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재미있는 이름과 강렬한 달콤함(?) 때문에 잊을 수 없었던 디저트 가게가 서울에 막 오픈 했다고 하여 시간을 내서 다녀왔습니다. 지난해 후쿠오카 여행 중 우연히 마루이 백화점 1층에서 접한지 일 년만입니다. 달고 달고 또 단 맛이 마음에 든다며 여행 포스팅으로 기록해 둔 적도 있었죠. '세계에서 2번째로 맛있는 갓 구운 메론빵 아이스'입니다.
하카타 마루이 백화점 1층 디저트, 세상에서 두번째로 맛있는 갓 구운 메론빵 아이스
갓 구운 따끈한 메론빵 사이를 갈라 아이스크림을 채운 이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누가 처음 고안했는지 몰라도, 먹을수록 절묘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에서 2번째'란 재미있는 작명은 스승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겸손함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던데, 후에 듣고보니 일본에선 '세계에서 첫번째로 맛있는'라고 이름을 지었다간 법정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제 맘 속에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디저트이니 그런대로 이름값은 한다고 하겠습니다.
일본 전역에서 한바탕 인기를 끈 이 메론빵 아이스가 한국에도 상륙했습니다. 그것도 가장 번화가인 홍대 인근에 1호점을 오픈해 눈길을 끕니다. 서교 초등학교 옆 옷가게 즐비한 골목 중간쯤에 위치해있는데, 멜론 생각나는 연두색 간판이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띕니다.
이미 먹어보았으니 어떤 맛인지 알고, 어떤 맛인지 아니까 찾아 왔습니다. 친구에겐 일본에서 먹었던 말차 아이스를, 저는 그 때 못 먹어 서운했던 초코 아이스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4800원으로 다행히(?) 일본 본토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멜론빵만 2500원에 판매도 하는데, 아무래도 아이스가 있어야 완성입니다.
-메론빵 말차 아이스-
사실 이런류(?)의 해외 프랜차이즈 국내점을 방문할 때 현지와 비교해 어느정도 품질이 유지되는지를 유심히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명동 딘 타이 펑에서 정말정말 큰 실망을 느꼈거든요. 다행히 이 메론빵 아이스야 특별한 조리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지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왠지 느낌상 아이스크림을 아끼거나, 혹은 비스킷을 빼고 주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해 보았지만 후에 사진으로 비교해보니 별 차이 없더군요. 이제 서울에서도 마음 먹으면 메론빵 아이스를 먹을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메론빵 초코 아이스-
아쉽게도 새로 도전한 초코 아이스는 실패입니다. 말차 아이스는 메론빵의 단맛과 적절히 균형 잡아주고 향도 잘 어울리는데 초코 아이스는 빵과 함께 단맛의 직진(?)뿐입니다. 저같은 초코 마니아도 이건 이 빵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정도면, 웬만하면 말차나 바닐라 드시는 것이 낫겠습니다.
후쿠오카를 갈 때마다 빠짐없이 먹고 오는 메론빵 아이스를 이제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 반갑습니다. 친구는 뭔 아이스크림빵이 오천원씩이나 하냐며 불만을 가졌지만 메론빵 말차 아이스를 반쯤 먹더니 '하나 더?'라고 하더군요. 배도 제법 든든했던, 괜찮은 간식거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