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가 풍부한 후쿠오카는 다양한 일본 요리의 발상지로 유명합니다. 돈코츠 라멘과 우동의 고향이 모두 후쿠오카인 것은 새삼 놀랍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후쿠오카의 유명한 전통 요리로 곱창 전골 요리인 모츠나베, 말고기 회 그리고 닭고기 요리를 꼽는데, 이번 여행에서 처음 접한 미즈타키 역시 후쿠오카에서 탄생한 요리입니다. 모츠나베를 우리나라 '곱창 전골'에 비유했듯, 미즈타키는 후쿠오카식 '닭 한마리' 요리에 빗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먹어보니 닭육수에 갖은 채소와 고기를 넣어 먹고, 남은 육수로 면과 죽을 만들어 마무리하는 것이 썩 닮았습니다.
水炊き 凡
일본 〒810-0801 Fukuoka-ken, Fukuoka-shi, Hakata-ku, Nakasu, 4 Chome−2−15 メインストリートビル 2F
+81 92-281-1177
영업시간 18:00 - 25:00 (월~토) | 17:00 - 25:00 (일)
후에 들으니 이 곳에서 미즈타키를 처음 접하는 것은 행운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찾은 곳은 미즈타키 본(水炊き 凡)으로 후쿠오카의 가장 큰 환락가인 나카스 거리에 위치합니다. 거리도 거리지만 이 식당 자체도 후쿠오카의 레스토랑 중 가격과 서비스에서 고급에 속한다고 하더군요. 근사한 방에 마련된 테이블로 안내 받을때까지만 해도 어깨가 으쓱했지만, 메뉴판의 가격 보고 놀랐습니다.
후쿠오카 내에서도 꽤나 알려진 식당이라 복도에는 이곳을 방문한 유명인들의 사인이 제법 다수 걸려있습니다.
서울에서 이런 실내 인테리어를 볼 수 있는 곳은 상당한 가격대의 일식집입니다. 미즈타키 본은 후쿠오카 내 고급 음식점으로 주로 비즈니스용 접대나 가족 모임 장소로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좌석은 방으로 분리돼 있어 조용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처음 경험하는 미즈타키
미즈타키(水炊き)는 한국어로 백숙입니다. 물에 끓인 닭요리라는 점에서 두 요리는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만, 우리가 흔히 먹는 닭백숙보다는 닭고기 육수에 채소와 면 등을 넣어 먹는 닭한마리 요리와 가장 비슷합니다.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세트 메뉴가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미즈타키를 주문하니 테이블에는 뽀얀 닭육수가, 그 곁으로 각종 채소와 면, 그리고 곱게 다진 닭고기가 준비됩니다.
이곳의 메뉴는 대부분 닭고기 요리로 구성돼 있습니다. 코스 메뉴의 시작인 전채 요리 역시 생 닭고기를 무친 샐러드입니다. 닭고기를 날로 먹는 것이 이색적인데, 신선한 고기에서는 닭고기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고, 적당히 양념을 해서 입맛이 살아나더군요.
처음엔 그저그런 밑반찬 정도로 생각하고 눈길을 주지 않은 테이블 위 반찬들도 하나하나 먹어보니 상당히 정갈하고 맛있습니다. 왼쪽 사진의 녹색 반찬은 고추 장아찌인줄 알았는데, 고추가 아니라 이 지역에서 많이 먹는 채소더군요. 아삭한 식감에 끈끈한 점액질이 있는 식감이 재미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곤약, 우엉, 조개젓 등 후쿠오카 지역의 다양한 밑반찬들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뽀얀 닭육수에 채소와 버섯, 두부 등을 올린 미즈타키는 모양과 색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닭한마리와 다양한 전골 요리 등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모양새이기 때문입니다. 뽀얀 닭육수는 우리가 알고있는 그 맛 그대로이고, 거기에 다진 닭고기로 만든 완자로 맛을 냈습니다.
곱게 다진 닭고기를 모양을 내 육수에 넣으면 담백한 맛의 닭고기 완자가 됩니다. 미즈타키는 닭한마리처럼 뼈가 있는 닭고기를 뜯기보단 닭육수와 채소 중심으로 식사를 하고 순살로 만든 완자로 단백질을 보충하는 방식입니다. 뼈가 없어 먹기에는 이쪽이 좀 더 깔끔합니다.
미즈타키를 먹는 이곳의 특별한 방법이 있는데, 파가 들어가 있는 테이블에 놓인 작은 컵에 끓기 시작한 닭고기 육수를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 마시는 방법입니다. 채소와 고기를 먹기 전, 담백하고 진한 닭고기 육수의 맛을 즐기는 것인데, 역시나 이곳 사람들에게도 닭고기 요리가 보양식인가 봅니다. 메뉴 자체도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파와 소금을 넣은 닭고기 육수는 우리가 흔히 먹는 바로 그 맛입니다.
미즈타키는 후쿠오카에서 먹어본 다양한 음식 중 가장 친숙한 메뉴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먹는 닭한마리 요리를 떠오르게 하는 육수의 맛과 채소를 익혀 먹는 방식에 어색함이 없었거든요. 다만 양념을 듬뿍 넣어 얼큰하게 즐기는 닭한마리와 달리 후쿠오카의 미즈타키는 별다른 양념 없이 닭고기 육수 고유의 담백함을 충분히 즐기는 고급 요리였습니다. 건강한 요리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것은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두 말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요리 역시 맥주와 무척 잘 어울렸습니다.
그렇게 채소와 고기를 모두 먹으면 남은 육수에 우동면을 넣어 닭칼국수처럼 면요리를 즐기거나, 카레 가루와 밥을 넣어 카레라이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면이야 닭한마리집에서 먹던 칼국수 사리와 비슷한 느낌이라 그리 새롭지 않았는데, 카레 라이스가 무척 인상적이더군요. 깊이 우러난 육수에 카레가루를 넣으니 감칠맛이 일품인 카레가 되었습니다. 담백하게 미즈타키를 즐겼다면, 마무리는 이렇게 강렬한 카레라이스로 맺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미즈타키 외에도 닭고기로 만든 다양한 메뉴들이 있습니다. 그 중 저와 일행의 엄지를 독차지한 메뉴는 치킨 가라아게로, 바삭한 튀김옷 속 부드러운 식감과 상큼한 레몬향이 퍼지는 밑간이 제가 먹어본 가라아게 중 단연 으뜸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집은 가라아게 전문점을 해도 맥주 도둑집으로 이름을 날리겠다 싶을 정도로요.
든든히 먹으면 배가 부른것이야 매한가지라지만, 미즈타키는 특유의 건강한 느낌 때문에 배가 터질듯 불러도 다른날보다 죄책감(?)이 덜했습니다. 식당을 나와 나카스 주변을 걸으니 후쿠오카에 다시 오길 잘했다 싶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이렇게 숨은 맛집들을 탐방하기 위해 좀 더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