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이란 단어를 보고 가장 먼저 어머니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그 다음엔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고요. 어머니는 워낙에 청국장을 좋아하셔서, 그리고 아버지는 무척이나 청국장 냄새를 싫어하셨던 기억 때문입니다. 지난해 청국장과 보리밥을 처음 방문했을때, 건강한 한 상에 기분 좋은 기억이 있던 터라 제가 사는 수유 근처 번동 사거리점을 발견했을 때 꼭 부모님과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여름이 막 시작된 월요일 저녁, 청국장과 보리밥 번동 사거리점에서 모처럼 가족 외식을 했습니다. -시집간 딸은 미안-
청국장과 보리밥이 제법 많은 점포를 가진 식당이라는 것을 처음 잠실점을 방문했을 때는 몰랐습니다. 아마도 유기농을 내세운 건강한 메뉴들 때문에 품질 관리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내세운 전략이 먹혔는지 검색해보니 서울에 제법 많은 점포가 있더군요. 번동사거리점은 집과 무척 가까운 곳이라 앞으로 자주 찾게될 것 같습니다. 한성운수 버스 종점 건너편, 센트로힐 건물 1층에 위치합니다.
고급 한식을 컨셉으로 내세운 청국장과 보리밥에 잘 어울리는 실내 인테리어. 가족 단위 식사가 많은 곳인만큼 편히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소파 자리가 많이 보였습니다. 대표 메뉴는 청국장과 모듬 나물, 보리밥 한 상을 받을 수 있는 청국장과 보리밥, 그리고 고기와 해산물을 곁들이는 다양한 정식류가 있습니다. 기본 정식인 청국장과 보리밥만 해도 보리밥을 나물에 비벼 먹으면 꽤나 든든한 식사가 되는데, 고기 메뉴까지 차리면 한정식이 부럽지 않습니다. 저는 특히 떡갈비와 두루치기 정식 사이에서 고민이 됐는데, 돼지고기를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아무거나 주문하라시면서도 은근히 두루치기를 원하시는 눈치셨습니다.
메뉴를 주문하고 나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푸짐하게 상이 차려집니다. 이날 저와 부모님은 두루치기 정식 2인분과 고등어 구이를 주문했습니다. 두부조림, 어묵볶음, 도토리묵 등 정겨운 밑반찬들과 겉절이 김치들이 두루치기가 나오기 전에 이미 상을 빼곡하게 채웠습니다. 전채요리로 콩죽이 작게 한그릇씩 나오는데, 담백한 맛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메뉴들
- 청국장과 보리밥 -
- 고등어 구이 -
- 돼지고기 두루치기 -
평소 좋아하던 두부조림 등의 밑반찬에 손이 가지 않을만큼 푸짐한 저녁 식사가 차려졌습니다. 가스렌지에선 청국장이 고소한 냄새를 내며 끓고, 불 향이 나는 두루치기와 고등어 구이는 그대로도 충분한 밥도둑입니다. 이곳의 정식은 이 메뉴들을 보리밥, 모듬나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이죠.
제가 좋아하는 식사법은 보글보글 끓은 청국장을 덜어 밥과 함께 즐기거나,
아니면 모듬 나물과 함께 보리밥과 비벼 청국장 비빔밥을 즐기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이집에선 청국장과 보리밥이 주인공인만큼 테이블에 비치된 볶음 고추장을 선택할지 과감히 청국장을 넣어 비빌지 고민하게 됩니다. 다섯 종류의 모듬 나물과 원한다면 밑반찬들을 더 넣어서 비벼 먹으면 집밥 느낌이 제법 납니다.
이 날은 삼인분이나 주문한 덕분에 청국장 비빔밥 위에 고등어 구이와 두루치기를 함께 올려 호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두루치기는 마늘, 고추와 함께 상추에 싸서 먹어도 좋고요. 반찬 수가 많다보니 밥을 잘 분배하지 않으면 금방 밥이 떨어지고 맙니다. 보리밥 추가는 2000원이라고 하네요.
워낙에 청국장을 좋아하셔서 집에서 직접 띄워 드시는 어머니는 나물과 밑반찬 등이 당신이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며 좋아하셨고, 야구 중계를 포기하고 외식을 선택하신 아버지는 평소처럼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지만 고등어를 남김없이 해치우신 것을 보니 역시 마음에 드셨던 것 같습니다. 평소 대식가를 자랑하는 저도 아쉽게 보리밥을 한, 두 숟가락 남기고 말았습니다. 한 상 가득 차린 반찬들이 양이 꽤나 많더라고요.
하지만 입가심(?)으로 이 메뉴를 결국 주문하고야 말았습니다. 여름에 종종 생각나는 소바.
이곳의 청국장은 특유의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된장을 먹는 듯 가볍게 청국장을 즐길 수 있는 곳인데, 그럼에도 청국장이 아직 어려운 분들 혹은 아이들을 위한 메뉴들도 있더군요. 저는 물론 청국장을 잘 먹는 어른입니다만,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린 하루를 마치고 메뉴판에서 소바를 발견하니 그냥 지나가기가 힘들었습니다.
부모님은 이렇게 식사가 끝난줄 아셨지만 저는 씩 웃으며 매장 한켠의 후식 셀프바에서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청국장 쌀과자와 미숫가루 슬러쉬를 후식으로 가져다 드렸습니다. 특히 미숫가루 슬러쉬는 제가 청국장과 보리밥에 올 때마다 꼭 세 번씩 먹는 메뉴입니다.
뻥튀기 과자 같으면서 콩의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있는 청국장 쌀과자는 특히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거하게 식사를 마친 후라 맛보기로 작은 접시에 가져왔는데, 아버지 어머니 모두 맛있다며 두 접시를 드셨습니다.
카운터에는 후식으로 제공되는 청국장 쌀과자, 흑미 쌀과자와 함께 전통 강정, 터키쉬 딜라이트 등 건강한 재료로 만든 간식거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너무 잘 드셔서, 오는 길에 전통 강정과 청국장 쌀과자를 한 봉지씩 사가지고 왔습니다.
벌써 꽤 많이 찾았지만 청국장과 보리밥은 갈 때마다 '잘 먹었다'는 말이 절로 나오곤 합니다. 그만큼 푸짐한 양과 맛, 그리고 좋은 재료가 주는 식사의 즐거움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가까운 번동 사거리점을 발견했으니 앞으로 종종 가족 외식으로 정식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수유, 번동 인근에 멋진 가족 식사 계획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