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조력자, 손떨림 보정 장치
밝은 조리개 값에 광학 손떨림 보정 기능이 탑재돼 셔터에 한결 여유가 생겼습니다. 처음엔 이 '추억팔이' 기업이 만든 손떨림 보정 장치를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그 능력은 기대 이상이었고 이제는 같은 1/30초에서도 라이카 M을 쥘 때와는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나 기동성이 중요한 여행지의 거리 사진에서 그 결정적 한방을 종종 경험했습니다.
손떨림 보정 장치의 안정감은 분명 제가 전보다 많은 것들을 시도할 수 있도록 도왔고 돌아와서 사진을 확인하며 쌓이는 아쉬움도 전보다 줄었습니다. 게다가 Full HD 동영상 촬영에도 이 손떨림 보정이 적용되니 ‘없느니만 못했던’ 것이 ‘한 번씩 떠오르는’ 기능으로 신분 상승을 하게 됐습니다.
아쉽게도 마음의 설렘까지 잡아주진 못합니다
35mm보다 넓은 28mm 렌즈에 향상된 고감도 이미지 그리고 손떨림 보정 장치 등 라이카 Q를 통해 이전보다 많은 장면을 흐림 없이 담았습니다. 최신 기능에 둔감하던 제 생각이 크게 바뀐 계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몇 스톱 보정 효과 같은 이 기능에 대한 설명은 아직 크게 와 닿지 않지만 셔터를 누르는 순간마다 되새기는 안정감만은 확실한 소득입니다.
368만 화소로도 채울 수 없는 전자식 뷰파인더의 공허함
이 카메라에서 가장 아쉬운 것으로 광학 뷰파인더의 부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처음 이 카메라를 구매할 때 이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사용할수록 라이카 M의 그것이 떠올라 그 상실감이 더욱 컸습니다. 제게 장면 그대로와 마주할 수 있다는 의미는 생각보다 큰 가치였나 봅니다.
머지않아 이렇게 사진을 찍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작은 위로라면 라이카 Q의 전자식 뷰파인더는 크기와 해상도에서 제가 사용한 어떤 카메라보다 좋았습니다. 368만 화소의 패널은 종종 광학식에 대한 아쉬움을 잊을 정도로 선명하고 노출과 컬러 등 결과물을 파인더를 통해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여전히 저는 광학식 뷰파인더를 맹신하지만 라이카 Q를 사용하며 전자식 뷰파인더의 놀라운 발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라이카 M 시리즈의 뷰 파인더 방식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라이카 M의 뷰파인더에서 가장 좋았던 가이드라인 방식의 부재가 역시 가장 아쉽고 빛이 부족한 야간/실내 촬영에서 도드라지는 미세한 랙과 딜레이, 그리고 셔터를 누를 때 파인더가 순간 꺼지는 블랙아웃 등이 전자식 뷰파인더의 여전한 한계를 느끼게 합니다. 이것이 어쩔 수 없는 구조상의 이유라 할지라도 촬영의 큰 즐거움 중 하나를 빼앗겼다는 슬픔을 온전히 위로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라이카 카메라의 '최신 기술'
- 동영상
있으나마나 했던 라이카 M의 full hd 동영상이 Q에선 그나마 없는 것보단 나은 기능이 됐습니다. 해상도는 동일한 1920 x1080 full hd이지만 프레임 수가 30 fps에서 60 fps로 향상됐고 손떨림 보정 장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여행에서 사진만으로 아쉬운 장면을 짧은 동영상 클립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여전히 이 카메라의 장점으로 꼽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오랫동안 잊고 있던 동영상이 멋진 장면에서 종종 떠오른다는 것은 놀랍고 또 괜찮은 변화입니다.
- 터치화면
이것이 M이라면 한바탕 욕을 퍼부어 줬겠지만 Q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라이카 Q가 전통의 M시리즈와 차별화되는, 본질에 대한 현대식 재해석이라는 것을 af시스템과 터치 화면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화면 터치로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물론 즉시 촬영까지 가능하고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것처럼 찍은 사진을 넘기며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손짓들이 이제야 카메라에 허용되면서 많은 것들이 쉽고 편리해졌습니다. 이 터치 화면의 가치는 아직 많은 이들에게 물음표입니다만, 불편하면 사용하지 않으면 되니 단점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터치 조작이 라이카 Q에서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제공됩니다. 초점 영역 지정, 노출 보정과 이미지 확인 등 일부 기능에서 터치 조작이 지원되지만 내부 메뉴 화면에선 버튼 조작만 허용됩니다. af영역을 변경하기 위해선 포인터를 길게 누른 후 이동하는 비효율적인 방법 뿐이고 터치 & 촬영에서만 즉각적인 반응이 이뤄집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이 터치 촬영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아, 한 가지 팁이라면 화면을 두 번 터치하면 af 포인터가 중앙으로 즉시 변경됩니다. 그나마 이 터치 스크린을 가장 값지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 Wi-Fi
딱히 자주 사용하지 않지만 있는 것만으로 왠지 든든한 그리고 없다는 것을 알면 허전한 것이 최신 카메라의 wifi 기능입니다. 대표적인 기능으로 스마트폰과 연결해 촬영한 이미지를 전송하거나 원격으로 카메라를 제어하는 리모트 컨트롤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완성도가 낮아 전송 이미지 크기를 설정할 수 없는 등 허점이 쉽게 발견됩니다. 애플리케이션의 속도와 완성도 역시 불만족스럽습니다.
M과 함께한 여행 중 몇몇 순간엔 몹시 그리워했지만 막상 얻고 나니 금방 소홀해졌습니다. 제게 이 카메라의 Wifi 기능은 여행 중 잠시 카페에서 같잖은 여유를 누리며 이 여행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아직은 타임 킬러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선 없는 불안함'에서 해방시켜준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고마운 존재입니다.
-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