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이니 벌써 7년이 넘었습니다.
이 때도 너무 좋아서 사진을 찍었는데 말이에요.
2008년 구매한 Bang & Olufsen의 이어폰 A8.
출시한지는 무척 오래 됐지만 쭉 몇몇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다가
몇 년 전부터 가수들이 애용하는 특이한 형태의 이어폰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
이제는 지하철에서도 자주 보게 되는 이어폰이 되었습니다.
초창기엔 B&O의 명성을 입어 소리 자체에 대한 평가도 꽤나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이제는 소리는 고만고만, 가격은 무척 비싼 비합리적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휴대폰은 물론 카메라도 반년 이상 쓰기 힘든 제가 유독 청각은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그래서 무려 7년간 이 이어폰 하나만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수리비가 이어폰 값 못지 않게 나왔습니다. 단선이 잦은 플러그 부분은 수리를 하다하다 플러그를 아예 교체하기에 이르렀고,
종종 유닛 청소도 받아가며 그야말로 꿋꿋하게 사용했습니다.
물론 이 이어폰에 대한 평가는 저 역시 그리 높게 하지 않습니다.
가격을 따지면 성능이 그리 좋지 못하거든요. 호불호가 갈리는 음색에 있어서도 고음에 치중된 편이라 베이스나 비트 좋아하시는 분에겐 '깡통소리' 같습니다.
하지만 여성보컬을 좋아하는 제게는 이 이어폰의 카랑카랑한 고음이 꽤나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세련된 스타일과 그 자체의 완성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쉽게도 얼마 전 7년간 사용한 A8이 다시 돌아오기 힘든 길로 떠났고,
마침 홍콩 여행을 떠나게 되어 큰 맘 먹고 A8을 다시 구매 했습니다.
한 번 쓴 물건은 다시 구매하지 않는 게 제 쇼핑의 철칙 아닌 철칙인데, 이 A8은 이례적입니다.
A8은 역시나 면세점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저렴합니다.
저도 인터넷 면세점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 했습니다. 급하게 구매 하느라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할인 폭이 크지 않았지만요.
7년만이라니... 기분이 묘합니다.
그동안 뭔가 바뀌었을까요?
7년간 한국이며 오사카, 모스크바, 프라하 등등 어디든지 저와 함께하며 외로운 맘을 위로해주거나 여행과 일상을 더욱 신나고 설레게 해준 A8입니다.
군데군데 흠집이 난 부분에서 시간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이 녀석을 다시 수리해서 가지고 있을까 아직 고민중이에요.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A8의 가격은 140달러입니다.
물론 인터넷 면세점을 이용하면 적립금을 통해 할인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시기를 잘못타면 종종 품절이 되니 미리 확인을 해야겠습니다.
물론 저야 앞으로 또 7년간은 구매할 일이 없겠죠.
그 세월동안 B&O도 '원가 절감'의 바람을 피해가기 어려웠는지 패키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왼쪽이 이번에 구매한 것, 오른쪽이 7년전 패키지입니다.-이걸 아직도 가지고 있는 저도 참-
이렇게 보기에도 오른쪽이 훨씬 고급스럽죠? 왼쪽은 영락없는 '벌크포장' 같습니다. 140불 가격을 생각하면 기가 찹니다.
현재 B&O는 코오롱에서 수입과 AS를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AS를 위한 워런티 문서가 이어폰 구매시 동봉됩니다.
시리얼 번호를 부여해서 제품을 관리하겠다는 의지..!
상세히 알지 못하지만 B&O의 국내 AS는 좋지 않은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예전엔 묻지마 신품 교환이었다고 하던데 아쉽습니다.
구성품은 이어폰의 기본 구성품입니다.
이 역시 예전보다 많이 빈약합니다.
예전 A8은 '고급 이어폰'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인지 구성품이 꽤나 푸짐했습니다.
기내용 어댑터나 연장선 등이 기본 구성품이었거든요. 물론 저처럼 한 번도 쓰지 않으신 분들이 더 많겠지만 역시나 가격을 생각하면 이런 원가절감에 눈초리를 보내게 됩니다.
구별이 되시나요?
하나는 새로 구매한 A8, 하나는 7년 쓴 A8입니다.
이렇게 나란히 봐도 큰 손상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A8의 알루미늄 재질은 내구성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습니다.
물론 유닛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플러그의 내구성은 최악에 속합니다.
허우대 멀쩡한 약골 느낌?
7년간 A8을 사용하며 저를 가장 많이 괴롭힌 플러그 부분입니다.
보기에도 매우 약하게 느껴질 정도로 빈약한 재질은 본체의 단단한 알루미늄과 대비됩니다.
케이블 교체형이 아니기 때문에 단선이 되면 그야말로 골칫거리죠.
그동안 이 플러그가 보강되기를 바랐는데, 7년이 지나도 이건 여전하군요.
새로 구매한 A8을 사용하니 일분여간 '아, 그래 이 소리야'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음의 여성 보컬을 시원하게 표현하는 해상력이나 현악기의 떨림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미묘함 등이 여전했고,
새것이라 그런지 빡빡한 착용감이 새 이어폰 쓰는 기분을 느끼게 해줬죠.
다만 5분쯤 지나니 기존 사용하던 A8과 더 이상 차이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유닛 노화로 볼륨은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고음 처리나 음색 등은 그대로인 것을 보니, 아직 7년 쓴 제 A8도 현역인가 봅니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요, 이미 두 개가 된 것을.
제 몸에서 가장 고집이 센 귀는 한동안 새 A8과 함께 즐기다가,
마흔쯤 되어서 다시 새 A8을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어서 큰 감흥은 없지만 역시나 믿음직스러운 친구,
이제 이 이어폰이 그런 의미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