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코리아 강남 스토어에서 7월과 함께 새로운 전시, 행사를 진행한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거리 사진에 대한 내용이라 시작 전부터 관심이 컸던, 그래서 오픈 행사에 맞춰 일찍 다녀온 전시였습니다. 종종 카메라 문제로 스토어를 찾곤 하는데, 그 때마다 매장 한 켠 작은 공간에서 늘 사진 전시를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번 전시의 이름은 위 아 더 스트릿 (We are the street)으로 제목처럼 거리 위의 순간을 잡은 사진들로 구성된 전시입니다. 제목인 We are the street은 이번 전시에 참여한 글로벌 스트리트 사진 크루의 팀명이기도 하다네요. 다양한 국적의 포토그래퍼 6인이 각자의 시선과 주제로 담은 사진들을 따로 또 함께 모아 구성했습니다. 물론 모든 사진은 거리 위의 장면들이라는 것이 대주제입니다. 전시는 8월 1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된다고 합니다.
전시 관계자에게 들으니 이번 행사는 전시 외에도 거리 사진에 관심이 많은 한국의 아마추어 포토그래퍼들을 대상으로 위아더스트릿 크루가 직접 진행하는 워크샵도 함께 진행된다고 합니다. 이미 제가 방문하기 전 오후에 1차 초급 코스가 있었고, 2차 중급 코스까지 총 두 번의 워크샵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위아더스트릿 크루의 거리사진 철학과 카메라 조작, 설정 노하우를 들을 수 있고 함께 서울 거리를 걸으며 직접 거리 사진을 찍는 시간도 있다고 하니 좋은 기회입니다. 온라인 활동이 많은 위아더스트릿 크루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니 그들에게도, 참석한 수강생들에게도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뒤늦게나마 참여할 수 있는지 문의해 보았지만 아쉽게도 미리 신청을 해야 참가할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미리 몰랐던 것이 아쉽습니다.
퇴근 시간에 맞춰 도착한 라이카 스토어 강남점, 거리 사진 전시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신 분들로 매장이 북적였습니다. 낯선 생김새의 외국인분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분들이 위아더스트릿 포토그래퍼들이시더군요. 포토그래퍼들은 자유롭게 매장을 돌며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사진 외의 능력을 살려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매장 복판을 무대삼아 트럼펫 연주를 하던 니콜라스 도미니크 탈볼라 (Nicholas Dominic Talvola)가 가장 돋보였습니다.
포토그래퍼와 이 날 워크샵에 참여했던 수강생들이 함께 사진과 카메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모두 사진이라는 같은 관심사과 열정을 가진 분들이라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행사는 매장 전체에서 스탠딩 파티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라이카 코리아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이유로 음식들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매번 같은 구성인데도, 파티 즐기기 좋은 음식에 분위기라 좋은 인상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지난 행사때까지는 해외 맥주들이 구비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국내 수제 제조사의 에일 맥주가 놓여 있어 '오늘은 술 안마셔야지'하는 다짐을 접고 한 병 마셔 보았습니다. 노홍철씨와 콜라보한 이 맥주의 이름은 '긍정왕'이라고 하네요.
'이 거리를 사진에 담다'
니콜라스의 트럼펫 소리에 이끌려 매장에 들어서고 준비된 음식과 맥주를 마시다보면 저절로 전시장에 들어서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스토어 안쪽의 작은 갤러리에 이 날 전시의 주인공인 사진들이 걸려 있습니다. '이 거리를 사진에 담다'는 제목으로 6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사진들을 벽에 걸어 꾸몄습니다. 흑백 사진이 많이 보였는데, 중앙에 위치한 션 롯맨(Sean Lotman)의 사진은 반가운 컬러 사진입니다. 오래된 필름 혹은 토이 카메라로 찍은 듯한 과장된 색감과 디테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가운 오사카 글리코상을 배경으로 한 사진도 있었고요.
서울에 사는 제게는 한 눈에 장소를 알아볼 수 있는 사진들이 있어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감흥이 덜했던 것 같기도 했습니다. 작가들은 흑백과 컬러를 각자 다르게 활용해 주제를 표현했고, 하이 컨트라스트의 흑백 사진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트럼펫을 솜씨 좋게 부는 니콜라스 도미니크 탈볼라의 사진이 가장 좋더군요. 다른 작가들과 비교하면 스트릿 포토에서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지만 표현하는 감각이 좋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보아온 거리 사진들의 공식들을 충실히 따른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작가의 독창적인 시선이 반영된 사진들이어서 작가마다 다른 프레임과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둘러볼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문득, 작가들이 어떤 카메라를 사용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사진 한 장 한 장을 꼼꼼히 보아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시간 나시는 분들은 가볍게 다녀 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거리 사진은 다른 사진들보다 훨씬 읽기 쉬우니까요.
매장을 둘러보다 보니 아마도 라이카 코리아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가볍게 전시 행사를 둘러보러 온 제가 어느새 카메라와 렌즈를 살펴보며 M10과 M 모노크롬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으니까요. 라이카 Q를 무척 만족하며 사용하다 최근에 처분했는데, 스토어에 전시된 M 시리즈를 보니 다시 가슴이 두근거리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날 저는 주변 지인들의 극찬에 전보다 더 궁금해진 M 모노크롬을 잠시 체험해 보았습니다. 오직 흑백으로만 촬영 가능한 카메라는 써 볼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컬러를 포기할만큼 매력이 있다는 그분의 말이 계속 떠올랐거든요. 스토어에서 사진을 몇 장 찍어와서 보았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고, 나름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전시 감상보다 카메라 감상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 금요일 밤이었습니다.
라이카 M 시리즈와 Q를 사용하며 거리 사진에 전보다 더 큰 관심을 갖고, 여행 사진도 거리 위 장면을 담는 데 할애하고 있는데, 여행과 촬영이 반복될 수록 제가 만든 틀에 갇힌다는 느낌이 들때쯤 다양한 거리 사진가들의 시선을 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롭고 도움이 됐던 전시였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전시 그리고 행사가 있으면 체크해뒀다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