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기다렸던 영화 '원더우먼'이 개봉했습니다. 지난해 개봉한 '배트맨 vs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깜짝 등장한 원더우먼의 모습에 반하고, 후에 시리즈 제작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대했습니다. 드디어 오늘, 5월 마지막 날 개봉했고, 아침 조조로 관람하고 왔습니다.
- 그녀의 등장을 이 영화 최고의 장면으로 기억합니다 -
극장에는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계시더군요. 아마도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향수가 있으시겠죠. 소년이 되기도 전 나이부터 히어로의 대명사로 들어온 슈퍼맨과 원더우먼은 실제로 70년이 넘은, 구닥다리 캐릭터지만 원더우먼이 단독 주인공인 영화는 처음으로 제작됐다고 합니다. 배트맨 vs 슈퍼맨에서의 강렬한 등장과 매력적인 외모 등으로 올해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얼마 전에는 주연 배우인 갤 가돗에 대한 자격과 '원더우먼의 겨드랑이' 등이 논란 되기도 했죠. 이래저래 이야깃거리가 많은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 잔뜩 기대를 하고 -
원더우먼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
영화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관람을 앞둔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소감 위주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물론 제 취향이 조금 독특한지, 지난해 개봉한 배트맨 vs 슈퍼맨도 아주 재밌게 보았다는 것을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원더우먼은 주인공 다이애나가 원더우먼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시리즈의 첫번째 영화로 캐릭터의 탄생 과정을 풀어냈다는 점에서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2011)'를 자주 떠오르게 했습니다. 아마존의 공주이자, 여전사로 성장하던 다이애나가 우연히 불시착한 스티브를 통해 인간 세계로 떠나고, 그 과정에서 본인의 운명을 깨닫는 과정이 두 시간동안 지루하지 않게 펼쳐집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캐릭터의 배경을 너무 상세히 설명하려다 보니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로서는 적절하지만 단편으로서는 지루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원더우먼은 두 시간을 잘 쪼개 썼습니다.
배경은 1차 세계 대전 중의 런던으로 만남-결정-갈등-각성-그리고 결국 사랑(?)의 스토리로 구성돼 있습니다. 어찌보면 아주아주 평범한, 전형적인 히어로물의 이야기 구성입니다. 나쁜놈이 나타나고, 그 와중에 남녀는 사랑에 빠지고, 그럼에도 나쁜놈은 결국 물리치는 그리고 이 모든건 사랑 때문이야,라는 스토리. 그래서 오히려 기존 DC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기대와 달리 원더우먼이 '그저그런' 히어로 영화의 공식을 따랐다는 점에서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만, 대중적으로는 확실히 무난한 스토리입니다. 앞선 배트맨, 슈퍼맨 영화보다 액션의 스케일은 작지만 기-승-전-결이 확실해 훨씬 더 쉽게 읽히는 영화였고요. 그리고 당시 시대상과 다이애나 사이의 괴리를 곳곳에서 유머 코드로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흡사 마블 영화의 유머 코드를 보는 것 같더군요.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 평범한 스토리의 영화지만 그만큼 쉬워졌습니다.
원더우먼,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절대선'의 영웅
근래 히어로물은 엄숙함을 벗은 현실적인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츤데레같은 매력의 아이언맨은 히어로 역사상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고, 데드풀 같은 괴짜형 히어로도 마니아층이 존재하죠. 아마도 평생 욕 한 번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과거의 히어로들은 근래의 세상 그리고 사람들과 너무나도 큰 괴리가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원더우먼은 예전의 영웅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선한, 착한 생각만을 하고 사랑을 모든 가치 위에 두는, '정의밖에 모르는 바보' 말이죠. 하지만 이런 '절대선'이 보기 힘들어진 요즘이라 오히려 감동을 주는 면이 있습니다. 본인에게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거침없는 원더우먼의 캐릭터를 보면, 과거 '흠결이 있어도 능력이 있으면 된다'며 사회 부패를 눈감아주던 지난 사회 풍토를 떠올리게 됩니다. 적폐들이 쌓인 요즘은 이런 '절대선'이 다시 주목받는 가치가 된 것 같아서요. 앞으로 다시 이런 '착한 영웅'의 시대가 올까요?
갤 가돗의, 갤 가돗에 의한, 갤 가돗을 위한
여성 히어로물에서 주인공의 비중은 특별합니다. 히어로들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영화는 원더우먼의 힘과 신념을 하나씩 소개하듯 영화가 진행되는데, 어찌보면 이력서처럼 단순 나열될뻔한 이 '자기 소개' 항목을 이어주는 것이 다이애나 역을 맡은 갤 가돗의 매력이었습니다. 178cm의 큰 키에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그녀는 '스토리는 됐고 한 번 더 웃어줘'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아름답더군요. 흔히 영화가 배우빨을 받는다는 말을 하잖아요, 영화 '아저씨'의 원빈 처럼 말이죠. 제게는 원더우먼도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 파란 드레스 차림의 갤 가돗은 정말..! -
- 남는 건 갤 가돗뿐 -
가만히 바라볼 때 예쁘고, 찡그리면 매력적입니다. 웃을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엔딩 크레딧을 보며 갤 가돗이 아니었다면 원더우먼이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스티스 리그에서도 출연이 예정되어 있다는데, 그보다는 빨리 다음 원더우먼 시리즈를 보고 싶군요.
제 기대가 무척 컸음에도 원더우먼은 그동안 악평이 이어진 DC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영화인 것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70년만에 최초로 영화화된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의 힘과 갤 가돗이라는 여배우의 매력이 만든 시너지가 개인적으로 무척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 남은 여운은 OST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