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위해 라이카 M을 사용하게 됐고 여행을 시작하게 되면서 좀 더 쉽고 편한 Q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여행을 위해 M으로 돌아왔습니다. 쉽고 빠른 것은 물론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아니 설령 절대적인 결과물이 좀 더 낫더라도 그것이 나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다시 M 카메라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다시 묵직한 카메라를 손으로 쥐고 뷰파인더를 보며 렌즈의 초점링을 돌리니 잊고 있던 가슴 떨림이 멀리 가지 않았다는 듯 찾아옵니다.
다시 라이카 M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후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당연히 최신작인 M10이었지만,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예약 후 몇달이 지나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 때문에 M240을 사용하며 내심 궁금했던 M-P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M240과는 껍데기와 버퍼 메모리 용량 정도만 다른, 사실상 '그게 그것'인 카메라인데도 그 작은 차이가 마음을 움직이게 하니 사진에서 '감성'이란 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도 더 큰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M-P는 한국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70대가 제작된 한정판 제품으로 구매하게 됐습니다. M240은 물론 일반 M-P모델보다 좀 더 비싼 가격이었지만 이 가치에 좀 더 지불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라이카 M-P 광복 70주년 한정판은 한국 광복 70주년을 기념한 에디션으로 필름 MP 카메라와 디지털 M-P 카메라로 제작됐습니다. 두 카메라 모두 35mm Summilux 렌즈와 50mm Noctilux 렌즈가 세트로 구성됐는데 특히 유광 블랙페인트의 렌즈들이 카메라보다 더 가치가 있어 화제가 됐다고 하죠. 디지털 M-P 버전의 경우 렌즈도 본체에 맞춰 실버로 제작됐습니다.
삼년여 만에 다시 만난 디지털 M의 패키지, M-P는 M240과 패키지가 같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야 '우와' 했지만 이제는 이것이 그저 이 회사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제품은 한정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패키지는 평이하고 어쩌면 초라한 편에 속합니다. 보증서의 한정판 인증(?) 문구 외에는 다른 점이 없습니다.
하지만 본체는 무척 '스페셜'합니다. 카메라 절반을 두른 볼커나이트 색상이 다른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카메라처럼 보이게 합니다. M-P 실버 바디를 베이스로 오렌지 색상의 볼커나이트를 채용했는데, 실버와 오렌지의 조합이 무척이나 화려합니다. 오렌지색 가죽에서 에르메스의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만, 실제 디지털 M 바디의 에르메스 에디션은 포브 바레니아 가죽 색상으로 되어있죠. 오렌지 색상 때문에 카메라가 여성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 무게를 경험하면 여성 사용자에겐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P 버전의 M 카메라의 외형상 특징은 상단의 빨간색 라이카 로고를 삭제한 데 있습니다. 디지털 M-P 역시 M Typ240에 있는 빨간색 라이카 로고가 없고, 대신 상판 각인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합니다. 아 그리고 M Typ240에서 삭제됐던 전면 프레임 셀렉트 레버도 다시 돌아와 좀 더 클래식한 느낌을 주고 있고요. 주황색 볼커나이트를 두른 이 바디의 경우 빨간색 로고가 없는 M-P 베이스가 아무래도 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검색해보니 비슷한 실버/오렌지 조합의 에디션이 인도에서 발매된 적이 있더군요. 확실히 로고가 없는 M-P 바디가 좀 더 깔끔한 인상을 줍니다. 다만 마킹까지 오렌지색으로 맞춘 35mm Summilux 렌즈는 정말 탐나네요.
오렌지색 볼커나이트를 제외한 외형은 M-P 일반 모델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M240을 통해 익숙한 인터페이스라 어렵지 않게 적응했고, 새로운 것도 없었습니다.
한정판만의 요소라면 상단 각인의 차이입니다. 상판에 새겨진 라이카 로고에서 아래 'LEICA CAMERA WETZLAR GERMANY' 문구가 사라지고 70주년 기념판을 상징하는 문구가 새겨졌습니다.
더불어 70대 한정판을 나타내는 번호도 있습니다. 제가 구매한 모델은 51번째 모델이네요. 충무로 라이카 스토어에 있는 모델이 마지막 70번째 모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본 스트랩 역시 볼커나이트 색상에 맞춰 오렌지 색상으로 제작됐습니다. 스트랩을 본체에 장착하면 스트랩에서 볼커나이트로 이어지는 오렌지색 라인이 화려하다못해 음란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스트랩에도 본체 상단과 같은 70주년 기념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사실 외형의 몇몇 요소만 빼면 일반 M-P는 물론 M240과도 다른 것이 없는 카메라지만 그 차이가 카메라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구매하기 전에 이 카메라에 어울리는 실버 렌즈를 구비할 생각에 골치가 아팠지만 블랙 렌즈를 사용하더라도 이 카메라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뭔가에 홀리긴 홀렸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일 년여만에 다시 M 카메라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너무 '쉽고 착한' 라이카 Q에 익숙해져 둔해졌던 가슴이 오랜만에 뛰는 것 같군요.
아무래도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함께, 되도록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