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다 지나서 냉면을 먹고 왔습니다.
맹맹하다고 좋아하지 않던 평양냉면인데, 갑자기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지난 여름 한창 뜨거울때 TV에서 보았던 평양냉면 예찬론자들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평양냉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지라, 그나마 유명하다는 곳 중 제 머리에 남아있던 이름을 검색해보았습니다.
을지로 3가에 있는 '을지면옥'
입구부터 옛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복도의 색이며 바닥타일, 벽에 걸린 지도와 사진에 동대문 야구장에서나 보았던 녹색 의자를 보니 냉면집으로 가는 이 복도가 마치 30년전으로 가는 통로 같습니다.
적어도 냉면집에선 이런 '시간의 때'가 맛을 보장해주겠다며 생각하며 걸어들어갑니다.
이 사진들이 무엇을 찍은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자체로 옛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비밀의 통로를 들어가며 이 집 냉면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집니다.
평양냉면의 가격은 만원
국내산 고기를 쓴다는 문구가 눈에 띄네요.
늦은 저녁시간에 사람은 한차례 빠져나간 후였지만 양복입은 회사원 무리와 술병을 쌓아두고 담소를 나누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잘 왔다 싶습니다.
실내를 둘러보니 꼭 영화 세트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서 삼미 슈퍼스타즈 선수들이 한그릇씩 하시고 계실 것 같은.
자- 냉면이 나왔습니다.
평양냉면 특유의 말간 육수와 단촐한 고명, 그리고 달걀 반쪽.
면 색도 하얘서 비주얼부터 삼삼-합니다. 다만 이 곳 냉면에는 고춧가루와 파, 고추로 조금 맛을 냈네요.
받자마자 육수를 마셔보니
아!
소리가 나옵니다.
그동안 맹맹하다고 갸우뚱했던 평양냉면 육수의 매력이 이거였구나 싶습니다.
첫맛은 심심한데- 목에 넘어가기 직전 입맛을 확 당기는 오묘함이 있어요.
그동안 나이가 든 제가 이제 이 맛을 캐치하는건지, 이 냉면이 그런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본격적으로 냉면을 먹습니다.
만원의 가격이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먹다보니 양이 꽤 많습니다.
한두점 곁들여진 편육과 수육이 입을 감질나게 하고
파와 고추의 향이 삼삼한 육수와 잘 어울립니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 조만간 냉면 투어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을지면옥 냉면을 계기로 평양냉면의 매력에 빠졌거든요.
@ 을지면옥,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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