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소니 스토어 3층의 알파 아카데미에서 열린 A7SII 소개를 마치고 제품 체험을 위해 1층 소니스토어를 방문했습니다.
체험회가 있었던 이 날부터 예약판매가 시작된 제품이라 이 날 참석자들에 한해 한정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었는데요, 당초 계획은 제 메모리 카드로 A7SII의 샘플 이미지나 ISO 409600 결과물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전시된 제품을 조작해보는 것에 그쳤습니다.
1층 소니 스토어에 20여대의 제법 많은 제품이 전시되어 있어 이날 참석자분들 대부분 원하는만큼 신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렌즈 역시 FE 24-70mm F4.0 / FE 70-200 F4.0 줌렌즈부터 FE 35mm F1.4 / 55mm F1.8 까지 주요 FE 마운트 렌즈들이 마운트되어 있었고요.
24-240mm의 고배율 줌렌즈는 다양한 영상을 촬영하는 데 강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영상 장비로 유명한 소니에서 제작한 영상 최적화 미러리스 카메라인만큼 음성 녹음 마이크와 핸드헬드 촬영을 위한 스테디샷, 보조 모니터 등 다양한 영상 액세서리가 전시되어 보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영상이 생소한 저는 카메라보다 이런 영상 액세서리에 더 큰 관심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진에 관심이 많은 저는 비싸고 좋은 FE Zeiss 렌즈들에 가장 먼저 눈이 갔습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FE 마운트 렌즈 중 가장 고가/고성능 렌즈 중 하나인 FE 35mm F1.4 입니다. 평소 Zeiss 렌즈에 대한 신뢰가 크기도 하고 35mm를 워낙 좋아해서요. FE 35mm F1.4는 고급 렌즈다운 완성도와 수동 조리개링, LCD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는 고해상력이 마음에 들었지만 A7SII 바디에 비해 크기가 무척 컸습니다. 요즘 A7RII로 기변을 생각중이었는데 FE 35mm F1.4와 구성하려는 계획은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망원렌즈 FE 70-200 F4.0은 꽤 멋지더군요. 망원 성향이 아니라 애초에 구매대상이 아니라서였을까요? 아니면 캐논 DSLR 카메라를 사용하던 시절 '백통'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을까요? G 렌즈로 발매된 FE 70-200 F4.0은 단단한 느낌 때문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상에서도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지 않을까요?
A7SII는 A7 시리즈의 기본 실루엣을 유지한 채 상단 인터페이스와 그립의 형태를 변경하고 Fn 버튼과 음성녹음용 마이크 등 부가 장치의 추가/보완을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발매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사용자 편의에 맞게 설정 가능한 다양한 커스텀(C) 버튼, 상위 유저일수록 빠르고 직관적인 메뉴 조작을 위해 많은 커스텀 버튼을 필요로하는데 그런 점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처음 A7을 만질 때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이상의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A7SII에선 확실히 상급 그리고 고급 카메라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근 발매된 FE 90mm F2.8 MACRO 렌즈도 여기서 볼 수 있었는데요, 육중한 외관에서 기대를 하게 합니다. A7SII는 초고감도 이미지 품질에 초점을 맞춘 저화소 이미지 센서로 고화소 카메라보다 매크로 촬영에는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접사 위주의 촬영이라면 아무래도 초고화소 센서의 A7RII가 유리하겠지만 4K 동영상으로 자연 다큐멘터리를 찍는다고 생각하면 A7SII에 FE90mm 매크로 렌즈도 좋은 조합이 되겠네요. 특히 불 꺼진 밤의 자연물 촬영에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FE 마운트의 대표렌즈 FE 55mm F1.8 렌즈에도 관심이 갔는데요, 비교적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 55mm의 초점거리 등 활용도가 무척 높은 렌즈입니다. 이 날 만져본 렌즈 중 가장 마음에 들었고요.
본격적인 촬영을 위해 세로그립을 부착한 A7SII를 들어보니 이전까지와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그립 크기도 워낙 큰데다가 배터리까지 추가돼서 플래그쉽 DSLR 카메라 못지않게 육중한 체구를 갖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립을 조금 작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세로그립의 용도가 '촬영에 집중'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있으니까요. 사실 이 그립을 부착하는 순간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의 장점은 사라지고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성능으로 DSLR 카메라와 비교하게 되죠.
가장 궁금했던 것은 역시 ISO 409600의 이미지 품질. 상상에서나 찍어본 초고감도를 직접 설정해 찍어보았습니다.
상상 외의 고감도인 ISO 409600은 렌즈의 조리개를 F22까지 조이고도 1/3200초의 셔터속도가 확보되는 무시무시한 고감도였습니다. 물론 매장 조명이 사진찍기 좋게 밝은 편이었지만 이 설정 그대로 밤거리를 다녀도 충분히 흔들리지 않을만큼의 셔터속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 초고감도로 찍히는 것도 신기한데 LCD로 본 이미지가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확대해보니 ISO 409600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디테일이 괜찮았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카메라의 ISO 6400 이미지가 이정도 될까요? 제 생각엔 그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 이 카메라로 어둠의 나라를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위주로 촬영하는 제게는 이슈가 되었던 비압축 RAW 지원이 관심사였습니다. A7RII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원됐는데 A7SII는 출시부터 비압축 RAW 촬영을 지원합니다. RAW 촬영 위주 사용자들이 더욱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4K 영상은 얼마전 소니 RX100M4를 통해 체험해보았습니다. 동일한 XAVC S 포맷으로 촬영되며 -물론 화질에선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UI 역시 RX100M4와 동일합니다. 영상 최적화 카메라인만큼 4K 동영상 화질에 대해선 불만이 없었고 초고감도와 결합한 성능 역시 발표회의 예제 영상을 통해 충분히 확인했죠. 그 외에도 이번 A7SII에선 Full HD 해상도의 120fps 슬로우모션 촬영을 지원하는 것이 개인적인 관심사였습니다.
실내 촬영과 거리 스냅에 유리한 저속 셔터 역시 여행사진을 좋아하는 제게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초고감도와 넓은 DR, 그리고 저속셔터 등 이 카메라는 여행용 카메라로서도 가능성이 무척 커보였습니다. A7RII의 초고화소, 고속AF와 비교되며 고민스럽겠지만 실제로 이 A7S의 초고감도를 선택하실 분이 적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때마다 아쉬운 기억은 대부분 밤이었으니까요
AF포인터를 세분화해 AF를 보다 미세하게 검출할 수 있는 것도 A7SII에서 인상적인 변화였습니다. 그동안 사용했던 AF 카메라는 대부분 AF 포인터 크기를 가장 작게 해도 풍경, 정물 사진에서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초점을 잡기 쉽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적어도 포인터 크기 때문에 AF가 실패할 일은 없어 보이니까요. 아쉽게도 A7RII에 채용된 하이브리드 AF는 채용되지 않았지만, 콘트라스트 AF 기반의 A7SII 역시 기존 A7S보다 AF 속도와 정확성이 향상됐다고 합니다.
본격 영상 액세서리인 스테디샷과 보조 모니터, 이쯤 달고보니 어엿한 방송촬영 장비 같습니다. 생소한 기기들이라 손에 한 번 들어보고 몇 번 조작을 해보니 이정도 구성이면 사진보다 영상을 찍는 게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SONY FE PZ 28-135mm F4 G OSS 렌즈는 이 날 본 렌즈중 가장 특별했습니다. 동영상 촬영 전용 렌즈로 무단조리개와 전동줌, 부드러운 초점링 조작 등 영화촬영용 렌즈에서 보던 장치들이 채용됐고 때문에 외형역시 다른 FE 렌즈와 확연하게 구별됩니다. 물론 크기와 무게, 가격도 엄청납니다.
이 영상 촬영 전용렌즈는 상당한 대구경에 크기와 부피까지 커서 핸드헬드 촬영보다는 영화나 방송/다큐멘터리 촬영에서 전문 장비/스테디샷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적합해보였습니다. 기존 FE 렌즈 역시 동영상 촬영에 대응하고 있다지만 무단 조리개 조작으로 진동과 소음뿐 아니라 노출변경까지 제어하고 초점조작 역시 영상미를 높이는 데 최적화된 이 렌즈는 그 동안 몰랐던 영상 세계를 겉핥기로나마 경험해본 기회였습니다. 실제로 A7SII는 소니의 전문 영상장비의 기능을 채용한 첫번째 컨슈머 제품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요, FE PZ 28-135가 그런면에서 이 카메라와 가장 좋은 조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상 전문가들께는 말이죠.
영상에 문외한인 제 체험시간은 A7SII의 대표적인 장점인 ISO 409600 초고감도와 A7 시리즈의 장점인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 휴대성과 FE 렌즈의 활용도를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물론 요즘 부쩍 관심을 갖기 시작한 4K 영상 촬영과 새롭게 알게된 다양한 영상 관련 액세서리 역시 신선한 충격이었고, 새로운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A7SII를 보며 적어도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에서는 소니의 혁신과 신기술의 접목, 차세대 시장인 영상 컨텐츠에 대한 대비가 경쟁사 대비 매우 뛰어나다고 느꼈습니다. 영상 특화제품이지만 기본적인 사진기로서도 손색이 없으니 저와 같은 사용자에겐 단연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제품이기도 했고요. 고가의 가격과 사진 위주 카메라인 A7RII의 존재 때문에 제게는 좋은 '경험'으로 남은 A7SII였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크게 발전해 컨슈머들의 영상 품질을 높여줄지 기대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