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가면 가장 즐겨 먹는 것은 역시 초밥이나 해산물 덮밥 등, 신선한 해산물 요리들입니다. 라멘과 우동, 모츠나베 등 지역 음식으로 유명한 후쿠오카지만 일식의 기본기인 해산물 요리의 수나 다양함에서도 다른 지역에 뒤쳐지지 않습니다. 일본 여행 중 아침 식사로는 신선하고 가벼운 해산물 요리를 선택하게 되는데, 지난 여행에서 감탄한 '하루 30그릇 한정 해산물 덮밥'도 그랬습니다.
하루 30그릇 한정, 후쿠오카 키스테이와라쿠(喜水亭和樂)의 해산물 덮밥
오픈 시간과 동시에 맞춰 입장한 키스테이와라쿠의 해산물 덮밥은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이곳을 선택하기까지 나란히 놓고 고민해야 했던 나머지 한 곳도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쉽게도 그 여행은 너무 짧아 그냥 돌아와야 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결국 나머지 리스트도 채웠습니다. 멋진 담음새의 한 그릇이 키스테이와라쿠의 매력이었다면, 이번에 우오스케 식당(魚助食堂)은 그야말로 가슴 설레게 하는 푸짐함이 매력입니다.
텐진 파르코 백화점 신관 지하 2층에 있는 우오스케 식당은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는 곳인데, 아무래도 가장 눈을 끄는 메뉴는 생선회 덮밥입니다. 그릇에 원하는만큼 잔뜩 생선회를 쌓아올려 푸짐하게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어 관광객과 현지인들 모두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가격대별로 그릇 크기를 달라 담을 수 있는 생선회 양에도 차이가 있습니다만, 높이 쌓아올려 그 한계를 극복(?)하는 것 역시 이집만의 재미가 되겠죠. 이런 무제한 식당의 경우 재료의 신선함에 대해 의문이 들기 마련이지만, 파르코 백화점 지하 식품관은 입점이 매우 까다로운 곳이라고 하니 걱정을 한결 덜게 됩니다. 우오스케 식당은 비교적 최근에 입점한 식당입니다.
이번에도 아침 식사로, 급한 마음에 오픈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습니다. 식당 내부에서는 열한시부터 시작되는 런치 준비에 한창이었습니다.
파르코 백화점의 여느 식당과 같이 가게 앞에는 대기 중인 손님들을 위한 의자, 그리고 식당의 대표 메뉴를 소개하는 입간판이 놓여 있습니다. DIY 방식의 회덮밥 외에도 다양한 요리들이 판매중입니다. 다만 '저 가격이면 잔뜩 쌓아먹는 회덮밥을 먹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장, 회덮밥 외에도 샐러드와 찜, 구이 요리들이 준비돼 있습니다. 뷔페식으로 차려진 요리들은 회덮밥을 먹을 때 곁들이는 요리들입니다. 일본에서 이런 샐러드바 풍경을 보게되니 반갑습니다.
매장 한켠에 예쁘게 대기중인 여러 종류의 생선회들도 스캔 완료. 가게 오픈과 함께 기다렸던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늦은 점심 혹은 이른 아침식사로 신선한 생선회 덮밥은 무척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제법 입소문을 탔는지 한국 관광객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주문 방식도 일반 식당과 조금 다릅니다. 대표 메뉴인 생선회 덮밥은 메뉴판에 가격부터 먹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한글로 설명이 돼 있어 어렵지 않습니다. 세 가지 크기로 준비된 그릇 중 하나를 선택하고 카운터에서 결제를 하면 칩을 하나 받게 됩니다. 이 칩을 생선회 코너에서 밥이 담긴 그릇으로 바꿔 덮밥을 만들고 샐러드 바에서 요리들을 담아 즐기는 방식입니다. 물론 그릇의 크기를 나타내는 칩 역시 세 가지 크기로 나뉘어 있습니다. 저는 가장 큰 대형을 골랐습니다.
흰밥이 수북하게 쌓인 그릇을 받아 들면, 이제부터 생선회를 올려 덮밥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옛날 피자헛 샐러드바에서 닦은 '탑쌓기' 솜씨를 간만에 발휘할 순간입니다. 마음껏 담을 수 있지만 기회는 오직 한 번뿐이니까요.
생선회를 직접 담는 방식이라 한,두 가지 정도의 적은 생선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다양하게 준비돼 있습니다. 뷔페식으로 놓인 생선회를 눈치보지 말고 마음껏 밥 위에 올리면 됩니다. 생선의 이름도 적혀 있어 취향별로 담기 좋은데, 서툰 한글로도 이름이 적혀있어 반가웠습니다. 도미, 농어 등 한국에서는 밥 위에 올려먹기 힘들었던 생선들도 있더군요.
'어디 네 맘대로 담아봐.'
이 자유로운 순간에는 문득 정신이 아득해져 '다 먹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일단 넘치기 전까지 담기 시작합니다. 한점씩 담다 답답해서 젓가락을 눕혀 너댓 점을 한 번에 집어 올립니다. 사실 이쪽이 밥 위에 올렸을 때 모양도 더 가지런하고 좋습니다. 가장 큰 그릇에 그 그릇 높이 이상으로 쌓인 제 밥을 보고 주변에서 '와-'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실 이쯤에서 그만뒀어야 했는데, 그 소리에 신이 나서 몇 점을 더 집어 올렸습니다. 아슬아슬, 테이블까지 가져가기 힘들 정도로요.
생선회를 모두 올리고 나면 고추냉이와 파, 간장 등의 양념 코너에서 나만의 회덮밥을 마무리합니다. 공든 생선탑이 곧 쓰러질 것 같아 저는 우선 테이블에 밥을 놓고 양념을 챙기러 돌아오기로 합니다.
메뉴를 주문하면 밥이 담긴 밥공기와 함께 접시 하나를 더 받게 됩니다. 여기에 샐러드바 코너에 있는 음식들을 담아 회덮밥과 함께 즐기는 것이 이곳의 방식. 아침 식사로 적합한 샐러드, 에그 스크램블 등의 가벼운 메뉴부터 칠리 새우, 치킨, 감자튀김 등 식사 못지 않은 메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의 저처럼 생선회 덮밥에 혼신을 기울이셨다면 가급적 이 요리들은 조금만 챙기시는 게 좋겠죠. 사실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는 메뉴들이니 회를 한 점이라도 더 먹는 것이 좋은 선택입니다.
그렇게 완성된 한 상
사진이 흔들린 것은 이 순간의 설렘이 그대로 담겼기 때문입니다. 마치 밥이 없는 것처럼 수북하게 쌓아올린 생선회와 구색 맞추기로 담은 사이드 메뉴, 지치지 않고 생선회를 삼키게 도와줄 고추냉이와 장국까지. 1480엔, 약 만오천원에 즐기는 더없이 푸짐한 한끼입니다. 정신없이 담아올렸지만 담고나니 그 모양이 그럴듯해서 쉽게 젓가락을 넣지 못하고 한참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푸짐한 후쿠오카식 브런치. 너나 할것 없이 푸짐하게 담아가는 생선회는 회전률이 빨라 신선한 상태가 유지됐고 한 그릇 안에서 다양한 생선들을 맛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실 이런 메뉴의 경우 양념이나 소스의 기교보다는 재료 그 자체의 신선도와 손질에 따라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가격 대비 재료의 품질이 가장 신경쓰였는데, 사시미의 나라답게 나무랄데 없었습니다. 아마 이런 메뉴를 서울에서 먹으려면 두 배 가까운 가격을 지불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저는 결국 역시나 기어이 마침내 쌓아올린 생선회를 남김없이 해치우고 '생선회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안차요'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한가지 실책은 따뜻한 밥 때문에 아래쪽에 있는 생선회가 따뜻해져서 식사 후반으로 갈수록 그 맛이 덜했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비주얼이 아닌 맛을 위해서라면 먹을만큼 적당히 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물론 제가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대도 역시 이만큼 쌓아올릴 것 같긴 하지만요.
먹을 것 많은 후쿠오카 여행에서 한 끼로 밤 늦게까지 종일 푸짐했던 인상적인 식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