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하루도 채 남지 않은 2015년, 많은 분들에게 그렇겠지만 제게도 잊을 수 없는 한 해였습니다. 무엇보다 오래는 행복(行福), 이곳 저곳 다닐 복이 많아 어느 해보다 바쁘게 한 해가 흘렀습니다. 그래서 올해 마지막 포스팅은 올 한해 저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왠지 다시 오지 않을 것같은 행복이라 붙잡고 싶은 맘을 달래면서요.
#1 겨울도시 모스크바, 러시아
- 붉은 광장의 크리스마스 -
아마 일년 내내 이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듯 감정들이 남아 있습니다. 2015년 1월, 새해 첫 월요일에 떠난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은 2015년뿐 아니라 제 인생에도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겨울 도시로의 열 시간의 비행 시간 만큼도 되지 않은 짧은 준비로 '미친 여행'이라 이름붙인 이 여행에서 저는 영하 30도의 날씨,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미지의 땅에서 구르고 지칠 때까지 걸으며 참 많은 것들과 만났습니다.
걷기만 하는 여행이 때로는 길에 돈을 뿌리는 커다란 낭비처럼 느껴지겠지만,때로는 책에 나오지 않는 곳에서 도시의 진짜 민낯과 마주하고 '가야 하는 곳'이 아닌 '가고싶어진 곳'을 걸으며 여행은 더욱 성숙해집니다.
참으로 고리타분한 말이지만 그 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낯선 길을 걸으며 저와 대화한 시간들입니다. 처음 며칠간은 원망도 있었지만 마침내는 저를 이 곳에 '던져놓은' 제게 몇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했는지 모릅니다. 아마 제 인생에 다시없을 여행, 한없이 평범한 제 인생에 이런 여행이 있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도시를 다시 걸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왕이면 그 여행처럼 추운 겨울에요.
- 모스크바에서 찍은 첫번째 사진 -
- 아르바트 거리 -
- 굼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풍경 -
-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크리스마스 마켓 -
- 마네쥐 광장의 야경 -
#2 낭만의 땅 프라하, 체코
- 프라하에서 맞은 첫번째 아침 -
모스크바 미친 여행이 내어 놓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쉬이 믿기지 않는 비현실 혹은 기적이라는 수식어의 4월 프라하 여행. 열두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도시에서 그림같은 저녁식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잠 못 이룬 새벽 숙소 앞 언덕에서 바라본 해 뜨는 풍경 그리고 점점 밝아오는 프라하 시의 자태는 세 시간동안이나 그 자리에서 발을 뗄 수 없게 했습니다.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던 그 풍경이 중학생 시절 엽서 한 장으로 시작된 십수년의 열망보다도 아름다워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비에 젖어도 그런대로 품위가 있었습니다. 정말 꿈 같은 도시였어요, 나는 왜 이 곳에서 태어나지 못했냐며 신을 원망할 정도로.
또 하나의 행운은, 곧 다시 이 도시로 가게 됐다는 것입니다. 2015년의 제 큰 기적 중의 하나였던 프라하 여행이 2016년의 행복(行福)으로 다시 한 번 저를 설레게 합니다. 이 생각만으로 이미 발 끝은 2016년이 오는 문턱을 향해 있습니다.
- 카렐교의 공연 -
- 프라하 구시가 광장 -
- 하벨 시장 -
- 프라하의 야경 -
- 빛내림이 나를 반하게 했던 길 -
#3 밤의 거리 홍콩
- 이야기가 많았던 소호 -
갑자기 떠나게 된 홍콩 여행, 사실 중화권 국가를 여행하느니 차라리 일본을 한 번 더 가겠다며 기대 한 번 한적 없는 저였는데 4시간을 날아 도착한 홍콩은 제 바보같은 선입견을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무너뜨렸습니다. 비정상적으로 붉은 조명과 칠흑같은 밤의 대비, 마침 빗물에 번져 한결 운치있던 홍콩의 첫날밤, 이름모를 골목을 파고들고 스치며 짝꿍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이도시가 정말 좋아'
홍콩의 밤거리는 제가 머릿속에 그린 이상적인 형태였습니다. 자칫 이 도시를 평생 외면할뻔했다는 생각에 걸음이 아찔해질 정도로 매력적인 밤의 도시였습니다. 스타 페리 광장의 난간 한 켠에 앉아 사진으로만 보던 홍콩의 야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1월부터 시작된 제 크고작은 여행들을 돌아보니 그야말로 완벽한 행복(行福)의 한 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015년의 마무리 12월, 소란스런 홍콩 소호와 란 콰이 펑의 거리를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제 분수 이상의 행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홍콩의 야경 -
- 조명 쇼를 관람하는 사람들 -
- 폭우가 오던 첫날밤 -
- 오션 파크의 크리스마스 -
- 란 콰이 펑의 야경 -
뒤 돌아, 돌아 보았습니다.
시간을 보내고 나이를 먹는 것이 꼭 앞으로 나아간다고 할 수는 없지만 12월 끝자락에서 한 해를 돌아보는 것은 마치 길의 끝자락에서 걸어온 곳을 한 번 더 바라보며 작별 인사를 건네는 것 같습니다. 맘껏 여행하고 실컷 행복했던 2015년을 돌아보니 다시 없을 멋진 걸음들같아 보내는 마음이 아쉬우면서도 후련합니다.
마지막 하루, 오늘 하루만큼은 큰 동작으로 뒤 돌아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365개의 조각들을 헤집고 세 보며 내일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요?
새해에는 더 많이 행복해지려 합니다.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