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장 가까운 카메라
포켓 카메라로 기록한 '하루'
특유의 가벼움과 포켓 사이즈로서는 과분한(?) 고화질 덕분에 요즘 아침마다 카메라를 챙길까 말까 하는 고민없이 재킷 주머니에 RX100M4를 넣어 집을 나서게 됩니다. 덕분에 그 동안 스마트폰으로 찍던 일상의 추억과 맛있는 음식 사진 등을 고화질로 담을 수 있게되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가방 대신 주머니에 있기 때문에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낼 필요없이 간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언젠가 저녁부터 다음날 오후까지 만 하루동안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보며 DSLR/미러리스 카메라의 초고화질은 아니지만 언제나 함께하는 이 카메라의 접근 방식이 참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PM 7:00
반포 한강공원
집에 들어가는 길이 어쩐지 아쉬운 휴일 저녁이었습니다. 카페 창 밖으로 보인 하늘 때문이었을까요.
오늘 꽤 멋진 노을을 볼 수 있겠다 싶어 가까운 한강공원을 찾았습니다. 한창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던 시절 종종 찾았던 반포 한강공원이더군요.
부쩍 쌀쌀해진 날에 한강을 찾을 생각은 없었지만 이렇게 계획없이 갈 수 있는 게 서울사는 즐거움 줌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 추억들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마침 가방안에 포켓 카메라 RX100M4이 있어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서두른다고 온 시간이 저녁 일곱시, 벌써 이 날 노을이 한창이더군요.
반포 한강공원은 고층빌딩과 한강으로 대표되는 서울의 실루엣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주말이면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서래섬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한적하게 도시의 실루엣을 감상하며 감상에 젖고, 맥주도 한 캔 할 수 있는 곳이죠.
한창 붉게 물든 노을이 곧 사라질까 한강 바로 앞까지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한강 너머를 찍어보았습니다.
붉은 노을을 조금 다르게 표현해보고 싶어 사진효과 중 '복고 효과'를 적용해 보았어요.
노을이 끝나갈수록 그 색은 진해지고 그러데이션도 더 아름다워집니다.
새빛둥둥섬에 있는 이 노천카페에서 바라보는 한강은 정말 아름답더군요. 특히나 사람들의 실루엣이 서울만의 풍경을 잘 꾸며주었습니다.
강한 색과 대비로 실루엣을 강조하기 위해 마이스타일의 설정 중 '생생한'을 선택했습니다.
강한 채도와 컨트라스트로 인상적인 사진이 되었습니다.
말 많은 새빛둥둥섬이지만 화려한 색으로 눈길을 끌고 가을 야경과 잘 어울리는 건 사실이더군요.
도착한지 한시간이 채 되지 않아 해가 모두 지고 화려했던 노을도 끝이 났습니다.
보통은 이시간쯤 되면 스마트폰으로는 더 이상 사진을 찍기 어려웠지만 디지털 카메라를 챙긴 덕에 마음에 들었던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습니다.
RX100M4의 F1.8 개방 촬영과 손떨림 보정 덕분에 낮은 감도의 깔끔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경험입니다.
해가 모두 지고 세상에 암흑이 내린 후엔 반포대교만의 음악분수 공연을 보러 더 많은 분들이 반포 한강공원에 모입니다.
30분에서 한시간 간격으로 매일 열리는 이 화려한 쇼는 외국인 친구가 생기게 된다면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풍경 중 하나입니다.
이 음악분수 쇼를 촬영하기 위해선 늘 삼각대를 챙겨야했는데 이 날은 RX100M4의 고감도에 의지해서 손으로 촬영했습니다.
물론 ISO 6400의 고감도 이미지가 기대만큼 깔끔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오히려 삼각대에 커다란 카메라를 세운 분들과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에 실망하는 분들 사이에서 간편하게 찍을 수 있고 결과물에서도 그럭저럭 만족했던 것에 더 큰 점수를 주겠습니다. 몇가지 아쉬움은 있었지만, 계획없이 떠난 짧은 나들이에 이 카메라는 있는듯 없는듯 함께 해주었고 묵묵하게 추억을 담아주었습니다. 일상의 카메라에 딱 어울리는 포켓 카메라라서 가능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AM 11:00
경복궁
봄과 가을, 일 년에 두 번 저는 고궁에 갑니다.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가 어디든 가고싶게 만드는 두 계절엔 가장 한국적인 색과 실루엣을 가진 고궁에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저녁 노을을 보며 가을을 실감한 저는 다음날 해가 뜨자마자 습관처럼 고궁을 찾았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꺼렸던 경복궁으로 용기를 냈죠. 새파란 캔버스같은 하늘을 보니 이 날 선택은 성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경복궁 및 서울 시내 주요 관광지는 한국인보다는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 뭐 그렇게 볼 게 있다고 이렇게들 많이 오시나 의아하기도 하지만 아시아인들뿐 아니라 이제 금발의 백인, 이슬람계 관광객도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는 것을 보면 몇년새 한국이 많이 유명해진 것 같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경복궁의 건물들 앞에서 감탄하며 연신 사진을 찍는 이 관광객들은 알까요?
일년 중 가장 좋은 시기에 여행을 왔다는 사실을.
파란 가을 하늘은 너무나도 훌륭한 배경이고 맑고 깨끗한 햇살 덕분에 건물의 색도 더 아름답게 담겼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엔 굳이 카메라를 챙기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찍어도 멋진 결과물을 얻을 수 있더라고요.
물론 제 손과 가방에는 RX100M4도 충분히 작고 가벼워서 부담없이 가지고 다니게 되지만요.
손 안의 스마트폰이 아무리 편해도 가방안에 RX100M4가 있다면, 아무래도 추억은 카메라로 남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멋진 날씨에 찍은 사진들은 보정도 할 필요없이 깔끔하고 기분좋은 결과물이 됩니다.
경복궁의 하이라이트이자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경회루 풍경, 이 날은 마침 아이들까지 단체 관람을 와서 아침인데도 인파가 가득했습니다.
저야 계절마다 오는,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매일 올 수도 있는 곳이라 감흥이 크지 않지만 외국인들의 눈을 보니 이 신기한 건물과 자연물들이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을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제가 모스크바니 프라하에서 수천장씩 찍어온 장면들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그저그런 풍경들이었을테니까요.
이렇게 날씨가 멋지니 저에게도 이 날의 풍경들은 다른때와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경복궁이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특히 이 경회루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저도 관광객이 된 듯 연신 셔터를 눌렀죠.
화창한 날씨와 깨끗한 공기는 이렇게 선명한 반영을 만들었습니다.
이 날 본 장면중 가장 멋진 장면을 내내 고개를 들어 본 파란 가을하늘이 아닌 바닥, 물에 비친 풍경에서 발견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굳이 보정할 필요도 없이 마이 스타일의 '생생한' 설정으로 채도와 대비만 강조한 이 이미지는 이번 가을을 떠올릴 때 두고두고 떠올릴 장면이 될 것입니다.
날씨가 워낙 좋아서이기도 했지만, 2010만 화소의 RX100M4 이미지가 DSLR/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해왔던 제게도 꽤나 만족스러운 이미지를 안겨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꿔준 사진입니다.
일년에 서너번씩, 벌써 수년째 가는 경복궁은 돌아보는 저만의 코스가 정해져있어 두시간이 채 되지않는 시간에 모두 둘러보고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이 날은 화창한 날씨와 그 덕분에 한결 선명하고 아름다워진 장면, 새로 생긴 포켓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즐거움 때문에 점심 시간이 지나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역시 가을을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런 오후였어요. 더불어 오늘같은 하루라면 해가 지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PM 4:00
올림픽 공원
아직 제법 많은 하루가 남은 오후 네시. 가을 그리고 이 시간쯤에 어딜갈까 떠올려보면 서울에선 대부분 이 곳을 떠올리게 됩니다.
외톨이 나무와 서울 시내 있는 공원으로서는 대규모로 언제가도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잠실 올림픽 공원입니다.
이 날도 왠지 어제같은 멋진 노을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 노을을 배경으로 외톨이 나무만 보고자 해서 달려갔는데
아무래도 이 가을엔 외톨이 나무가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더군요. 주말을 맞아 정말 많은 분들이 나무 주변에서 여유를 즐기고 계셨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RX100M4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이 사진을 찍을 때 느껴졌는데요,
주로 35mm 내외의 단렌즈만 사용하는 제게 줌렌즈의 유용함, 활용도도 좋지만 24mm 광각으로 시원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더불어 이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 명/암부가 고루 표현되는 넓은 DR도 포켓 카메라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결과물을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RX100 시리즈를 사용해보기 전엔 1.0 타입 이미지센서에 대해 그리 큰 신뢰를 하지 않았습니다. 35mm 풀프레임 이미지센서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는지라 그보다 수십배는 작은 1.0 타입 이미지센서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요 RX100M4를 사용하면서는 기대 이상의 성능에 놀라게 됩니다. 게다가 빠른 AF와 접사 등 간편함까지 갖춰서 요즘엔 블로그용 이미지는 거의 대부분 이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매일 가지고 다니며 원할땐 언제든 간편하게 찍을 수 있죠. 그리고 그 이미지들이 이처럼 꽤 괜찮다는 것이 이 카메라의 만족도를 더욱 높입니다.
이 날 해질녘의 사진들은 RX100M4의 넓은 DR을 가늠하기 좋은 테스트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인파, 특히 커플들 사이에서 커다란 카메라로 혼자 '사진 찍고 다니는' 티 내며 다니기엔 영 쑥쓰러운데
RX100M4는 아무도 저를 의식하지 않게 해줘서 좋았습니다. 원하는 장면만을 빠르고 간편하게 찍을 수 있었고
이런점이 하루동안 정신없이 서울 나들이를 했던 저를 덜 피곤하게 해주었습니다.
만약 이 하루를 1kg이 넘는 카메라와 렌즈를 매고 다녔다면?
아마 다음날까지 어깨가 시큰거렸을지도 모르겠어요.
RX100M4의 고성능은 소니에서 설명하는 것만 십여개, 제가 좋아하는 것까지 거기에 몇가지가 추가되지만 가장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은 5cm의 접사 성능입니다.
기존 사용하던 카메라들이 사실상 접사는 포기해야 했던 카메라들이라 이렇게 가까이 들이대서 제가 그 동안 눈으로만 보고 머리로만 생각했던 장면들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많이 들이대고 다가가게 되었어요. 게다가 1.0 타입의 센서는 그 동안 제가 사용했던 미러리스 카메라보다는 작지만 렌즈 조리개가 F1.8로 배경흐림 효과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블로그용 사진, 일상의 기록에 이 접사는 필수인만큼 많이 사용할 것입니다.
위 사진은 해질녘의 따뜻한 햇살을 촬영한 이미지였습니다.
특히 이 때는 강한 태양을 제가 원하는 구도로 담기 위해 LCD 대신 팝업 뷰파인더를 통해 보고 찍었습니다.
사실 이 작은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는 제 덩치가 좀 우스꽝스러워보일지 몰라도, 크기와 성능에서 LCD 촬영이 따라올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루종일, 배터리가 다 떨어질때까지 RX100M4를 들고 다니며 이곳 저곳 사진을 찍어보니
제 용도에서 이 카메라의 어떤 것들이 마음에 들고 어떤 점들이 아쉬운지 정확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만 하루동안의 여유로웠지만 생각보다 꽤나 바빴던 '서울 가을' 나들이가 끝이 났습니다.
생각보다 무리였는지 피곤함에 해가 다 지기 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본 비현실적인 노을이 마지막 사진에 담겼습니다.
한국의 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절절히 실감했던 하루였어요.
지금 내 곁에 있는 네가 최고
저녁부터 그 다음날 해질녘까지. 만 하루의 시간동안 내내 함께한 이 포켓 카메라는 예상치 못한 멋진 일몰과 새파란 하늘, 어느덧 부쩍 다가온 가을 풍경들을 빠짐없이, 그리고 매우 기민하게 기록해주었습니다. 물론 제가 가지고 있는 더 크고 좋은 화질의 카메라를 챙겼다면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이만큼 다양한 장면들을 편하고 가볍게 담을 수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마음 먹고 '사진을 찍으러 가는' 여행이나 출사에선 손에 익은 크고 무거운 카메라를 챙기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상에서는 망설임 없이 이 가벼운 카메라를 챙기게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멋진 여행들에도 이 RX100M4을 큰 카메라와 함께 챙기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주머니 속에서 언제나 함께하며 자꾸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이 포켓 카메라의 매력은 큰 카메라들이 따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늘 곁에 있는 이 카메라가 그 멋진 녀석들보다 더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쩐지 감상에 바졌던 이 하루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소니 RX100M4(RX100 Mark IV) 사용후기
#1 포켓 사이즈에 담긴 놀라운 능력, 소니 RX100M4로 시작된 사진의 변화
#2 나의 화법(畫法)을 바꾼 포켓 카메라의 기적, 소니 RX100M4 - 이미지 품질
#3 5cm의 짜릿함, 소니 RX100M4의 특별한 매크로 능력
#4 사람의 시선을 뛰어넘는 '초고속', 소니 RX100M4의 슬로우 무비 촬영 (HFR)
#5 4배 더 생생한 감동, 포켓 카메라 RX100M4의 4K 동영상 촬영
#6 압도적인 속도 , 스피드 마스터 소니 RX100M4의 초당 16매 고속연사
#7 Anytime, Anywhere. 소니 RX100M4의 Wi-Fi 무선전송 기능
#8 소니 RX100M4의 잠재력(?), '기적의 똑딱이'와 함께한 스튜디오 인물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