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시 갈 것이라 의심치 않습니다. 평생 그렇게 믿어왔고 직접 다녀와서 확인한 낭만의 도시 체코 프라하. 오늘은 철지난 사진첩을 넘겨보던 중 눈물나게 그리워진 프라하 카렐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천 년 역사의 도시를 잇는 가장 오래된 교각이자,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낭만, 환호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다리 이상의 공간. 이 사진들은 설렘 가득했던 첫번째 재회의 감격으로 채워진 두 번째 여행에서 기록한 장면들입니다. 낭만의 도시에서도 단연 아름다운 장면들이 가장 많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프라하, 카렐교(Karlův most)
프라하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성 비투스 대성당이 있는 프라하 성과 구시가 광장, 그리고 이 카렐교를 꼽습니다. 특히나 프라하 성과 블타바 강 그리고 카렐교가 함께 보이는 시티 뷰는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그리운 도시의 장면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카렐교는 블타바 강에 의해 동,서로 나뉜 프라하를 잇는 다리로 1402년 완공됐습니다. 그 후 400여년간 두 지구를 잇는 유일한 다리로 도시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기록돼 있죠. 길이는 621m, 너비는 약 10m로 제법 긴 편입니다. 사암으로 만들어져 거무튀튀한 색이 화려한 중세 유럽의 건축물 사이에서 눈에 띕니다.
매 초마다 낭만이 펼쳐지는 곳
구시가 지구 방면 카렐교 끝자락에 세워진 탑에 오르면 높이 솟은 프라하 성과 시내 전경, 블타바 강 그리고 카렐교까지 한 눈에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이 뷰가 너무 아름다워서 입장료 90 코루나가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고요한 블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카렐교는 프라하 동/서 지구를 잇는 여러 다리 중 단연 가장 특별하고 아름다운 다리입니다. 켜켜이 쌓인 시간이 느껴지는 다리의 외관이 중세 유럽 정취를 품은 건축물들과 어울려 비현실같은 그림을 만들죠. 지난 겨울 전망대에 올랐을 때 발 아래로 보인 풍경은 선명한 날씨 덕분에 제가 본 어떤 사진보다도 아름다운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해가 뜨기 전 이른 새벽이 아니면 카렐교 위가 비어있는 것을 보기 힘듭니다. 600년이 넘은 고교각이지만 여전히 매일 수만명의 사람들이 카렐교를 건너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건너고 그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감상하거나 기념 사진을 찍으며 다리 이상의 의미가 있는 이 공간을 즐기기도 합니다. 다리 위에 세워진 30여개의 조각상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거리의 화가와 음악가들이 낭만을 더합니다.
-프라하 카렐교 위의 풍경-
다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저 이 위에 머물러 있기를 바랍니다. 다리 위에 세워진 조각상을 보거나 손으로 직접 만지고 난간에 기대거나 더러는 바닥에 앉아 낭만의 도시 한복판에 있음을 만끽합니다. 저 역시 프라하에 있는 동안은 매일 이 다리를 찾아 건너기와 머무르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만나는 장면들 중 몇몇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이 공간을 떠날 수 없게 했습니다.
카렐교 위의 조각상 중 유독 반질반질하거나 칠이 벗겨져 속살이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세계 어느나라나 그렇듯,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미신이 있는 것인데 그래서 많을 때는 사람들이 줄까지 늘어서 조각상을 쓰다듬고, 소원을 빌고, 사진을 찍습니다. 하지만 이 조각상 대부분이 1700년대에 만들어진 원본이 아니라, 교체된 레플리카라고 하니 기운이 좀 빠지죠? 뭐, 진짜 행복은 '기도하는 마음'에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카렐교 주변의 풍경 역시 이 다리가 있어 다른 곳보다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블타바 강에는 유독 백조가 많은데, 카프카 박물관이 있는 치헬나(Cihelná) 거리엔 백조들이 모여있는 'Swan' 스팟이 있습니다. 강가로 보여든 백조들에게 먹이를 주고 함께 사진도 찍으며 또 다른 낭만을 즐깁니다. 블타바와 카렐교를 배경 삼아 백조와 교감하는 이 장면은 첫번째 프라하 여행 중 잊지 못할 장면이 됐습니다.
두 번의 여행을 다녀와 후회하는 몇가지 중 하나는 밤의 카렐교 풍경을 많이 보지 못한 것입니다. 유독 붉은 프라하의 조명이 가장 환하게 빛나는 곳이 이 블타바 강 주변인데, 특히 블타바 강과 프라하 성이 함께 보이는 야경은 낮에 전망대에 올라 보던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봤던 부다페스트의 야경처럼 우울하면서 아름다운 느낌이랄까요. 마침 이 날 아침 가장 화려한 프라하의 뷰를 봐서 그 대비가 더욱 크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영화가 되는 600m의 세상.
이 다리가 특별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아마 이 위에서 만난 낭만적인 순간들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나 카렐교 한복판에서 남자가 무릎을 꿇고 준비한 반지로 프로포즈를 하는 이 한 장면은 제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프라하의 낭만을 그 이상의 감동으로 눈 앞에 보여줬습니다. 카렐교 위에 펼쳐진 감정 중 가장 많고 또 흔한 것은 단연 '사랑'입니다.
-카렐교 위의 장면들-
-카렐교 위의 마리오네트 공연-
-카렐교 위 음악가 '브릿지 밴드'-
-카렐교 위, 거리의 화가-
거리의 음악가들 덕분에 다리 위에는 끊임없이 선율이 흐르고 사람들은 거리의 화가와 전통 인형 마리오네트 공연 주위에 모여 즐거워합니다. 이들이 모인 이 장면조차 카렐교 위에서는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아름답습니다.
다시 그 낭만으로 가길 고대하며
-카렐교 위 실루엣-
갑자기 찾아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그리움으로 시작한 이야기였습니다. 프라하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는 아니지만 가장 오래 생각나고 또 그리운 곳 카렐교.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을, 꿈꿨던 낭만들을 보여줬던 600m 짜리 세상. 그래서 다음 여행에선 이른 아침부터 사람이 모두 떠난 밤까지 이 특별한 공간 위에 머물며 펼쳐지는 낭만들을 감상하고 싶습니다.
-카렐교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