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여행에 세 번 왔으니 제게는 확실히 후쿠오카 핫플레이스입니다. 시후도(海風土)와 Seafood의 발음을 이용한 언어유희부터 비주얼과 가격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이곳만의 메뉴들까지 하카타 이자카야 씨푸도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곳입니다. 그래서 저도 후쿠오카에 여행을 오면 빠짐 없이 한 번은 이곳을 찾고 여행을 앞둔 주변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게 됩니다.
처음 여기를 찾아올 때는 하카타에서 길을 돌고 돌아 제법 어렵게 닿았는데 세 번쯤 오니 이제 무척 가깝게 느껴집니다. 하카타역 동편 입구에서 길을 건너 약 두 블럭쯤 가면 간판부터 '바다바다한' 느낌의 씨푸도와 그 옆 야키토리 전문점 하카타 후도를 함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저녁 시간 전에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죠. 물론 그 중 적지 않은 비율이 한국 관광객입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한국에서 한국어 공부를 한 점원까지 채용됐더군요.
일곱 시가 가까운 이른 시간이지만 이미 점포 내에는 빈 자리를 찾기 힘듭니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500엔 모듬 사시미 덕분에 한국 관광객에게 무척 유명하지만 실은 현지인들에게도 꽤나 인기있는 곳입니다. 골목마다 이자카야가 있는 후쿠오카에서 개성있는 메뉴와 합리적인 가격이 성공을 거둔 것 같습니다. 오픈 키친 앞에 붙은 사인 중에는 얼마 전 다녀갔는지 한국 연예인의 사인도 있더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 오징어도 수조에서 활발하게 헤엄칩니다. 이곳 오징어회는 단맛이 강해 누구나 좋아하죠.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 시기에는 맛을 볼 수 없다고 하니 이 날은 운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가격과 맛 그리고 비주얼 3대장으로 제가 꼽는 씨푸도의 메뉴입니다. 500엔 사시미는 이곳을 찾는 이라면 열에 아홉은 주문하는 자타공인 대표 메뉴입니다. 활오징어 사시미는 가격은 다른 메뉴보다 비싸지만 맛을 보면 후회가 없는 메뉴고요. 처음 씨푸도를 찾는 분들에게는 우엉 갈치 튀김이 좋습니다. 50cm 길이의 우엉에 갈치를 돌돌 감아 튀긴 특별한 메뉴가 테이블에 놓이는 순간 그 압도적인 비주얼이 여행을 더욱 행복하게 하거든요. 저는 모듬 사시미와 오징어는 꼭 주문합니다.
손해를 보고 판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500엔의 저렴한 가격에 총 6종류의 다양한 회를 맛볼 수 있는 모듬 사시미는 최고의 인기 메뉴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맥주 두어 잔은 금방 사라질 정도죠. 결국 추가 주문으로 이어지지만, 씨푸도는 이 사시미 한 접시만으로도 충분히 찾아올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여기에 최근에 '가성비' 메뉴가 하나 더 생겼는데요, 회를 뜨고 남은 잡어를 구운 메뉴입니다. 250엔의 저렴한 가격에 뼈에 붙은 생선살 구이가 맥주 안주로 그만입니다. 모듬 사시미와 구이 요리 그리고 생 맥주 한잔을 주문하면 천 엔 내외로 근사한 술자리를 만들 수 있으니 이 조합을 추천할만 합니다.
하지만 가격 생각하지 않고 베스트 메뉴를 꼽는다면 단연 저는 활오징어 사시미를 꼽겠습니다. 방금까지 수조에서 헤엄치던 오징어가 회가 되어 접시에서 꿈틀대는데, 투명한 오징어 살이 쫄깃하면서 단맛이 나서 한 점 한 점 사라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저 혼자 가면 가성비 메뉴를 고르겠지만, 좋은 이와 함께 가면 단연 이 오징어 사시미를 주문합니다. 꿈틀대는 오징어의 모습을 보는 것부터 오징어 살의 맛을 즐기는 것까지 술자리가 무척 즐거워집니다.
오징어 회를 먹고 남은 다리 부위는 튀김 혹은 소금 구이로 다시 조리됩니다. 제법 그럴듯한 코스 요리죠?
거기에 생토마토를 갈아넣은 과일주까지 보태면 완벽한 바다잔치 한 상이 됩니다.
그렇게 술이 남아 안주를 더 시키고, 안주가 남아 술을 더 주문하는 길고 즐거운 밤이 이어졌습니다. 즉석에서 불을 붙여 익히는 참치 스테이크를 보며 환호를, 입에 넣는 순간 녹아 내리는 생선 타다끼 요리에 탄성을 지른 시간이었습니다.
후쿠오카 첫 여행을 하며 '이거 너무 먹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 그리고 '자꾸만 또 오고싶다'는 생각을 처음 한 곳이 바로 하카타 씨푸도였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음식들의 화려한 비주얼이 먼 곳까지 날아온 보람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주로 먹으러 후쿠오카를 여행하며 다양한 식당을 소개하고 있지만 제가 가장 즐겨찾는 곳은 바로 이곳입니다. 언제 가더라도 참 즐거운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