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체 하프 케이스 체결한 클래식 카메라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하는데다 M보다 험하게 굴리기로 맘먹은 라이카 Q에게 그래도 최소한의 보호장치 정도는 해줘야겠다 싶어 하프 케이스를 구매 했습니다.
사실은 짝꿍님의 하사품, 고맙습니다.
라이카 Q는 M에 비해 케이스 선택권이 크게 좁습니다. 라이카 정품 케이스는 20만원이 넘는 가격에 너무 미래지향적(?)인 패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애초에 배제했고 평소 좋아하는 JNK 케이스는 가격이 어째 점점 산으로 가는 느낌이라. 이 LIMS 케이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Q 전용 케이스 중 가장 낮은 가격이었습니다. 10만원 정도로 구매할 수 있는, 라이카 카메라의 액세서리 가격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가격이 가격이다보니 구성품은 단촐합니다. 종이상자 안에 비싸지 않은 파우치, 그렇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제품을 포장했습니다. 뭐, 어차피 '실속형'이니까요.
이 케이스의 가격은 만족스럽지만 그럼에도 구매를 고민했던 것은 내구성이나 완성도에 대한 의심 혹은 색상에 대한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저 그립부의 흉물(?)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립감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지만 적어도 라이카 Q 사용자의 70% 이상은 이런 형태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비의 보호라는 기본적인 용도도 있지만 소위 '감성'이라 불리는 -개인적으로 그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외형의 멋을 많이 따지니까요. 고급 소재인 항공 알루미늄이 채용돼 내구성도 높고 안정적인 그립을 제공 한다니 믿고 사용해보기로 하지만 사실 속마음은 '만드는 김에 그립 유/무로 두 모델을 발매하면 얼마나 좋아' 였습니다.
색상은 블랙/브라운 두가지가 발매 됐는데 이 검정색 그립 때문에 차마 브라운 케이스를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클래식한 브라운 가죽 케이스에 다분이 '매끈한' 항공 알루미늄 덩어리가 붙어있는 모양새가 영 어색했거든요. 그나마 '올 블랙'의 일체감이 낫겠다 싶어 선택했고, 막상 받아보니 적어도 블랙 색상 케이스에서는 이 그립의 이질감이 생각보다 덜했습니다.
하단은 나사 체결 방식으로 역시 그립부와 같은 항공 알루미늄 소재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립과 하판이 일체형처럼 이어진 형태입니다. 나사로 체결돼 분리될 우려가 적고 삼각대 마운트 홀을 따로 배치해 케이스를 벗기지 않고 삼각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보다 몇 배는 더 강해 보이는 단단한 금속 느낌이 좋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하판에 뻥 뚫린 홀은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입니다. 물론 저 부분으로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가 생채기를 낼 수도 있는 점은 우려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를 교체할 때마다 케이스를 벗기는 수고를 생각하면 차라리 조금 흠을 감수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신지 최근 각 브랜드에서 제작하는 하프 케이스는 대부분 이 배터리 교체 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덮개 형태로 여닫게 할 수 있는 제품도 있고요.
하단을 보니 생각보다 더 두꺼운 금속 플레이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단단한 항공 알루미늄 소재라면서 굳이 저렇게 두껍게 제작할 필요가 있었냐고 묻고 싶은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케이스가 꽤 무겁거든요.
몸체 부분의 가죽은 가격대비 나쁘지 않은 품질이지만 확실히 이전에 사용하던 JNK나 루이지 케이스보다는 그 질감과 때깔(?)이 부족합니다. 판매 가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파인더에 눈을 가져다 댈 때 새가죽 특유의 냄새가 생각보다 많이 나서 신경이 좀 쓰였습니다. 뭐, 차차 나아지겠죠? 아쉽게도 시간이 지나며 멋지게 태닝되는 가죽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케이스가 이런 독특한 형태로 출시된 것은 금속 후드 제품 등으로 인지도를 쌓은 림즈와 가죽 케이스 제품을 발매하는 디그니스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플레이트 하단에서 이런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그니스 홈페이지를 혹시나 하고 가봤는데, 역시나 플레이트가 없는 일반 버전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라이카 Q에 케이스를 체결해 보았습니다. 나사식으로 고정하는 케이스는 매우 단단히 고정돼 믿음이 가고 플레이트의 내구성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역시나 플레이트 두께 때문에 카메라 높이가 많이 높아지고 무게 역시 M에 근접할 정도로 묵직해집니다. 고급 금속 소재의 장점을 살려 얇고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을 보강할 수 있도록 제작이 되면 더 좋았을텐데요. 한 가지 좋은 것은 이전에는 큰 렌즈 때문에 늘 앞으로 고꾸라졌던 Q가 케이스를 끼니 혼자 꼿꼿이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블랙은 적어도 중간은 간다죠. 이 케이스 역시 그런 느낌입니다. 전체가 블랙 색상이라 특별히 튀지 않고 고급스럽지 않지만 카메라 본래 디자인을 크게 해치지도 않습니다. 처음에 걱정했던 금속 그립 역시 케이스 위로 살짝 드러난 라이카 Q의 상판과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케이스만 보았을 때보다 카메라를 체결했을 때 그 조화가 더욱 좋았습니다.
하단 역시 본래 목적인 보호 역할에 충실합니다. 버튼과 터치스크린 조작을 위해 쪽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가죽 소재로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케이스의 실루엣은 실제 착용해보니 효율적으로 잘 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역시나 증가하는 부피와 무게가 이 케이스의 가장 큰 아쉬움이 되겠네요.
돌출된 그립은 지금은 좀 미워 보이지만 사용하면서 점점 '없으면 허전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손으로 쥐어보니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은 생소한 형태라 아직 좀 어색하지만 확실히 카메라를 좀 더 안정적으로 쥘 수 있습니다.
케이스와 배터리를 케이스를 분리하지 않고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은 실용성에서 높은 점수, 하지만 미관상으로는 마감이 조금 아쉽습니다. 덮개가 있는 편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옷까지 입혀주니 이제 정말 내 카메라 같습니다. 당연히 빨리 어디라도 떠나고 싶습니다.
올 봄은 지난 봄보다 많이 걷고 많은 것들을 느끼며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보다 쉽고 편한 이 카메라를 선택한 것이고요.
케이스를 마지막으로, 이제 떠날 준비가 끝났습니다.
아, 라이카 Q 케이스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이 케이스에 대해 평가하자면-
가격대비 뛰어난 마감, 제품 보호 목적에 충실 -사실 이 가격에 이것 말고는 대안이 없어요-
하지만 라이카 Q를 작고 가벼운 매력에 반해 선택하셨다면 이 케이스는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부피와 무게 증가가 꽤 큽니다-
그립의 호불호는 사용자에 따라 크게 갈릴 것 같습니다 -저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크게 불편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역시나 제게는 1번이 가장 크게 느껴져 이 케이스를 선택했고, 2번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 현재까지는 큰 불만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