 메시지를 담은 조각물들은 유럽 여느 도시의 성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곳에서 봤던 성당과 다른 카탈루냐 고딕 양식의 매력을 찾아보는 것이 이 성당을 둘러보는 즐거움 중 하나가 되겠네요. 인파가 모여들기 전인 이른 아침에 가면 제법 여유롭게 내부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볼 수 있는데, 성당 옥상 전망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여전히 카탈루냐 사람들의 예배당으로 운영중인 곳인만큼 내부는 엄숙한 분위기입니다. 복장 제한도 있어서 민소매나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는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제가 성당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에도 적지 않은 분들이 성당 곳곳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는 풍경이나, 초에 불을 붙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성당에서 꼭 봐야할 것이 있다면 역시 '에우라리아의 묘'입니다. 바르셀로나 수호 성인 에우라리아의 유해와 그 외 많은 성인들의 묘가 이 성당에 안치되어 있는데, 성당 중앙에 있는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멀찍이서 그 묘와 제단을 볼 수 있습니다.
복잡한 역사와 성인들의 이름, 무거운 의미 등을 생각하지 않아도 이 성당은 가볍게 둘러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즐거운 곳입니다. 람블라스 거리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다면, 아니면 골목 저편으로 뾰족하게 솟은 첨탑을 따라 걸은 끝에 닿는다면 여행의 선물처럼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고요.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또 다른 매력으로 한번쯤 둘러보기 좋은 곳입니다. 오래 걸리지 않으니까요,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