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녀온 청담동의 레스토랑 '그릴 청담'은 예전보다 한적해진, 그래서 진짜 맛집들만 남은 이 일대에서 숨은 보석같은 느낌을 줬습니다. JYP 사옥 뒤 골목에 숨어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층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인테리어부터 프렌치 & 이탈리안 다이닝 등이 그동안 가본 레스토랑과 사뭇 다른 느낌을 줬기 때문입니다. 이름도 심플한 그릴 청담, 그 날의 청담동 데이트 추억 때문에 더 그럴듯하게 남아있는 추억이기도 합니다.
이름에 걸맞게 청담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청담동 패션 거리 끝자락, 주변에는 청담 주민센터 그리고 바로 건너편에 JYP 사옥이 있습니다. 골목길 안쪽에 있어 한눈에 찾기는 쉽지 않지만 일단 골목 사이로 눈을 두면 건물 벽면 가득 칠한 파란색 때문에 금방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와인을 곁들인 프렌치 & 이탈리안 다이닝이 메인인 만큼 내부 인테리어는 식사를 즐기기 좋은 어둑어둑한(?) 조명이 은은하게 퍼지고 1층부터 3층까지 세개 층이 다른 테마로 꾸며져 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끼리의 모임, 연인과의 데이트, 사무실 회식 등 다양한 행사를 한 곳에서 모두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날은 무척 더웠지만 마침 브레이크 타임을 앞두고 내부가 한산한 덕분에 1층부터 3층을 모두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오픈 키친이 눈에 띄는 1층은 활기찬 분위기에서 친구들끼리 모여 식사하기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작은 야외 테라스에 3개의 테이블이 있는데 날이 조금 풀리면 야외에서 식사와 술을 즐기기 좋겠더군요.
2층은 연인과의 데이트에 좋은 모던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가족, 친지간의 모임에 적합한 크고 작은 테이블이 널찍이 배치돼 있어 방해 없이 식사를 하기에 좋아 보였습니다.
3층은 1,2층보다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되어 있습니다. 격식 있는 모임이나 소개팅 장소로 좋아 보였는데요, 실제로 소개팅 예약이 많다고 합니다. 주변 소음 없이 안락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룸 형태라 소개팅 성공 확률을 조금이나마 올려줄 것으로 기대되더군요. 물론 두분이 어느 정도 호감이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죠.
3층에는 그릴 청담에서 판매중인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전시돼 있습니다.
메뉴는 여러 명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플레이트 메뉴부터 스테이크, 파스타 등 와인을 곁들이기 좋은 것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날 저는 짝꿍과 둘이 방문한 터라 푸짐한 플레이트 메뉴는 메뉴판을 바라보며 그저 군침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보통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많이 드신다더군요.
오픈 키친을 흘낏 바라보며 주문한 음식이 언제쯤 나올지 기대하는 시간도 식사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날은 좀 더워도 굳이 야외 테이블을 선택한 것은 입뿐 아니라 눈으로도 음식을 즐기기 위함이고요. 식전 샐러드가 나오고 직접 담근 것으로 보이는 피클과 우엉 절임이 놓인 뒤 주인공인 스테이크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파스타도 올려졌고요. 모양도 모양이거니와 음식의 색이 예뻐서 음식이 식을 때까지 사진을 찍었습니다. 특히나 고기의 빛깔과 채소, 소스까지 다양한 색이 살아있는 스테이크 한접시는 보는 것만으로 점심 식사를 무척 즐겁게 했습니다. 넓은 면의 이탈리안 파스타에는 향을 위한 버섯과 미니 양배추가 올려진 것이 눈을 사로잡더군요.
이 날 가장 인기있던 메뉴는 이 파스타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진한 크림 소스에 씹는 즐거움이 남다른 면, 게다가 향을 더하기 위해 올려진 버섯은 거의 익히지 않은 상태 였지만 향과 맛이 무척 좋았습니다. 스테이크가 눈으로 식탁을 압도했다면 파스타는 향과 맛으로 코와 입을 사로잡았습니다.
손가락 한마디쯤 되어 보이는 두툼한 고기는 먹는 순간 '좋은 재료를 쓰는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마늘과 아스파라거스 등의 곁들임 역시 고기와 잘 어울렸고 세가지 소스를 찍거나 혹은 고기만 즐기며 간만에 고기 줄어드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함께 식사한 짝꿍 역시 저처럼 '좋은 재료'에 대한 생각을 했더군요. 때문에 다른 메뉴들도 궁금해졌습니다.
자신있게 '청담'의 이름을 내건 그릴 청담은 좋은 재료와 쉐프의 테크닉 이 둘만으로 식사가 얼마나 즐거운 행위가 될 수 있는지 알게 된 곳이었습니다. 밝은 햇살 덕분에 맛보다 오히려 이 아름다운 한상으로 기억될 이 곳은 언젠가 다시 한번 중요한 기념일이나 모임을 앞두고 생각날 것 같은 곳입니다. 음식이 하나하나 놓이며 사람들의 눈이 즐거워지고 함께 웃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