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의 간판 시리즈, 프리미엄 X 카메라의 얼굴 마담.
하이엔드 렌즈교환 카메라가 속속 등장하고 엔트리 모델까지 다양하게 구비하며 점차 이 카메라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 같지만, 2년에 한 번 새로운 X100 카메라가 출시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목이 집중됩니다. 벌써 네번째 모델입니다. 클래식 디자인에 APC-S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X100을 처음 보고 느낀 설렘이 아직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데 시간이 벌써 이만큼 흘렀습니다. 2017년 1월, 후지필름은 네번째 X100 시리즈인 X100F를 정식 발표했습니다. 겉모양만 봐서는 뭐가 바뀐지 모르겠습니다만, 2년만의 신제품이니 다양한 요소에서 발전이 있었으리라고 믿습니다.
Fujifilm X100F
- 2430만 화소 X-Trans CMOS III 이미지 센서
- Fujinon 23mm F2 렌즈 (135 포맷 환산 35mm)
- 어드밴스드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광학+전자식 병용)
- ISO 100 - 51200
- 1/4000 - 4초 셔터 속도 | 최대 1/32000초 전자셔터 지원
- 0.08초 인텔리전트 하이브리드 AF
- 8fps 연속 촬영
- 3" 104만 화소 LCD 디스플레이
- 1920 x 1080 60fps Full HD 동영상 촬영
- Wi-Fi 무선통신
- W126S 리튬이온 배터리 | 390매 촬영
- 127 x 75 x 52 mm
- 469 g
개인적으로는 예상대로, 혹은 예상보다 조금 부족한 사양으로 출시됐습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전작 X100T와 대동소이하지만 상판의 절삭면을 달리해 조금 더 모던한 인상이 되었고, 그 외에도 몇몇 요소에서 -나란히 놓고 비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디자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2430만 화소 X-Trans CMOS III 이미지 센서는 X-Pro2와 X-T2에서 호평을 받은 이미지 센서로 '후지필름의 최신,최고 화질'을 추구하는 X100 시리즈의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AF는 이번에 아예 하이엔드 제품과 동급인 인텔리전트 하이브리드 시스템 AF를 탑재해 그런말이 '쏙 들어가도록' 했고,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역시 기존보다 향상된 것을 기대합니다.
최상급 이미지 센서과 AF 시스템, 하지만 전체적으로 새로운 X100F의 사양에 그리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호불호가 나뉘지만 분명히 약점이 존재하는 후지논 23mm F2 렌즈가 네번째 제품에 와서도 개선되지 않았고, 터치/틸트 LCD에 대한 사용자들의 요구를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클래식 디자인과 최적화된 렌즈 설계, 아날로그 조작 등 X100 시리즈가 추구하는 가치를 고집하는 모습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정했지만 이제 보편화된 기능들을 외면하고 있는 점은 아무래도 아쉽습니다. 다만 배터리를 하이엔드 제품에 사용하는 W126S로 교체해 사용시간을 늘린 것은 멋진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간단히 살펴보는 X100F의 특징과 변경 내용입니다.
여전히 매력적인 클래식 디자인 & 아날로그 인터페이스
X100F에 이뤄진 크지 않은 몇가지 변화들은 눈으로 볼 때는 큰 변화로 느껴지지 않지만 사진가가 실제 촬영을 하는 데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X100T에서 어째 전보다 못생겨졌던 외형이 X100F에서 다시 근사해졌고 X-Pro2, X-T2에서 선보인 인터페이스를 도입한 것도 전천후로 X100 시리즈를 사용하는 사진가에게 환영을 받을 부분입니다.
후지필름 최신 기술의 집약 - 1. 2430만 화소 X-Trans CMOS III
X100 시리즈에는 늘 후지필름 당대 최고 기술이 집약돼 있었습니다만 렌즈교환식 카메라에 주력하기 시작하며 다소 기운이 빠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X100F에서는 다시 그 이름값을 회복하려는 듯 X-Pro2와 X-T2의 핵심적인 요소들이 상당부분 채용됐습니다. 2430만 화소 X-Trans CMOS III 이미지 센서는 현재 후지필름 센서 중 최고 화질의 센서이며 프로세서 역시 최신 EXR Processor II로 하이엔드 렌즈교환 카메라와 동급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X-Trans CMOS III 이미지 센서의 화질은 렌즈교환식 카메라에서 이미 검증된 바 있습니다. 로우패스 필터리스 구조로 해상력이 뛰어나고, 고감도 화질 역시 기존 제품보다 좋아졌습니다. 클래식 크롬과 Pro.Neg, 아크로스 등 매력적인 필름 시뮬레이션의 활용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최신 이미지 센서와 프로세서 채용으로 X100F는 최신 후지필름 카메라의 고화질을 가장 가볍고, 저렴하게 누릴 수 있는 카메라가 되었습니다.
2. 인텔리전트 하이브리드 AF
X-Trans CMOS III 이미지 센서의 가장 큰 특징은 위상차 AF 검출 센서를 탑재해 AF 속도와 정확성이 크게 향상된 것입니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서 호평을 받은 이 인텔리전트 하이브리드 AF 시스템이 X100F에도 탑재됐습니다. 제조사 발표 기준 0.08초로 X100 시리즈의 고질적인 약점 중 하나였던 AF는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화면 영역의 약 40%를 차지하는 위상차 검출 영역은 싱글 AF 성능 향상은 물론, 전에 없던 동체추적 능력을 X100 시리즈 부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AF 성능의 향상은 X100F가 기존 X100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요소로 X100 시리즈가 보다 '완성'에 가까워진 것을 의미합니다.
3. 어드밴스드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기술의 발전은 자꾸 그 이름을 길고 어렵게 만듭니다. -인텔리전트 하이브리드, 어드밴스드 하이브리드-
X100 시리즈의 핵심이자 개인적으로 가장 큰 매력으로 생각하는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역시 건재합니다. 시리즈마다 꾸준히 향상되며 광학식 뷰파인더와 전자식 뷰파인더 둘의 장점을 고루 살려가고 있는데, 아쉽게도 이번 제품 설명에서 이 뷰파인더의 향상 내용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X100T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이번 X100F에서는 화질과 AF 등의 향상에 집중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품마다 눈을 즐겁게 해줬던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못내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밝고 아름다우니 여전히 X100F를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X100 시리즈의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는 비슷한 크기, 가격대의 다른 카메라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4. 디지털 텔레컨버터
X100F - 유난히 고집스러운 XX
파인더를 통해 눈으로 보는 즐거움과 아날로그 조작을 통한 찍는 재미, 후지필름 X의 출발점부터 이어진 철학입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 굳건한 다짐 중 일부가 빛이 바라기도 했고, 제품 라인업 확대 등의 요소로 이 철학에서 조금씩 비껴 나가는 제품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독 이 X100 시리즈는 처음 내세운 그 철학을 고집스럽게, 잘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본 컨셉과 최적화 된 렌즈는 최초 제품부터 현재까지 동일하게 이어지고 있고 디자인의 변경은 늘 최소한으로 이뤄졌습니다. 터치 스크린 등 최신 기술 요소등은 일부러 외면하는 인상까지 줍니다. 최고의 화질, 최상의 성능을 추구하는 '간판 제품' 치고는 다소 야박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점이 저같은 X100 마니아들을 잃지 않고 네번째 제품까지 건재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잘 만들어놓은 틀에 최고를 추구하는 기술,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삼박자를 이룬 것. 그것이 X100F를 비롯한 X100 시리즈의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X100S 이후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래서 허전했던 탓인지 이번 X100F는 유독 갖고 싶네요.
한편 X100F의 출시는 2월로 결정됐습니다. 가격은 기존 모델과 같은 수준인 1300달러입니다. 국내 출시 역시 이와 비슷한 시기 그리고 전작과 같은 선의 가격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