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여행 다른 맛집들을 찾는 것이 여행의 재미라지만 지난 여행의 좋은 기억 때문에 자꾸 찾게 되는 집이 있습니다. 후쿠오카에 유독 그런 곳이 많은데, 하카타 푸도도 그 중 한 곳입니다. 나란히 붙어있는 시푸도가 500엔 모듬회의 강렬한 매력으로 저를 끌어당긴다면 이곳에서는 어둑어둑한 실내 조명과 시끌벅적한 분위기 덕에 누구와 오더라도 즐거운 대화로 여행의 밤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가장 더운 날 저녁 식사를 이 곳에서 시원한 하이볼과 야키토리로 해결했습니다.
하카타 역에서 두 블럭 건너에 있는 하카타 푸도는 역에서 바로 눈에 띄지는 않지만 발품을 팔아 찾아가면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풍토(風土)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로 고기 요리로 된 야키토리와 덮밥, 전골 메뉴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산물 전문점인 시푸도와 야키토리 식당 하카타 푸도가 나란히 붙어있어 1,2차로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야키토리집인 하카타 푸도에서는 간단한 꼬치구이 메뉴와 함께 맥주나 하이볼을 즐기거나, 지역색 물씬 풍기는 고기, 덮밥 메뉴 그리고 전골 요리 모츠나베로 든든하게 배까지 채울 수 있습니다.
어둑어둑한 조명이 자욱한 연기 때문에 한결 더 몽환적으로 느껴집니다. 종일 잘 참았더라도 이곳에서는 들어서는 순간 술 생각이 납니다. 맥주 안주로 특히 좋은 야키토리 메뉴를 중심으로 한 식당으로 종류별로 하나씩만 즐겨도 배가 터질만큼 다양한 메뉴가 있습니다. 정갈하게 정리된 굽기 전의 꼬치들과 가지런히 쌓인 술병들이 분위기를 더합니다.
모든 메뉴가 친절하게 한글로 번역돼 닭껍질, 연골, 우설 등 이곳 사람들이 좋아하는 꼬치 메뉴를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이곳의 매력입니다. 벌써 세 번째 찾는 집인데 올 때마다 한국어 메뉴판의 완성도가 높아져 둘러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정식 메뉴판 사이에 있던 추천 메뉴판은 글씨를 보니 한국 사람 혹은 한국어를 오래 공부한 사람이 쓴 것 같더군요. 하나하나 훑어보다보니 정말 다양한 부위들을 음식으로 만드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바탕 주문한 메뉴가 놓이며 식사가 시작됐습니다. 하카타 푸도는 주문한 후 비교적 빨리 음식이 서빙되고 테이블 위에서 익히거나 따뜻하게 온도를 유지하며 즐길 수 있는 점이 좋습니다. 특히 꼬치 요리가 식지 않도록 촛불로 은은하게 온도를 유지하는 이곳만의 돌판은 마지막 한 점까지 따뜻하게 즐기라는 배려 같아서 좋아합니다. 거기에 술과 잘 어울리는 전골 요리 모츠나베까지 시키면 식사, 안주 어느쪽으로도 손색없는 한 상이 됩니다.
다른 곳에서는 대부분 맥주를 주문하지만, 이곳에선 유독 하이볼을 주문하게 됩니다. 깔끔한 맛이 고기 메뉴들과 잘 어울려서 저절로 생각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날도 어김없이 하이볼을 주문했죠.
이곳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와규 꼬치. 개당 500엔에 가까운 비싼 가격이지만 고기의 식감과 맛이 정말 좋아서 이거 하나면 술 한잔 비우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선 항상 이 와규 야키토리를 주문하게 됩니다. 입 안 가득 찬 소고기가 주는 행복이 대단합니다.
대표적인 후쿠오카 음식인 모츠나베는 한국의 곱창 전골에 비할 수 있습니다. 곱창의 고소한 기름과 양배추의 단맛을 즐기는 국물 요리인데, 칼칼한 한국의 곱창 전골과는 그 맛이 완전히 달라서 제법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단맛이 강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담백함과 단맛 때문에 하이볼과는 무척 잘 어울리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하카타 푸도의 모츠나베는 이곳의 대표 메뉴는 아니지만, 전문 식당과 비교해도 그리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괜찮아서 꼬치 요리와 함께 상 위를 채우는 메뉴가 됐습니다. 건더기를 먹고난 후 남은 국물에 말아먹는 면이 하이라이트입니다.
이 날은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음료 말차 깔루아를 주문했습니다. 말차를 넣은 깔루아 칵테일인데 테이블에서 직접 말차 가루에 깔루아를 타서 만드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도수가 높지 않고 말차의 쌉싸래한 맛이 강해서 마치 말차 라떼를 마시듯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메뉴였습니다. 여성분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은 음료더군요.
다음으로 파를 곁들인 닭고기, 그리고 치즈를 올려 식감과 풍미를 더한 닭가슴살 꼬치를 주문했습니다. 닭가슴살을 먹기 좋게 다져서 치즈를 길게 올린 꼬치 메뉴는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할 것 같더군요. 역시나 마지막 추가 메뉴로 저 치즈 야키토리가 꼽혔습니다. 꼬치 종류가 워낙 다양한지라 빨리 배가 불러오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술은 아직 취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한국 식당의 마무리처럼 느껴졌던 이 볶음밥은 야키토리의 소스에 밥을 볶아 파와 달걀을 올린 것입니다. 모양새를 보니 어떤 맛인지 충분히 상상이 되죠? 물론 그 맛입니다. 한바탕 고기 요리를 즐긴 후에 어김없이 먹게되는 마무리 볶음밥이요.
하카타 푸도는 꼬치 요리의 다양함과 맛도 그렇지만 함께 찾은 사람과의 대화 때문에 찾을 때마다 유독 좋은 기억을 안겨주는 곳입니다. 혼자 가서 와규 꼬치에 하이볼 한 잔 가볍게 즐기기에도,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시끌벅적 수다를 떨며 하루를 마무리하기에도 모두 좋은 장소이고요. 오늘처럼 습도 높은 후덥지근한 날에 유독 생각나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