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수트를 입고 출근하면 어머니가 유독 좋아하십니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는 결혼 생활을 꿈꾸셨다는 말씀 종종 하셔서 그 이유는 이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간편한 캐주얼 차림으로 집을 나서지만 가끔 일부러 멋 부리고 집을 나설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제 몸에 꼭 맞춘 맞춤 셔츠 그리고 수트입니다. 갈 갖춰입은 수트를 보면 남자인 저도 가슴이 뛰곤 하거든요. 계절마다 한 벌 정도, 특별한 자리에 입을 맞춤 셔츠를 구입하는데, 이번 여름에는 그동안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있는 포튼가먼트에서 구매했습니다.
남성을 위한 맞춤 예복과 셔츠등을 제작하는 포튼가먼트는 제가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부천과 합정 등 매장이 소수였지만 이제는 전국에 꽤 많은 매장이 생겼을 정도로 성장했더군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몸에 꼭 맞는 멋진 남성복을 제작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포튼가먼트 종로점으로 안국역 인근 에이메스 호텔 지하에 위치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법 넓은 매장에 형형색색의 남성복들이 즐비합니다. 수트와 셔츠들은 이태리 패션 화보에서 본 것과 같은 멋진 패턴과 디테일이 근사해 보입니다. 사방이 그야말로 옷들로 가득해서 매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설레는 남성들이 많을 것입니다.
맞춤 예복을 주력으로 제작하는 곳이지만 남성복에 관련된 모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스트라이프와 헤링본, 체크 등 다양한 패턴의 원단으로 만든 수트들을 보는 즐거움, 그리고 과감한 색상의 셔츠와 수트의 조합 등 그동안 검정, 남색, 회색 등으로 정형화된 남성복이 실제로 얼마나 섬세하고 아름다운지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더군요. 특히나 글랜 체크 수트 팬츠와 함께 놓인 나이키 스니커즈의 조합은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예복과 맞춤 수트를 제작하는 분들을 위한 다양한 액세서리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수제화와 벨트, 넥타이 등 수트와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직접 매치해볼 수 있는 것도 좋아 보였습니다.
저는 맞춤 셔츠를 위해 찾았지만 실제 이 곳은 결혼과 행사 등을 앞두고 예복을 준비하는 남성 고객의 비중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매장 한 켠에 가득 걸려있는 재킷과 팬츠들은 실제 예복을 제작하기 전 원하는 소재와 컬러, 패턴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시착용 예복이라고 합니다. 결혼을 앞두고 찾는 커플을 위해 어울림을 확인할 수 있는 여성용 예복도 구비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맞춤 셔츠는 약 2주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되지만 보다 섬세한 손길이 요구되는 예복은 두 달 정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매장에 걸린, 제작중인 예복들을 보니 그동안 쉽게 한 번 걸쳐보고 사입던 기성복과 확실한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멋진 남성복들을 실컷 구경한 후, 맞춤 셔츠 제작을 위해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테이블에 놓인 두툼한 책에는 셔츠용 원단 정보가 있습니다. 직접 색상과 소재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며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원단은 소재와 혼용률 별로 구분되어 있고, 모든 색상별 샘플이 직접 부착돼 있어 셔츠용 원단을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셔츠 제작을 도와준 디자이너와 제가 하는 일과 취향, 평소 옷차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제게 어울리는 소재와 색상, 패턴을 추천해준 것이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제가 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었는데,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선택하는 과정이 편안하고, 신뢰가 느껴졌달까요. 저는 여름에 어울리는 넓은 남색 스트라이프 원단을 선택했습니다. 스트라이프 셔츠가 이미 많은데도, 시원한 느낌에 반해 저도 모르게 또 한 장 추가하게 됐습니다.
소재와 패턴을 고른 후에는 셔츠의 디테일을 선택하게 됩니다. 칼라와 커프스의 형태, 그리고 이니셜의 유무를 고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PC 화면을 보며 디자이너와 함께 이야기하고, 최근 트렌드를 통해 함께 선택하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저는 평소 좋아하는 와이드 칼라, 그리고 요즘 많이 선택하신다는 직선 형태의 앵글 커프스를 선택했습니다. 이니셜은 영문으로 제 이니셜을 새겼고요.
셔츠 디테일까지 선택하고 나면 맞춤 제작을 위한 사이즈 측정을 하게 됩니다. 거울 앞에서 직접 어깨 너비와 가슴, 엉덩이, 목, 팔목 두께 등 세세한 항목으로 측정하는데, 오랜 경력의 전문가분이 능숙한 손길로 직접 치수를 재 주시더군요. 치수를 재며 대략적인 핏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저는 여름에 주로 단품으로 입게될 것을 고려해 너무 슬림하지 않게 제작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일주일 후, 셔츠 제작이 완료됐습니다.
일주일쯤 지나 반가운 전화가 왔습니다. 셔츠가 완성됐다고요. 다음날 점심 시간, 매장을 방문해 셔츠를 수령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완성된 셔츠를 확인합니다. 굵은 남색과 흰색 스트라이프가 가는 스트라이프보다 시원한 느낌이라 선택했는데 생각만큼 청량하게 느껴집니다. 거기에 제작 당시 제가 선택했던 와이드 칼라와 왼쪽 포켓, 이니셜 등이 빠짐없이 들어간 저만을 위한 맞춤 셔츠입니다.
타이와 매칭하기에 좋고, 오픈해서 입어도 칼라가 부담스럽지 않아서 와이드 칼라 셔츠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시중 기성복에서는 와이드 칼라 셔츠를 잘 찾아볼 수 없거나 있어도 일반 칼라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했는데, 맞춤 과정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느껴지더군요. 남색과 흰색의 조화는 어느 옷에서나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손목 이니셜은 처음엔 전체 이름을 적으려다 너무 길어질 것 같다는 이야기에 이니셜 K.S.J만을 새겼습니다. 저만의 셔츠라는 의미와 더불어, 착용했을 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뢰감을 더하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니셜 자수 역시 남색으로 놓여져 셔츠와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기대 이상으로 멋지게 제작된 셔츠에 기분이 좋아 방 안에서 평소 좋아하는 타이와 재킷을 번갈아 대보며 기분을 냈습니다. 셔츠 제작 당시 더위를 많이 타는 제 체질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셔츠 재질이 얇아 시원하면서도 구김 걱정이 덜한 매끄러운 소재라 올 여름 자주 손이 갈 것 같습니다. 사진은 제가 좋아하는 별자리 셔츠와 매칭한 것인데, 남색과 남색의 조합이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집에서 셔츠를 시착해보니 어깨부터 허리로 이어지는 선이 제 몸에 꼭 맞아서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평소 애매했던 기성복의 팔 길이도 맞춤 셔츠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죠. 무엇보다 셔츠를 입었을 때 몸 일부분이 당겨 불편하거나 품이 남아 우는 현상이 없어 기성복을 입었을 때보다 확실히 체형을 보기 좋게 살려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조만간 멋진 자리에 이 셔츠를 입고 갈 시간이 기대됩니다. 올여름 가장 자주 입을 셔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튼가먼트 종로점은 친절하고 섬세한 상담과 몸에 꼭 맞춘 남성복의 만족감을 합리적인 가격에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맞춤 셔츠를 입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옷을 좀 덜 사더라도 몸에 꼭 맞는 셔츠를 구매하는 것이 자신을 꾸미는 데는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포튼가먼트는 제가 가 본 몇몇 비스코스 테일러샵 중에서 가성비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