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여행지' 그리고 그 다음은 '숙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행에서 밥은 굶거나 길에서 거지처럼 먹어도 숙소는 따뜻하고 편한 곳으로 선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푹 쉬고 잘 자야 즐거운 여행을 즐길 '탄력'이 생기고 빅맥 하나를 먹어도 그곳이 편한 숙소라면 운치가 있거든요.
이번 해운대 여행의 숙소도 그런면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번에 묵은 곳은 해운대 앞 호텔 '씨엘 드 메르'입니다.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 -물론 일부 룸에서- 에 걸어서 해운대 번화가에 닿을 수 있는 좋은 위치.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이 깔끔하고 깨끗한 것이 현재 이 호텔의 장점입니다. 레지던스 호텔로 단체로 묵기 좋은 환경, 객실에 세탁기도 비치되어 있어 긴 여행에서도 편한 '본부'가 될 수 있겠습니다.
제가 묵은 층은 14층, 디럭스 더블 룸입니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 그러니까 남정네 손에 방이 다 '풀어 헤쳐지기 전'에 사진을 찍어 둡니다.
깔끔한 흰색 인테리어가 아저씨의 들어서는 길을 망설이게 합니다. 발을 한번 더 털어주시고.
제가 좋아하는 파랑색 벽과 흰색 침구, 원목 침대/테이블이 소박하지만 깔끔한 인상을 주는 객실입니다.
두 명이 묵을 수 있는 트윈 타입으로 창 옆 테이블에선 간단한 티타임-실제로는 Beer time이 되겠지만-도 할 수 있는 여유있는 방 크기입니다.
함께 묵은 일행들 역시 이 푸른 벽이 마음에 들어 나중에 본인 방에도 적용하고 싶다는 말들을 했습니다.
저도 신혼집에 이런 색 벽을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짝꿍이 허락한다면.
레지던스 호텔이라 간단한 취사가 가능합니다. 밥솥이 있고 전기 포트와 전자 레인지가 있습니다. 간단한 음식을 사와 저녁 파티를 열 수 있는 점이 좋더군요.
이번 여행처럼 많은 분들이 함께 온 단체 여행에선 밖에서 저녁을 먹는 것 못지 않게 숙소에서 2,3차를 즐기는 것도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인데 이런 캐주얼함이 좋았습니다. 싱크대에는 기본적인 그릇과 컵이 구비되어 있고 소형 드럼 세탁기도 비치되어 있습니다. 부대시설까지 화이트&블루 톤을 맞춰 통일감이 좋습니다.
나름 운치있는 창가 테이블 위에는 부산 여행의 허기를 채워줄 배달음식점 전단이 있습니다. 방마다 다르지만 이 창 밖으로 해운대 바다가 보입니다.
이 방은 디럭스룸이라 스위트룸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손바닥만큼 해운대 바다가 보였습니다.
연인과 함께 방문한다면 이 창가 테이블에서 즐거운 대화가 이뤄지겠죠? 물론 그 전에 저 전단은 치우고 와인 한 병 정도 놓으면 좋겠습니다.
비즈니스맨이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는 테이블도 있습니다.
침구 역시 나무랄 데 없이 포근하고 푹신해서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기 좋아 보이고
화장실은 크고 화려하지 않지만 본래 목적인 '씻는' 데에 충실합니다.
여기도 충분히 좋은데 '스위트 룸'은 얼마나 좋아요?
한 번 잠입해 보겠습니다.
네, 호텔룸에 무려 '거실'이 있습니다. 여기서 동아리 모임을 해도 되겠고, 여차하면 며칠 살아도 되겠습니다.
널찍한 공간에 편한 소파가 있고, 창 밖으로 해운대 바다도 디럭스 룸보다 훨씬 잘 보입니다.
부엌 크기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게다가 흰색과 회색의 인테리어가 모던하기까지 합니다. 이 정도면 야구부가 여기서 회식을 해도 되겠습니다.
물론 이 곳은 우리 방이 아닙니다. 저는 곧 다시 디럭스룸으로 돌아가야죠.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침실이 따로 있고
옷장도 뭔가 더 근사
확실히 스위트룸은 멋지고 좋습니다. 가족단위로 묵는다면 넉넉하고 깔끔한 공간에서 편하게 쉴 수 있겠고 연인이 큰 맘 먹고 스위트룸에서 묵어도 알콩달콩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럭스룸만 해도 깔끔하고 좋았는데 스위트룸을 구경하고 나니 제 방은 그저 '잠 자는 곳'처럼 보이더라고요.
옥상에 오르면 시원한 뷰가 있습니다. 호텔과 아파트, 각종 숙박시설이 몰린 해운대 앞이라 고층 건물이 시야를 일정부분 가리지만 그래도 이렇게 시원하게 수평선이 눈 앞에 뻗어 있으니 가슴 속까지 시원해집니다. 날이 좀 따뜻했다면 이 옥상에서 티타임을 한 번 해도 괜찮겠어요.
그리고 역시나 이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해운대에서 가깝다'는 것입니다. 도보로 5분 정도면 해운대 바닷가 앞 번화가에 닿을 수 있고 덕분에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누구보다 늦게까지 해운대 여행의 낭만을 즐길 수 있습니다. 주차 스트레스 없이 도보로 해운대 앞을 걸으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 호텔 앞 크리스마스 장식 -
- 해운대 시장 -
- 해운대 바다 -
- 마린시티 & 더 베이 101 -
씨엘 드 메르 호텔은 해운대 바다에 인접한 지리적 장점과 깔끔한 시설, 레지던스 호텔 특유의 캐주얼함으로 좋은 사람들과 오랜만에 함께 떠난 여행을 더욱 편안하고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숙소가 든든하니 낮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놀 수 있었고 아늑한 숙소에서 '푹 자고 나니' 다음날 더 '성실히' 놀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의 제 부산여행 중 가장 좋은 숙소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저 혼자 저 스위트룸에 묵을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