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성당에 들어서 천장을 보는 순간 이 성당 안을 가득 매운 사람들의 목소리도, 저도 모르게 뱉은 감탄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멍하니 눈앞에 펼쳐진 이 기적같은 광경을 감상할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ília)는 인류 역사에 남을 역사적인 건축물로서의 의미도 대단하지만, 현재 우리와 그 생을 함께하고 있기에 그 감동이 더 특별했습니다. 바르셀로나 여행은 물론 지난 모든 여행을 통틀어서도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천장을 올려다 본 이 순간을 가장 빛나는 몇 개의 장면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La Sagrada Família)
Carrer de Mallorca, 401, 08013 Barcelona, Spain
+34 932 08 04 14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이 성당은 '가우디 대성당'으로 우리에게 더 유명합니다. 카탈루냐 출신의 건축가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건축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와 건축을 책임진 로마 카톨릭 성당으로, 1883년부터 현재까지 '건설 중'입니다. 1935년 스페인 내전과 1926년 안토니 가우디의 사망 등 여러 풍파를 겪으며 건축이 중단, 재개되고 있는데, 현재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막바지(?) 건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완성된 후의 높이가 약 170m, 전망대에 오르면 바르셀로나 전체가 한 눈에 다 보인다고 하니 이곳에 오는 분들은 누구나 '완공된 후에 꼭 다시 오자'는 약속을 할 수 밖에요. 물론 현재도 내부 관람이 가능하며, 늘 수많은 사람이 안팎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웬만한 초광각 렌즈가 아니면 한 장에 담기도 힘든 대규모 건축물. 사람들의 크기와 비교하면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위용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아니 스페인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랜드마크, 장차 지구 최고의 건축물 중 하나가 될 이 성당은 아직 '건축 중'인 성당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관람객들로 늘 북적댑니다. 미리 예약을 해도 입장까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으니 자유 여행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방문하실 분들은 되도록 서두르시는 것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가장 근사해 보인 뷰는 길 건너 Av. de Gaudí,에서 본 풍경이었습니다. 카페 테라스와 음식점이 모여있는 거리에 마치 배경처럼 거대한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길 끝을 가득 채운 풍경이 멋지더군요. 이 길 끝에 KFC가 있는데, 이 앞에서 많은 분들이 성당을 배경삼아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사진 한 장에 성당을 모두 담기 힘들기 때문에 이 거리에서 '인증샷'을 찍는 분들이 많더군요. 시간이 좀 여유롭다면 이 노천 카페에서 성당을 배경으로 오후를 보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뷰는 다른쪽 길 건너편에 있는 가우디 공원에서 성당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성당에 한눈에 들어오는데다 날씨가 좋으면 공원 중앙에 있는 연못에 반영된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죠. 이 연못 앞에는 특히 연인과 부부들의 사진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나무와 물을 전경으로 품은 이 뷰가 어쩌면 안토니 가우디가 보여주고 싶은 성당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멀리서 보았을 때, 화려한 색상과 호화로운 장식의 이탈리아 건축물, 중세 유럽의 멋을 품은 체코의 건축물과 달리 누리끼리한(?) 색상에 울퉁불퉁한 모양새의 이 성당이 그리 멋져 보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가갈수록 그 느낌은 놀라움으로 변해 점점 커졌습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 양식에 성당 전체를 아주 잘게 나눠 그 하나하에 빈틈없이 조각상과 메시지를 담은 이 '디테일'은 그야말로 안토니 가우디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합니다. 직선보다는 곡선 그리고 사선 위주로 만들어진 건축 양식이 정말 절묘하게 느껴집니다. 색깔(?)은 이래도 가까이 다가가 올려다보면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됩니다.
멀리서 보았을 때 그저 '울퉁불퉁'해 보였던 건물 외벽은 성서의 이야기와 인간, 신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조각들이었고, 하나하나가 빈틈없이 완벽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뒤쪽 입구에서 올려다 보면 발견할 수 있다는 예수의 형상. 십자가를 진 예수의 모습을 빚어놓은 것이라고 하는데, 고개를 들면 그 표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때 정말 소름끼쳤습니다.
다소 거친 느낌의 외벽과 달리, 성당 내부는 그야말로 다른 세상에 와있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입니다. 그동안 보아온 유럽 성당들에서 느낄 수 없는 신비로운 분위기. 가우디는 이 성당 내부에 람블라스 거리를 재현했다고 하는데요, 각 기둥이 람블라스 거리에 늘어선 플라타너스 나무를, 천장의 화려한 장식은 나뭇잎과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성당을 찾는 모든 사람들, 아이들까지 성당에서 자유와 치유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내부를 보며 처음 성당에 들어설 때 상상하지 못했던 감동을 느꼈습니다. 중간중간 '울컥'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이 거대한 성당을 빈틈없이 채운 가우디의 설계는 이미 백 년 전에 완성돼 있었다고 하죠. 특히나 '숲'을 형상화하는 성당 내부의 기둥과 장식 그리고 람블라스 거리의 하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좌, 우에 서로 다른 컬러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배치해 오후 햇살부터 저녁 노을까지 모두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이 스테인드 글라스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좌,우로 다른 색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배치해 푸르고 붉은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마치 람블라스 거리의 하루를 보는 느낌입니다. 청명한 아침 빛부터 해질녘 붉은 노을까지 이 성당 안에서 모두 느낄 수 있는 것이죠. 가이드에게 가우디가 이 성당에 담고자 했던 것 그리고 성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선물하고 싶었던 것들을 듣고 나니 그 감동이 배가되었습니다.
성당을 나오며 저도 물론 이 성당의 완공 일자를 확인했고 그때 꼭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마 그 해 바르셀로나는 도시 전체가 빈틈없이 사람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요? 이 성당과 함께 살며 죽기 전에 그 완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2017년을 사는 제 인생이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감동적인 건축물이었습니다. 이것만큼은 정말로 꼭 직접 가서 보아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 열에 서너 분은 저처럼 울컥해서 어쩌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고요. 좀처럼 감동을 받지 않는 제가 이 정도였으니, 스페인을 여행하시는 분들은 일부러라도 바르셀로나를 찾아 이 성당을 한 번 만끽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